더민주·국민의당, 당권 레이스 가동

박지원 "당권이건 대권이건 도전"…박영선 "출마 요청 있다면 고민"

4.13 총선이 야권의 과반 의석 확보로 끝난 이후, 공동 승자가 된 격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모두 당권 경쟁 체제로 들어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19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호남에서 유세를 다니면서 '호남을 대표해서 당권이건 대권이건 도전하겠다'는 얘기를 했다"며 "저는 어떠한 것을 (이미) 결정했다는 것은 없지만, 도전을 하겠다. 특히 당권에 대해서는 아직 우리 당 전당대회 일정이나 당내 체제가 사실 정비가 되지 않아서, 이러한 것을 보면서 적당한 때 의사표현을 하겠다"고 했다.

박 의원은 자신에 대해 당 대표가 아닌 원내대표 설(說)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저는 18·19대 두 번이나 원내대표를 했기 때문에 20대에 와서 또 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 그러니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 좋다는 그런 이야기를 (안철수 대표에게) 한 적이 있다"고 잘랐다. 진행자가 '원내대표보다는 당 대표 쪽에 더 뜻이 있다는 것으로 들린다'고 하자 박 의원은 "(그렇게) 해석하셨으면 그게 맞겠죠"라며 부인하지 않았다.

박 의원은 또 대선 전망과 관련해서도 "만약 (내가) 당 대표에 선출되면 대선에 출마는 못 할 것"이라며 "만약 대선에 뜻이 있다고 하면 당 대표(출마)도 또 거둬들일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딱히 정해진 것은 없다. 유세 과정에서 그런 요구들이 있었고, 저도 검토를 하겠다"고 자신의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국민의당에서는 천정배 공동대표도 유력한 당권 주자로 꼽힌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대권 도전이 기정사실화돼 있고, 당헌당규상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올해 연말까지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전당대회는 7~8월경 치러질 전망이다. 천 대표는 전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당권에 도전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저는 내년 정권 교체에 밀알이 되고 기여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뭘 해야 될지는 조금 더 생각도 해보고 주위와 의논하고 민심도 살펴보고 할 필요가 있다"고만 답했다.

천 대표의 답변 역시 당권과 대권을 동시에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그러나 "제가 (전당대회에) 나가든 안 나가든 그 문제하고는 관련없이 저는 이렇게 본다. 우리 당의 당면 과제는 첫째, 강력한 야당이 되어 지난 8년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각종 적폐를 강력하게 청산하는 활동을 해야 될 것이고, 둘째, 개혁적이고 실효성 있는 당의 정책과 비전을 정교하게 개발해야 될 것이고, 셋째, 패권이 발 붙이지 못하게 민주적이고 생산적인 당의 시스템과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며 차기 당 대표가 해야 할 과제들을 조목조목 설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런 것들이 한 마디로 말하면 전부 '개혁'"이라며 "그래서 강력한 개혁 의지, 그리고 추진력을 가진 인물이 당 대표가 돼야 한다"고 했다. 천 대표 본인의 당권 도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설명이고 언급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역시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는 이들이 나오고 있다. 더민주 박영선 의원은 전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대표에 도전할 생각은 없나'라는 질문을 받고 "제가 무엇을 한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내년에 정권 교체를 하기 위해서 저희 당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하는 기준에 의해서 모든 것이 결정돼야 한다"고 했다. 진행자가 재차 '당에서 그런 (전당대회 출마) 요청이 온다면 생각해볼 의사는 있느냐'고 묻자 박 의원은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송영길 전 인천시장도 총선 출마를 선언할 때 이미 "총선 후 당 대표로 출마해 야권 혁신의 기수가 되겠다"고 했었다.

'대구 돌파'의 선봉장이었던 더민주 김부겸 전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슷한 취지의 질문에 "여기저기서 그런 거론을 하는데, 사실 2년 동안 중앙당에 출입을 거의 안 했다"며 "그래서 지금 우리 당이 가지고 있는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국민들이 왜 우리 당을 이렇게 싫어하게 되었는지 내용을 잘 모른다. 그래서 '당 대표를 맡겠습니다' 하기는 주제넘은 일이고, 좀더 많은 분들을 만나 보겠다"고 했다. 김 전 의원 역시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은 것이지만, 그의 경우 당권보다는 대선후보 경선 출마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이 더 많다.

더민주의 경우,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당 대표로 합의추대하자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 비대위 대표에 의해 비대위원으로 임명된 김영춘 전 의원(4.13 총선 부산 진갑 당선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비대위 대표는) 당 대표를 맡으시면 잘 하실 수 있는 분"이라며 "경험도 많고, 무엇보다 경제 실패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과 요구가 많은데 (경제 분야) 전문성과 식견을 갖춘 분"이라고 추켜세우면서도 "정당 정치가 좀 선진적인 형태로 복원되어야 할 텐데, 그런 점에서 저는 김종인 대표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으시는 것 같은데 괜히 추대론 이야기가 나오고, 또 문재인 대표 쪽과 자꾸 싸움을 붙이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며 '추대 방식에는 거부감을 보였다.

김영춘 전 의원은 "김종인 대표 의사와 상관 없이, 또는 그 주변에서 말씀하시는 분들하고 상관 없이, 전당대회 준비가 당헌당규에 정해진 절차대로 진행이 되면 경선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당 대표 경선에 나가겠다고 하는 사람이 나오면 그 경선을 막을 방법은 없는 것이고, 그것이 정상적인 정당 정치의 한 모습"이라고 했다. "원론적으로, 무리하지 않고 순리대로 풀어나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나"라는 것이다.

다만 김영춘 전 의원은 '김종인 합의추대론' 반대파의 선봉장 격인 정청래 의원에 대해서는 "정 의원 개인적인 생각일 것이다. 공천 과정에서 서운함도 클 것"이라며 "그게 한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마치 진영끼리, 혹은 세력들끼리의 싸움처럼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며 경계했다. 김부겸 전 의원도 전날 국회 기자실에서 당선 인사를 돌다가 "정청래 의원이 하는 얘기가 우리 당 다수의 애기는 아니지 않느냐"며 "당을 혼란스럽게 하는 그런 것은 이제 좀…(그만 하면 좋겠다)"고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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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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