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핵심 측근 그룹 '60후'를 주목하라

[양갑용의 중국 정치 속살 읽기] 시진핑의 자기 사람 심기

중국인들은 줄곧 중국처럼 국가 규모가 크고 인구가 많고 다양한 민족이 공존하는 정치체제에서는 국가의 통일성과 안정성의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중국공산당이 국가와 사회를 압도하는 당-국가 체제를 확립한 것은 필연적인 역사적 선택이며 당연한 귀결이라는 논리를 설파한다.

따라서 시기마다 중국공산당의 정치적 선택은 흔들리지 않는 중앙의 핵심 권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에 모아졌다. 중앙 권력을 보위하는 논리의 기저에는 늘 중앙 권위를 확립하는 총서기의 권한이 흔들림 없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시진핑에게 리더십이란?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 정권에서 유한한 자원을 배분하기 위한 정치적 권위로서 최고 정점에 있는 총서기는 여타 리더십과 비교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위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더십을 세우는 일이 리더십을 강화하는 논리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중국에서 당 총서기가 리더십을 세우는 일은 여러 가지로 가능하다. 당과 국가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관통하는 최고 권위를 가진 사상의 영수가 될 수도 있고, 경제적 성과를 통한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해 나가는 정점에 포지셔닝할 수도 있고 위민 정책을 강화하여 친민 정책을 통한 사회적 신뢰를 획득해 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최고 리더십을 구현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리더십 자체를 세우는 일이 먼저다. 적어도 시진핑에게는 자신의 리더십을 확고히 세우는 일이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서 리더십을 구현해 나가는 일보다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리더십의 권위는 유한 자원의 권위적인 분배 능력에서 나온다. 이러한 권위적인 자원 분배 능력을 시진핑 자신이 물리적으로 완벽하게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진핑의 의도를 정확히 간파하고 시진핑을 대신하여 국가와 사회 영역에서 이를 관철해 나갈 수 있는 핵심 엘리트들의 존재는 개인적 권위를 강화하는데 매우 관건적인 요소이다.

개혁 개방 이후 지도부 교체가 비교적 정형화된 틀을 유지하기 시작한 것은 1992년 제14차 당 대회부터이다. 여기에는 덩샤오핑의 이른바 간부 4화 정책(혁명화, 연경화, 지식화, 전문화)과 기술 관료를 우대하는 정책적 흐름이 토양이 되었다. 개혁 개방에 필요한 젊은 관료들을 광범위하게 충원하고 이들을 묶어세울 안정된 핵심 권위가 장쩌민이나 후진타오로 낙점되면서 중국공산당은 확고한 지도 체제를 구축했고, 이러한 안정된 리더십은 중국 개혁 개방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이 과정에서 장쩌민은 1989년부터 2004년까지 15년 가까이를 최고 핵심으로 집권했고, 후진타오는 1992년 처음으로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하여 2012년 은퇴까지 무려 20년을 최고 지도부와 최고 권위자로 재직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엘리트들이 이들의 손을 거쳐서 지도 체제에 진입했으며 성부급(省部級) 이상 영도 간부로 성장했다.

자기 사람 없는 시진핑

따라서 시진핑 집권 이후 이제 막 3년을 지난 시진핑의 입장에서 보면 시진핑 자신의 정책 비전과 목표를 충실히 이해하고 현실에서 구현해 낼 이른바 '시진핑의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진핑 제1기를 구성하고 있는 최고 지도부 내에 시진핑의 사람이 거의 없다고 평가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하급으로 내려갈수록 더 심하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국의 간부 성장 경로를 보면, 특별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단계별 승진이 정착되어 있다. 과급(科級)에서 처급(處級), 국급(局級), 부급(部級)으로 이어지는 간부 성장에서 부(副)에서 정(正)의 지위를 거쳐 단계를 뛰어 넘는데 보통 3년에서 5년이 걸린다. 따라서 보통 20대 중, 후반에 공직에 들어가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에 성부급(省部級) 영도 간부에 진입한다. 물론 빠른 사람도 있다. 현 국가급(國家級) 간부에 올라간 사람들은 성부급 간부들보다 승진 연한이 짧다.

간단히 말하면 고위직에 있는 간부들 대부분은 기층에서부터 다른 관료들에 비해 매우 빠른 승진을 한 사람들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시진핑 시기 성부급이나 국가급 지위에 올라 있는 간부들은 대부분 장쩌민 시기나 후진타오시기에 단계별 승진을 한 간부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 자신이 간부 충원과 승진을 무기로 자신의 권위를 힘 있게 세우기 위한 정책적 유혹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사실 적실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시진핑 입장에서 자신의 권위를 세우기 위한 간부 줄 세우기는 매우 매력적인 정책 목표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를 구현하기 위한 제반 노력, 예컨대 간부 승진과 이동, 간부의 낙마와 은퇴 등을 통해서 간부사회를 흔드는 파격적인 인사는 최고 권위로서 시진핑이 가질 수 있는 핵심적인 전술인 셈이다.

이러한 흐름이 최근 여러 간부 인사로 나타나고 있다. 선전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황쿤밍(黃坤明)의 중앙선전부 부부장의 기용 등도 이런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2016년 양회(兩會)가 끝나고 계속해서 지방 성급 당위원회 상무위원 등의 인사 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방 성급 당위원회 상무위원은 중앙위원 인재풀을 구성하는 핵심 기반이다.

일반적으로 지방 당위원회는 11명 내외로 구성되어 있다. 서기, 부서기 약간 명, 통전부장, 선전부장, 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조직부장 등이 당연직 상무위원에 이름을 올리고, 군구(軍區)가 있는 경우 사령원이나 정치위원이 상무위원 구성원에 포함되기도 한다.

떠오르는 '60후' 세대 간부들

물론 지방 당위원회에서 정치국 위원이나, 중앙위원, 중앙후보위원은 당내 지위상 지방 당위원회의 당연직 상무위원이다. 최근 지방 간부 인사이동에서 특이한 점은 지방 성급 상무위원 220여 명이 자리를 이동했고, 이들 가운데 110여 명이 이른바 1960년대 이후 출생한 '60후'라는 점이다. 이는 이른바 시진핑 핵심 권력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 가운데, 푸젠 성, 저장 성, 상하이 출신들, 비서 그룹들과 함께 1960년대 이후 출생한 간부들이 중용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 외빈을 만나고 있는 떠오르는 '60후' 세대의 대표 주자 순정차이(孫政才). ⓒwikimedia.org

시진핑이 중용할 수 있는 중요 인재풀이 바로 지방 성급 상무위원들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마오쩌둥이 지방을 통해서 중앙을 포섭해 들어가는 전략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차기 엘리트 충원의 주요 진원지 가운데 하나인 지방 성급 당위원회부터 지도부 교체를 시작해서 중앙으로 옮겨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단계별 승진과 이른바 중국공산당 16대에서 장쩌민과 쩡칭홍(曾慶紅)이 당시 정협 주석인 리루이환(李瑞環) 낙마를 위해 내건 '칠상팔하(七上八下)' 관행을 계속 유지할 경우 현 정치국 상무위원뿐만 아니라 정치국 위원 등의 대규모 물갈이가 예상된다. 이 빈 공간을 시진핑은 지방에서 성장하고 있는 젊은 간부들에서 충원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간부 선발 패턴은 시진핑 집권 후반기인 제19차 당 대회뿐만 아니라 2022년 제20대와 2027년 제21대로 지도부 구성의 장기 전략까지도 포함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게 지켜봐야 하는 대목이다.

'칠상팔하' 적용 시 충칭 시 서기 순정차이(孫政才, 1963년), 광둥 성 서기 후춘화(胡春華, 1963년), 구이저우 성 서기 천민얼(陳敏爾, 1960년), 허난 성 상무위 마오완춘(毛萬春, 1961년), 헤이룽 성 성장 루하오(陸昊, 1967년) 등은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60후' 간부들이다. 이들 외에도 중앙후보위원에 포진해 있는 '60후' 간부들인 광저우 시 서기 런쉐펑(任學鋒, 1965년), 하이난 성 부성장 마오차오펑(毛超峰, 1965년), 장시 성 조직부장 자오아이밍(趙愛明, 1961년, 여), 지난 시 서기 왕원타오(王文濤, 1964년), 자치구 주석 란텐리(藍天立, 1962년) 등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간부들이다.

시진핑이 지방에서부터 자기 사람을 심기 시작한다는 것은 결국 오랜 기간 간부 구성을 좌지우지했던 장쩌민과 후진타오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진핑에 절대 충성을 다짐하고 있지만 성부급 절대 다수 간부들은 사실 장쩌민이나 후진타오 시기 등 이전 시기에 성장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시진핑이 자신의 권위를 확실히 세우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거와의 단절을 시작해야 하고, 이러한 출발점은 바로 자기 사람을 폭 넓게 적재적소에 포진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세대 교체를 통한 권력 공고화 과정을 밟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작업이 지금 현재 중국 지방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따라서 시진핑의 권력 강화를 이해하고 제19차, 제20차 권력구조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지금 현재 지방에서 다양하게 벌어지는 인사 교체, 특히 이른바 '60후'의 움직임부터 살피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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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갑용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중국의 정치 엘리트 및 간부 제도와 중국공산당 집권 내구성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푸단 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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