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 닮아가는 시진핑, 노림수가 있다

[양갑용의 중국 정치 속살 읽기] 죽은 마오쩌둥이 필요한 시진핑

지난 2월 25일, 중국공산당 중앙 조직부는 '시진핑 총서기의 중요 회시 정신의 학습 및 관철이 당위원회 영도집단 건설을 보강할 것이라는 점에 관한 통지(關於學習貫徹習近平總書記重要批示精神加強黨委(黨組)領導班子建設的通知)'라는 비교적 긴 통지문을 각급 당위원회에 하달했다.

일반적으로 '통지'는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당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일종의 암묵적인 규범으로 이번 통지 또한 당 조직과 당원의 행위 준칙 역할을 하게 된다. 이번 통지가 주목받는 이유는 마오쩌둥이 지난 1949년 3월 중국공산당 제7기 중앙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제7기 2중전회)에서 발언한 '당위원회 공작 방법(黨委會的工作方法)'을 67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학습하자는 시진핑의 지시(批示) 때문이다.

이 통지문에는 "시진핑 총서기는 마오쩌둥의 '당위원회 공작방법' 학습에 대해 중요한 지시를 내렸으며, 각급 당위원회 영도 집단 구성원 및 주요 책임자들이 이 저작을 다시 복습해야 한다는 명확한 요구를 내렸다"고 밝히고 있다. 또 각급 당위원회(당조)가 시진핑의 중요 지시가 담고 있는 뜻을 충분히 이해하고 '당위원회 공작 방법'을 중요 학습 내용에 포함시켜 과학적인 공작 방법과 영도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통지는 '중국공산당 지방위원회 공작 조례(中國共產黨地方委員會工作條例)', '중국공산당 당조 공작 조례(시행)(中國共產黨黨組工作條例(試行))'와 함께 실행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당위원회(당조) 영도 집단의 사상 정치 건설, 작풍 건설, 능력 건설을 전면적으로 강화하고 민주 집중제에 대한 자각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시진핑의 지시가 일회성 강조에 그치지 않고 당위원회 영도 집단 건설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전략적 차원에서 준비되어 진행되는 일련의 통치 과정임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럼, 시진핑이 모든 영도 간부들에게 재학습을 요구한 마오쩌둥의 '당위원회 공작 방법'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무슨 내용이기에 67년이 지난 2016년 현재 시진핑이 다시 강조하는 것일까?

'당위원회 공작 방법'은 1949년 3월에 만들어졌다. 이것은 마오쩌둥이 제7기 2중전회에서 했던 발언 가운데 '당위원회 공작 방법'을 체계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모두 12조로 되어 있다. 이 문건의 핵심은 ① 당위원회 영도 집단 건설 강화 ② 당위원회 영도 수준 강화 ③ 당의 집정 능력 강화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이 세 가지는 공교롭게도 시진핑이 그려가고 있는 중국공산당의 통치 전략과 매우 흡사하다.

당 중앙 조직부가 통지문을 내려 보낸 당일, 중앙당교 <학습시보(學習時報)>는 '당위원회 공작 방법' 전문을 게재했다. 이는 67년이라는 시간을 뛰어 넘어 시진핑과 마오쩌둥의 생각이 소통되고 있으며 2016년 현재 시진핑에게 마오쩌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위원회 공작 방법(黨委會的工作方法)'은 <마오쩌둥 선집(毛澤東選集)> 제4권에 수록되어 있다. 당시 마오쩌둥은 '당위원회 공작 방법'에서 12개 방면의 공작 방법을 제시했다.

1) 당위원회 서기의 '반장(班長)' 역할을 잘 수행할 것.
2)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할 것.
3) 상호 정보를 교환할 것.
4) 알아듣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하급에 물을 때 가볍게 찬성 혹은 반대를 표시하지 말 것.
5) '피아노 치는 것'을 습득할 것.
6) (일을) 단단히 틀어 쥘 것.
7) 마음 속에 확실한 '수(당면 문제에 대한 자신감)'를 가질 것.
8) 일하기 전 미리 관련 내용을 알릴 것(安民告示).
9) 기구와 인원을 간소화(精兵簡政)할 것.
10) 자신과 의견이 같지 않은 동지에게 주의(注意)를 기울이고 단결하여 업무를 추진할 것.
11) 오만함을 경계(力戒驕傲)할 것.

12) 두 종류의 한계를 명확하게 구분할 것 등.

시진핑에게 2016년은 제13차 5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출발점에 서 있는 해이기도 하고, 내년(2017년)으로 예정된 제19차 당 대회에서 안정적 후계 구도를 마련해야 하는 한 해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시진핑 자신의 권력이 공고화되어야 한다.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 정권에서 리더십의 핵심은 바로 지도 체제의 안정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장쩌민 집권 이후 정착된 이른바 집단 지도 체제라는 '관행의 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 적어도 지도 체제 문제에 있어서 수평적 권력 구조보다는 수직적 권력 구조가 권력을 집중시키는데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시진핑은 그러한 생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를 구체화하는 길은 역사에서 그 전거를 찾는 일이다. 시진핑이 덩샤오핑을 언급하는 사례보다 마오쩌둥을 언급하는 사례가 부쩍 많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진핑이 보기에 마오쩌둥은 안정되고 튼튼한 권력을 가진 통치자였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공산당의 권력은 절대적이다. 인민들이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고, 이러한 신뢰는 역사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설명되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절대 권력은 개혁 개방 추진과 함께 도전을 받았다. 절대 권력이 개혁의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권력의 분산과 하방(下方)이 도모되었다. 예컨대 최고 지도부 내에 절대 권력이 존재하지 않는 분권형 지도 체제가 형성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것이 바로 분권형 집단 지도 체제이고 이는 분권(分權)과 분공(分工)에 기반을 두고 있다.

시진핑은 이러한 권력 시스템을 바꾸고 싶어 한다. 이러한 기대와 희망이 죽은 마오쩌둥을 자주 불러내고 있다. 마오쩌둥 탄생 100주년 기념 연설에서 보인 시진핑의 마오쩌둥에 대한 신뢰는 덩샤오핑에 대한 기대와 바람 이상인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마오쩌둥은 시진핑이 보고 배우고, 계승해야 하는 절대 권력자이며 '국가 개조'의 실천적인 모습을 담보한 걸출한 혁명가이고 정치가이다.

시진핑의 권력 강화 흐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료들과 인민의 절대적인 지지가 있어야 한다. 특히 관료, 그 가운데서도 영도 간부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신뢰는 지도 체제 안정에 거의 절대적이다. 반부패 움직임도 사실 관료 통제를 위한 중요한 수단인 셈이다. 인민의 지지는 언론 통제를 통해서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우선 관원들을 묶어두기 위한 전술적 차원에서 마오쩌둥이 주장했던 '당위원회 공작'을 잘하는데 필요한 일종의 교범으로서 마오쩌둥의 저작은 영도 간부들을 독려하고 분발시키는데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사실 마오쩌둥이 67년 전에 요구했던 12가지 사항은 시진핑이 지금 관원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내용들과 매우 흡사하다.

죽은 마오쩌둥이 살아 있는 시진핑을 통해서 부활하고 있다고 봐도 손색이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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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갑용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중국의 정치 엘리트 및 간부 제도와 중국공산당 집권 내구성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푸단 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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