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性소수자 혐오' 망언…"동성애, 인륜 파괴"

"동성애 찬성하는 사람 국회의원 되면 나라 꼴 어떻겠나"…오바마·미국은?

김무성 대표가 연일 때아닌 '동성애 혐오' 발언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김 대표는 "동성애는 인륜을 파괴한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는가 하면,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 반대를 주장한 야당 정치인들을 '동성애 찬성자'로 규정하며 공격하기도 했다.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고 혐오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김 대표는 10일 서울 송파병 선거구 지원 유세 연설에서, 상대 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남윤인순 의원에 대해 "남(윤) 후보는 군에서 동성애를 허용할 수 있는 군형법을 발의하려 한다"며 "동성애는 인륜을 배반하는 일인데 군에서도 이런 행위를 하면 군 기강이 어떻게 되겠나. 그런데 벌을 주지 못하게 하는 그런 법을 발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윤 의원이 지난 2013년 발의한 군형법 개정안은 '군에서 동성애를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동성애 비하적 표현이 쓰인 "계간(鷄姦)이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을 처벌한다는 규정을 "사람을 그 의사에 반하여 추행한 사람"에 대한 처벌로 바꾸자는 내용이다.

김 대표는 전날에도 경기 용인정 지역 지원유세에서 "동성애는 인륜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특히 이 지역에는 동성애를 찬성하는 후보가 지금 나와 있지 않는가. 그런 사람이 국회의원 당선이 되면 우리나라 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다른 건 몰라도 그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김 대표가 '동성애 찬성'이라고 한 것의 내용은, 이 지역구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선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지난 2012년 미국 가수 레이디 가가를 '동성애 옹호 가수'라고 주장하며 내한 공연을 막아야 한다던 기독교 목사들을 비판한 것을 일컫는다.

동성애가 찬성이나 반대 혹은 '허용'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레이디 가가를 '동성애 가수'라고 하는 것을 비판하면 그것이 '동성애 찬성'이 되는지는 차치하더라도, 남윤 의원이나 표 전 교수보다 훨씬 더 동성애 차별 금지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혀 온 정치인이 국회의원이 아니라 대통령에까지 당선된 나라의 "나라 꼴"을 비하한 것으로 여겨지는 발언이어서 눈길을 끈다. 바로 세계 최강대국이자 한국의 '혈맹'인 미국이다.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6월 동성 간의 결혼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 판결에 대해 "미국의 승리"라며 "모든 미국인이 평등하게 대우받을 때 우리는 더욱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에서 '동성애' 자체는 정치적 찬성·반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사회 제도인 '동성 간의 결혼' 허용 여부만이 토론 대상이 돼 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이전 상원의원이던 시절부터 '동성 결혼' 이슈에 대해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 왔지만 2008년 미국 대통령이 됐고, 2012년 재선에 성공했다. 미국의 "나라 꼴"은 모든 면에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한국 새누리당 대표로부터 걱정을 들을 처지로까지 전락하지는 않았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일 것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해당 미 연방대법원 판결에 대해 "미국 인권을 진전시킨 거대한 한 걸음"이라고 평가하며 "역사적 판결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한 바 있다. 반 총장은 2014년 유엔 전 직원의 동성 결혼을 인정한다고 밝히며 "동성애 혐오에서 벗어날 것을 모든 유엔 구성원에게 촉구한다"고 했고, 같은 해 2월에는 이례적으로 유엔 회원국인 우간다에 대해 "동성애 처벌법을 즉각 철회하라"고 공개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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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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