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공천에서 배제된 더불어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총선 불출마 및 당 잔류를 선언했다. 앞서 전 의원이 자신의 공천 배제에 격분해 있고, 탈당 후 무소속 출마 혹은 국민의당 행을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막상 전 의원의 선택은 예상 밖이었다.
전 의원은 22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30년을 헌신해온 당에서 부당한 공천 과정을 겪으며 큰 충격과 고민이 있었다"며 "이번 공천 과정은 누가 보더라도 합리적이지 않았고, 상식적이지도 않았으며, 더더욱 공정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잠시 당을 떠날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전 의원은 그러나 "최근 당의 근간이 흔들리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더더욱 당에 남아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며 "저에게 (더불어)민주당은 민주 60년 역사의 30년을 함께 해 온, 저의 생명과도 같은 당이기 때문"이라고 당 잔류 결심을 밝혔다. 그는 "이제 '석과불식(종자로 쓸 과일은 먹지 않음)'의 심정으로 정권 교체를 향한 새로운 좌표를 찾아 나서겠다"고 했다.
전 의원은 앞서 공천에서 배제된 후 국민의당 측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도 "권노갑 전 고문이 전화를 주셨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무소속 출마와 국민의당 입당, 불출마 등 여러 선택지를 두고 고심을 거듭했으며, 당초 20일께 입장 발표를 예정했으나 회견을 미뤄 왔다. (☞관련 기사 : 더민주 '컷오프' 부좌현, 국민의당 입당…전병헌도 고민 중)
구 동교동계의 막내 세대 격으로 정계에 입문한 전 의원은 서울 동작갑에서 3선을 한 중진이다. 정세균 대표 시절 정 당시 대표와 가까워 '정세균계'로 분류됐다. 당 원내대표를 지냈고, 2015년 2.8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입성한 후에는 정청래 전 최고위원과 함께 지도부 내에서 '친(親)문재인' 성향 최고위원이라는 평을 들었다.
전 의원은 회견에서 "20년 전의 일이 떠오른다"며 "당에 입문한 지 10여 년이 흘렀던 1996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저에게 김대중 당시 총재께서 '전 동지, 모두가 출마하면 대선은 누가 치르겠는가. 전 동지는 대선을 준비해서 나와 함께 청와대로 들어가자'고 하셨다. 저는 정권 교체를 위해 헌신했다"고 했다.
이는 1996년과 마찬가지로, 2016년은 대선 전 해다. 대선 국면에서 자신의 정치적 역할을 찾겠다는 경로 설정을 시사한다. 총선 불출마일 뿐 정치적 재기의 기회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동작은 저의 사실상의 고향이자 터전"이라며 "잠시 숨은 돌릴지라도 동작구민과 더불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세상을 향해 새롭게 진군해갈 것"이라고 지역구 탈환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동작구민 여러분, 앞으로도 저와 함께해 달라. 저도 여러분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도 했다. 현재 더민주는 전 의원 지역구에 영입 인사인 김병기 전 국정원 인사처장을 전략 공천했다.
전 의원은 또 "아울러 앞으로도 e-스포츠 발전과 게임 산업 진흥을 위한 헌신은 계속될 것"이라며 지지층 관리 의지도 보였다. 전 의원은 국회 상임위(미방위) 활동을 하며 셧다운제 반대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히며 주로 젊은 층인 게임 이용자들의 지지를 받았고, 온라인게임 관련 행사에 '코스프레(게임 주인공이나 캐릭터로 분장하는 것)'를 하고 나타나 환호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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