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해고' 등의 노동관련법 개정을 밀어붙이는 정부여당과 맞서 '총선 투쟁'을 결정했던 한국노총(위원장 김동만)의 현직 임원 3명이 새누리당에 비례대표 공천 신청을 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현직 임원 뿐 아니라 전직 임원들도 13일 끝난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공천 신청자 명단에 이름을 대거 올렸다.
한국노총 현역 임원 가운데 새누리당에 비례대표 국회 의원 공천 신청을 한 사람은 총 3명이다. 이병균 사무총장과 김주익 수석부위원장, 임이자 여성담당 부위원장이 그들이다.
이병균 사무총장은 금속노련 위원장 출신으로 김동만 현 한국노총 위원장과 러닝메이트로 선거에 나서 당선된 인물이다. 김주익 수석부위원장은 자동차노련 위원장 출신이고, 임이자 부위원장은 식품노련 출신이다. 이들은 한국노총에 임원직 사퇴 의사를 아직 밝히지는 않았다.
이병균 사무총장과 임이자 상임부위원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신청 사실을 인정했다. 지난해 9.15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낼 당시 협상 관련 실무총책임자를 맡았었던 이병균 사무총장은 "꼬이고 있는 노정정국 속에서 당과 한국노총 사이의 교두보 역할을 하기 위해 결단을 했다"고 말했다. 김주익 수석부위원장은 "공천 신청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나중에 통화하자"는 말만 남겼다.
복수의 한국노총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직 외에도 문모 전 한국노총 위원장, 유모 전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신모 전 한국노총 울산지역본부장, 백모 전 한국노총 사무총장 등이 새누리당에 비례대표 공천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구에서는 장석춘 전 한국노총 위원장이 구미을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해 선거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의 공천 신청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노총 내부도 시끄러운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지난 2월 24일 있었던 대의원대회 결정 사항을 전직도 아닌 현직 임원이 위반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은 대의원대회를 통해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정부의 양대지침 폐기와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를 위해 4.13 총선에서 "반노동 정권 및 정당과 맞서 싸우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 10일 창립 70주년 기념식에서도 "대의원대회 결의에 따라 이번 총선에서 기필코 반노동 정권과 정당을 심판해 노동에 대한 삐뚤어진 인식과 노동개악 추진 음모를 반드시 꺾어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이병균 사무총장은 "친노동계 후보는 (정당에 관계없이) 다 지원하기로 했던 만큼 (새누리당 공천 신청이) 한국노총의 방침과 큰 차이는 없다"고 주장했다. 김동만 위원장의 임원 선거 러닝메이트였던 이 사무총장은 공천 신청 전에 김동만 위원장과 상의를 했냐는 질문에 "전혀 얘기 안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이자 부위원장은 "반노동 정당이 어디냐는 각 산별마다 입장 차이가 있다"며 "여당이든 야당이든 많이 보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고 해명했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책임 있는 자리의 분들의 행동이니 조직이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9월 15일 노사정 합의문에 서명했으나,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반발하며 지난 1월 노사정 합의 파기를 선언했었다.
한편, 이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함께 개최한 '총선 노동·민생 정책 공약 비교평가 대토론회'에서는 새누리당의 노동 정책과 공약이 노동계의 요구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한국노총이 공개 질의한 '20대 총선 정책요구' 10개 항목에 대한 각 정당의 답변을 분석한 결과, 새누리당은 10개 항목 모두 동의하지 않거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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