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노사정안 파기…4월 총선서 심판"

일반해고,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안 관련 "가처분 및 위헌심판 청구"

한국노총이 정부‧여당과 지난 9월 15일 합의한 노사정안의 무효를 선언했다. 이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2가지 지침(일반해고안,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안) 관련, 가처분 소송 및 위헌심판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산하조직과 공동대응 하겠다는 입장이다. 4.13 총선에서 조직적 심판투쟁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과의 공동투쟁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은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1.5 노사정 합의는 정부‧여당에 의해 처참하게 짓밟혀 휴짓조각이 되었다"며 "완전 파기되어 무효가 되었음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와 여당은 가증스럽게도 자신들이 명백하게 9.15노사정합의를 위반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지침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사태를 파국으로 몰고 왔다"며 "그럼에도 적반하장식으로 그 책임을 우리 한국노총에 뒤집어 씌우는 작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 기자회견문을 낭독 중인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프레시안(허환주)

"해고의 칼바람만 세차게 불고 있다"

이들은 "노사정이 합의했던 대기업 30만 개 신규 일자리 창출,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18만 개 청년 일자리 창출도 전혀 실현되지 않고 있다"면서 "오히려 금융, 공공, 제조업을 중심으로 강제적인 성과연봉제의 광범위한 확산과 해고의 칼바람만이 세차게 불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는 노사정위 합의사항을 위반한 내용이 포함된 정부‧여당의 노동5법이 국회에서 여야 합의처리가 불투명해지자, 부랴부랴 지침을 서둘러 발표하면서 9.15 노사정합의의 판을 깼고, 역사적인 노사정합의문을 한낱 휴짓조각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2월 30일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력운영과 취업규칙 관련 전문가 논의자료’를 배포했다. 정부는 이를 두고 "전문가 논의를 위한 검토 자료이고 향후 추가 논의와 노사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노사정위 합의안'을 마련할 때부터 주장해온 저성과자 해고와 근로자 동의 없는 취업규칙 변경을 골자로 하고 있어 논란이 됐다. 이를 두고 전문가 좌담회 형식을 빌려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관련 2가지 지침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한국노총은 판단한다.

한국노총은 "오늘을 기점으로 그동안 협상기조에서 벗어나 정부와 여당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정책에 맞선 전면적인 투쟁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며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대한 정부 지침이 위법 부당하다는 전문가 지적이 있는 만큼 이에 맞서 법률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그간 자본과 정부를 상대로 충실히 대화해왔다"며 "하지만 노동자만 계속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우리 노동자들이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기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약자를 보호하는 것도 노조의 역할"이라며 "우리는 저성과자들을 일방적으로 내몰 수도 없다. 오늘 안타깝게도 이런 자리를 가지게 돼서 유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노총, 4.13 총선에서 조직적 심판투쟁

현재 논란이 되는 정부의 2가지 지침 관련, 9.15 노사정위 합의안에서는 충분한 논의한 뒤 안을 만들기로 했다. 2가지 지침 중 하나인 '일반해고'는 저성과자나 근무불량자를 해고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나머지 하나인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는 노동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노동자의 동의를 받도록 한 법규를 완화하는 것을 말한다.
합의 당시 일반해고의 경우, 관련 전문가가 참여해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법과 판례에 따라 명확히 하기로 결정했다.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도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개정을 위한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고,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그동안 정부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2가지 지침을 추진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한국노총은 지난 11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노사정 합의 파탄을 선언하고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등 양대지침에 대한 무기한 논의, 노사정 합의에 부합하도록 노동 5법의 수정 등 정부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노사정이 만나서 협의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재확인해 사실상 한노총의 제안을 거부했다.

한국노총이 노사정 합의안 파기를 선언함에 따라 정부도 더는 노동계 눈치를 보지 않고 양대 지침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개혁 법안은 야당의 반발로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행정지침인 양대 지침은 정부가 독자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노총도 대화를 거부하고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2가지 지침 관련 가처분 소송, 위헌심판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비롯해 산하조직에 대응지침을 시달, 적극적으로 맞서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4.13 총선에 대비해 총선공약을 마련하고 박빙이 예상되는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반노동자 후보와 정당에 대해서는 조직적 심판투쟁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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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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