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신당 '영입 취소' 허신행 "인격살인 사과하라"

호남 현역들 신당 내 입지 약화될 듯…책임론도 나와

창당을 앞둔 국민의당, 이른바 '안철수 신당'이 비리 인사 영입 파동을 겪으면서, 이 파동이 신당 내의 세력 구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주목받고 있다. 신당의 이미지에 맞지 않는 인사 영입을 발표하고, 이를 3시간만에 취소한 데 이어 이들 가운데 일부가 영입 취소 통보에 반발까지 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이들의 영입을 주도한 이가 호남 출신 현역의원들로 알려지면서, 이들의 입지가 옹색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탈당하고 온다고 다 공천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신당 핵심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왔던 것을 감안할 때, 이번 사태가 이들의 재공천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확률이 있다.

허신행 "안철수 사과하라…답 안하면 2차 행동"

허신행 전 농림수산부(현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일부) 장관은 11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회견을 열고 "저는 국민에게 희망의 불씨를 지피겠다는 일념으로 국민의당 당사에서 창당 주역들의 입회 하에 신당 참여를 밝혔으나, 불과 2시간 30분만에 본인에게 소명의 기회나 통보마저 없이 '영입 취소'라는 대국민 발표를 (당)함으로써 언론에 의한 '인격 살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허 전 장관은 "제가 공천을 요구한 것도 아니고, 새로운 정치발전에 기여코자 의병의 심정으로 입당했던 저의 충정을 살펴보지도 않은 채 무죄로 판결된 과거의 조그마한 사건을 (이유로) 사실 확인도 없이 큰 죄인처럼 언론에 의해 매도(되게) 한 것은 저에게 씻을 수 없는 큰 충격"이라며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과 국민의당에, 소명 절차도 없는 졸속 영입 취소로 저에게 씻을 수 없는 '인격 살인'을 받도록 한 데 대해 정식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현역의원의 소개가 있어야 가능한 국회 기자회견장 사용이 가능했던 것은, 허 전 장관의 고향인 순천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김광진 의원(초선, 비례대표)의 주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허 전 장관은 "국민의당 발기인 대회에서 안철수 위원장은 '배려가 있는 나라, 그리고 실패한 사람에게도 다시 기회를 주는 나라로 만들도록 제 한 몸을 던지겠다'고 말했는데, 1·2·3심 재판에서 모두 무죄로 밝혀진 죄 없는 사람을 영입해 놓고 '인격 살인'을 해도 괜찮다는 것이냐'며 안철수 의원의 사과를 요구하고 "답이 없을 때는 2차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지난 8일 국민의당은 허 전 장관과 김동신 전 국방장관, 한승철 전 검사장 등 5명의 인사를 신당에 영입한다고 밝혔다가, 이들의 비리 연루 의혹이 문제가 되면서 3시간만에 한상진 창준위원장과 안 의원이 영입 취소를 선언함과 함께 대국민 사과까지 하는 일대 해프닝을 빚었었다.

허 전 장관은 지난 2003년 서울농수산물도매시장관리공사 사장이던 시절,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국회의원의 청탁을 받고 답안지 바꿔치기 등을 통해 국회의원 후원회장 자녀를 부정 채용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허 당시 사장이 그런 일을 저지른 적 없다는 게 아니라 설사 그런 일을 했다라도 우리 형법의 법리상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가는 것이었다.

김동신 전 장관은 1999년 육군참모총장일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만나 이른바 대선 '북풍' 조작사건 연루 혐의에 대한 청와대 조사를 무마해 달라며 100만 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이 문제가 됐고, 한승철 전 검사장은 결국 증거 부족으로 무죄가 나오긴 했으나 지난 2010년 문화방송(MBC) TV 의 '검사와 스폰서' 편에서 건설업자 정모 씨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았다고 지목받았던 인물이어서 논란이 됐다.

신당 내에서 '책임론' 들먹…재공천 가능할까

일회성으로 끝났어도 조용히 넘어가기 힘든 일인데, 허 전 장관이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추가 대응을 예고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내의 다른 세력들은 이를 내심 즐길 것으로 보이면서 안철수 신당 내에서 이들의 영입을 주도한 이들에 대한 책임론이 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 신당 관계자는 "5명의 인사들을 영입한 것은 김동철·황주홍 의원"이라며 허 전 장관의 사과 요구에 대해 "(그의 영입을 주도한) 황 의원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허 전 장관 등의 인사 영입은 황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탈당파 의원들의 의사가 크게 작용한 결과다. 안 의원과 이태규 창당실무준비단장 등 안 의원의 측근 그룹에서는 이들 의원들이 검증 절차를 마친 줄 알았거나 이들의 보증을 믿고 검증 작업을 철저히 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이들 현역의원들의 경우 이번 사태 이전에도 '새 정치'라는 이미지에 맞는 인물들이냐는 문제 제기가 꾸준히 나왔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 등 야권에서는 "호남 민심이 (더불어민주당에) 나쁘다는데, 그렇게 된 이유는 문재인 대표 때문만이 아니라 호남의 현역의원들에 대한 교체 요구(때문이기도 하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안 의원은 광주를 방문해 시민들과 만나는 행사 자리에서 한 참가자로부터 "안 의원이 정치 혁신이 필요하고, 그 혁신은 새로운 정치라고 말씀했는데 요즘 구 정치인들을 향해 구애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구정치를 했던 사람들과 함께 가는 게 과연 새로운 정치인가 의문을 갖게 된다"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안 의원은 이 질문을 받고 "야권에서 흔히 하는 게 '기울어진 운동장' 이야기"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려면 생각이 달라도 목적이 같은 사람은 같은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신에 공직 후보자 공천만은 투명하고 혁신적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이처럼 신당 참여 선언을 한 현역의원에 대한 재공천 또는 '물갈이'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문병호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나와 "(현역 재공천은) 민감한 문제인데,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국민들께서 현역을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50%를 넘고 있다. (탈당한) 모든 분들에게 공천을 드릴 수 없고, 엄정한 심사를 거쳐서 국민 눈높이를 맞춰 공천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유성엽 의원도 "탈당해서 온 현역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무조건 공천을 보장하는, 확정하는 것은 예상하기 어렵다"며 "저조차 제 지역구에서 복수의 후보자들이 경쟁하면 경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발언을 한 의원들의 지역구는 수도권(문병호), 전북(유성엽)이다. 반면 허 전 장관, 한 전 검사장 등 문제 인사들은 광주·전남 출신으로, 이들의 영입을 주도한 의원들 또한 광주·전남이 지역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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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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