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은 '연대 보증인'이다

[시사통] 1월 8일 이슈독털

김한길 의원의 '안철수 신당' 합류는 뉴스 같지도 않은 뉴스입니다.

더불어민주당 탈당 선언 때부터 그의 안 신당 합류는 기정사실로 여겨졌으니까요. 기정사실은 구문이지, 뉴스가 아니죠. 그런데도 언론은 관심을 집중합니다. 타이밍 때문인데요. 언론은 너나 할 것 없이 '빠르다'고 보고 있습니다. 안 신당의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더민주당 순차 탈당과 안 신당 일괄 입당 시나리오에 따라 김한길 의원이 움직이고 있다고 봤던 언론은 탈당 나흘 만의 안 신당 조기 합류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대답은 이미 나왔습니다. 어제 안 신당 합류를 선언한 김한길 의원은 "인재 징집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인재를 구하고 모셔오는데 함께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안철수 의원도 "이 당은 안철수 개인의 당이 아니다. 정말 우리나라 최고 인재를 찾는데 열심히 노력하고자 한다"고 말했고요. 김한길 의원의 조기 합류는 인재 영입에 탄력을 붙이기 위해서입니다.

헌데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까, 좀 이상하지 않나요? 김한길 의원의 조기 합류가 인재 영입에 결정적 변수가 된다는 걸 선뜻 납득할 수 있나요? 오히려 김한길 의원이 아니라 안철수 의원이 직접 나서야 인재 영입이 더 수월해지는 것 아닌가요? 더 있습니다. 김한길 의원이 인재 영입에 나서야만 한다 하더라도 꼭 안 신당 합류 절차를 밟은 다음에 움직여야 하는 건가요? 세상이 그의 안 신당 합류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는데 굳이 그런 합류 절차를 밟아야만 하는 걸까요?

이런 상식적인 궁금증을 푸는 열쇠는 안철수 의원의 말에 녹아 있습니다. 그가 그랬죠? "이 당은 안철수 개인의 당이 아니다"라고요. 나아가 안철수 의원이 신당의 대표를 맡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정설처럼 퍼져 있고요. 한 마디로 신당을 '안철수당'으로 만들지 않을 테니 함께 하자는 뜻인데요. 여기서 제3차 의문이 싹틉니다. 안 신당은 누가 뭐래도 안철수의 존재를 상징 마크로 하고, 안철수의 지지율을 추진 동력으로 하는 정당인데 왜 안철수 색깔과 안철수 입김을 빼려 하는 걸까요?

바로 이 대목에서 안 신당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습니다. 안 신당의 현주소는 불안의 날줄과 불신의 씨줄이 교차하는 지점입니다.

안철수 지지율이 고공을 날면 그의 우산 밑으로 들어가도 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안철수 지지율은 '대략 3등'입니다. 그래서 불안합니다. '안철수 마케팅'이 자기 영달을 담보하는 최고의 프로모션이 될 수 있을지 고개 갸웃거리고 있습니다.

현실이 이렇다면 자기 보전의 여지를 최대화하기 위해 안 신당을 정치적 지분과 이익의 공유체로 만들어야 하고, 공유체의 운영은 마땅히 개방적이어야 하는데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안철수의 '유아독존' 면모와 안철수 측근의 '호가호위' 행태가 나타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김한길의 조기 합류는 영입 대상들의 이런 불안과 불신을 달래기 위해서입니다. 김한길을 '연대 보증인'으로 내세우기 위해서입니다. 김한길의 오랜 정치 이력을 기획 능력으로 연결해 불안감을 달래고, 김한길의 안철수와의 동렬 위치를 조정능력으로 연결해 불신감을 씻으려 하는 것입니다.

'연대 보증인 김한길'을 조기에 내세울 만큼 안 신당은 투자 유치에 애를 먹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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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평론가 김종배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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