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결국 탈당…성공한 적 없는 실험, 이번엔?

더민주 탈당 원심력 강화될 듯…요동치는 야권 지형

안철수 의원과 함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지냈던 김한길 의원이 3일 더불어민주당(옛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하면서 야권 정치 지형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을 포함해 김한길계 의원 4~5명은 향후 '안철수 신당'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김한길계 의원의 탈당을 가정하면, 탈당파는 총 10명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교섭 단체 구성 요권인 20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김 의원의 결단으로 인해 다른 중진 의원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더 넓어지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밖으로 나가려는 원심력이 강화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된 셈이다.

"양당 체제 청산야권 승리 위해 탈당"

김한길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당을 떠난다"며 "마침 새해를 여는 즈음에, 저는 새 희망을 향해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저는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해 다시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민주 반민생 반역사의 정치를 고집하는 박근혜-새누리당 정권, '보수의 탈을 쓴 수구 세력'에게 기필코 승리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탈당 이유를 밝혔다.

김 의원은 "오늘의 제 선택이 고뇌가 점점 더 깊어가는 동지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드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승용 최고위원, 최원식 의원 등 이른바 '김한길계'의 동반 탈당을 시사한 것이다.

김 의원은 "애오라지 계파 이익에 집착하는 패권 정치의 틀 속에 주저앉아 뻔한 패배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이기기 위해서는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2014년 3월 민주당 대표 시절 안 의원이 이끌던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와 통합을 통해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었다. 안 의원과 김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 창업주다.

김 의원은 창당 당시를 회상하며 "통합을 의논할 당시, 안철수 의원은 민주당의 패권 세력에게 자신의 꿈이 좌절당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던 게 사실이었다. 저는 국민을 믿고 공동대표로서 함께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약속드렸지만 결과적으로 저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패색이 짙었던 지방 선거를 돌파하고 나자, 어렵사리 모셔온 안철수 의원을 패권 정치는 급기야 밖으로 몰아내고 말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제는 우리 모두가 변해야 한다. 이제 백지 위에 새로운 정치 지도를 그려내야 한다"며 "우리 정치권에 창조적 파괴를 통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 수명이 다한 양당 중심 정치의 적대적 공생 관계를 허물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새로운 정치 질서를 요구하는 국민의 열망을 겸허히 받들기 위해, 저는 밀알이 되고 불씨가 되고 밑거름이 되겠다"며 "저는 이제 묵은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우리 정치의 새 장을 열어가는 데에 진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탈당 후 안 의원과 함께 하는 의원은 김동철·문병호·유성엽·황주홍 등 네 명이다. 김한길계로 분류되는 최재천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터라 안철수 신당 창당 과정에서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김한길 의원 계파인 주승용, 노웅래, 최원식, 정성호 의원 등의 동반 탈당 가능성이 점쳐진다.

성공한 적 없는 김한길 실험, 이번엔 다를까?

김한길 의원의 탈당 선언에서 주목되는 점은 "양당 중심 정치의 적대적 공생 관계"를 청산"한다고 하면서도 "야권의 승리로 가는 길에서, 저는 늘 여러분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한 부분이다.

과거 17대 대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 의원 23명과 동반 탈당해 '중도개혁통합신당'을 만들어 여당(지금의 야당)을 해체한 경험이 있는 김 대표가 이번에 택한 것은 '3당 구도'다. 과거의 실험이 실패로 귀결된 만큼, 다른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는 고심이 읽힌다.

'야권의 승리'를 언급한 부분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염두해 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김 의원과 안 의원이 만나 구상했던 새정치 실험은 초라하게 끝이 났다. 2013년 3월 합당 후 새정치민주연합은 6월 지방 선거에서 컨벤션 효과를 기대했던 만큼 누리지 못했다. 인천과 경기를 빼았겼던 것은 뼈아픈 일이다. 이후 7월 재·보선 공천을 주도했지만 참패한 뒤 둘 다 대표직을 내놓았다.

'3당 구도'를 염두에 둔 김 의원의 실험은 성공할까? 연대 없는 총선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야권의 승리"를 김 의원은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 지는 미지수다. 아직 검찰 쪽 분위기는 잠잠한 상황이지만, 성완종 리스트 연루설도 그에겐 '복병'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