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거대한 기만…위안부 재협상하라"

"진정 불가역적인 것은 일본의 여성 인권 유린"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29일 한일 양국이 전날 선언한 '위안부' 문제의 최종 합의를 "불가역적이고 비가역적일 수 없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부당하고 굴욕적인 협상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기자 회견장을 찾아 "이번 합의는 절차에 있어서 치명적 결함과 내용에 있어서 굴욕적인 협상이다. 해결은 고사하고 해결을 위한 출발점도 되지 못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심 대표는 협상 결과의 문제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 설명했다.

그는 우선 "피해 당사자를 배제하고 피해자의 의견이 묵살된 이번 합의는 절차적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고 했다. 심 대표는 "인권 범죄에 대한 처리 과정에서 최우선적으로 지켜져야 할 원칙은 피해자 중심의 관점"이라면서 "정부의 역할은 사실 피해자를 대리하는 것인데 이번 협상 전 과정을 거치며 정부는 피해 할머니들로부터 어떠한 의견도 묻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마음대로 협상을 끝내고 나서 대승적 견지 운운하며 양해를 요구하는 것은 참으로 무례하고 몰상식한 일"이라고도 지적했다.

두 번째 문제점은 "내용에서 거대한 기만으로 가득 찬 굴욕 협상"이라는 점이다. 심 대표는 위안부 문제 해결의 "핵심은 위안부 제도가 국가적 범죄라는 사실과 이에 따른 법적 책임을 (일본이) 인정하는 데 있다"고 짚으며 "그러나 이번 합의는 이와 관련해서 조금도 진전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법적 책임도 명기하지 못했으면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인권 협상의 기본을 망각한 것"이라면서 "반성 없는 일본에 면죄부를 줬다"고도 강조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 무능'을 심 대표는 지적했다.

그는 이번 위안부 합의를 "박근혜 정부의 무능 외교가 부른 참사"라고 규정하며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민감한 역사 문제와 정상 외교를 연계하는 자충수를 두었다"고 지적했다.

"철저히 국익을 좇아야 하는 냉엄한 국제 정치와 좋든 싫든 일본을 대면해야 하는 한국의 외교 현실에서 대일 관계는 실용적 관점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데, 박 정부는 "역사를 정치화"함으로써 참사와 같은 이번 합의를 하게 됐다는 비판이다.

심 대표는 "이런 미숙한 전략이 한일 외교의 장기간 공전을 낳았고, 이는 미-중이 각축하는 격랑의 동북아 질서에서 두고두고 한국 외교의 발목을 잡았다"면서 "때문에 이번 협상에 대한 비판을 정치적 반대자들의 발목 잡기로 호도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심 대표는 이어 "진정 불가역적인 것은 과거 일본이 부당한 식민 지배를 하며 여성의 인권을 처참하게 유린했다는 역사적 사실"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따라서 "한시적으로 권력을 위임받은 정치 지도자 두 명(박근혜-아베)이 (위안부 문제를) 치워 버리기로 했다고 해서 치워지는 것이 아니다"면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리석고 오만한 정치 지도자들은 부끄러운 과거를 지우고, 수정하려고 했다. 이번 위안부 합의는 역사에 무지하고 오만한 정치 지도자들의 무모한 정치적 거래로 역사책에 기록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심 대표는 "무엇보다 소녀상 이전은 결코 용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도 했다.

그는 일본이 합의 이후에도 "집요하게 소녀상 철거를 요구한다는 사실 자체가 있는 합의문 문구가 어떻든 위안부 문제에 대한 아베 정부의 인식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만 확인시켜줄 뿐"이라면서 "빌리 브란트 독일 총리가 폴란드에서 나치에 희생된 유대인 희생자 추모비에 무릎을 꿇고 사죄한 일은 진정어린 반성과 사과가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소녀상은 한·일 시민 모두에게 부끄러운 과거를 기억하게 하는 살아있는 역사책"이라면서 "미래에 일본 지도자가 소녀상 앞에 진심으로 무릎을 꿇을 때, 위안부 문제는 매듭 지워질 수 있을 것이다. 또 인권과 평화와 공영에 바탕하는 한·일 우호관계도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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