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에게 '탈당 러시'보다 무서운 것은?

[분석] 文-安 '제로섬 게임' 시작…더 거세진 '문재인 흔들기'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추가 이탈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그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신 안철수 탈당에 대한 '문재인 책임론'이 당 내에서 불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황주홍·유성엽, 탈당해도 '호남신당' 쪽송호창은 탈당 안할 듯

안철수 의원 진영은 의외로 조용하다. 황주홍, 유성엽 의원이 곧 탈당할 것으로 보이지만, 두 의원 모두 안 의원 계파는 아니다. 문병호 의원과 함께 '친안(親安)'으로 분류되는 송호창 의원(경기 의왕·과천)도 탈당과 관련해 미지근한 태도를 보인다. 안 의원과 함께 하는 현역 인사는 문병호 의원이 거의 유일한 상황이다.

새정치연합의 당무 감사 거부로 황주홍 의원(전남 장흥·강진·영암)은 사실상 징계 위기에 처해 있다. 황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탈당 단계가 1차, 2차, 3차까지 가지 않겠느냐"라며 "그래서 궁극적으로 한 20~30명 정도가 규합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탈당 후 신당의 모습에 대해서는 "통합 신당"을 언급했다. 안철수 신당이 아니라, 박준영, 박주선 신당 등 호남 세력을 아우를 수 있는 통합된 모습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황 의원의 진짜 속내는 알 수 없다. 본인의 말대로라면 본인이 군소 정당에 몸 담게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데, 이날 인터뷰에서는 군소 정당에 유리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부정적인 인식을 보여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역시 당무 감사 거부로 징계 위기에 처해 있는 유성엽 의원(전북 정읍)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생각으로 탈당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안철수 독자 신당) 창당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미 창당을 추진 중인 그룹들이 2~3개가 있으니 창당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 분들과 상의해서 묶어낼 것인지 여러가지 상황을 봐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탈당파인 황 의원과 유 의원이 안철수 신당 합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안철수 의원 측 역시 두 인사와 꼭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분위기다.

안 의원의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병호 의원(인천 부평갑)은 탈당이 확실시 된다. 반면 문 의원과 함께 '친안(親安)' 의원으로 꼽혔던 송호창 의원의 분위기는 묘하다. 문 의원은 교통방송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 '송 의원이 탈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사실이냐'는 질문에 "글쎄요, 송호창 의원은 아무래도 초선이고 이런 야당이 나눠진다는 것에 대해서 좀 불안감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통합을 해야 한다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탈당에 부정적인 것이다.

▲안철수 의원이 13일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주류 대부분 탈당 안하고 문재인 사퇴 공세에 '올인'

안 의원은 15일 자신의 고향인 부산을 방문한 후 17일에는 '야권의 심장' 광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14일엔 자신의 지역구를 방문했다. 지지자들에게 자연스럽게 탈당 이유 등을 설명하는 자리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안철수 의원 진영은 아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안 의원과 함께 하는 당직자 등의 탈당 움직임도 말만 무성할 뿐 행동은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탈당 예상군으로 분류됐던 몇몇 인사들이 문 대표 체제를 더욱 거세게 흔들고 있는 모습이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심과 당심은 문재인 대표에게 구당 차원의 결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아무런 조치도 없이 오늘의 사태를 가져오게 한 원인은 전적으로 문재인 대표에게 있다"며 "문재인 대표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비주류 모임인 구당모임도 성명을 내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대선, 4.29 보선, 10.28지방 재보궐선거에 있어서 패배의 책임도 지지 않았으며 성찰하지 않음으로써 승리의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는 내년 4월 총선을 치룰 수 없다"며 "문재인 대표는 당내의 혁신과 책임 정치 요구에 대하여 공천이나 요구하는 세력으로 매도하여 당내 분열을 가속화시켰다"고 안 의원 탈당과 당내 분열의 책임을 문 대표에게 돌렸다.

이들은 이어 "문재인 대표는 당 대표로서 작금의 상황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실상 문 대표 사퇴와 함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비주류가 안 의원의 탈당 책임론을 문 대표에게 씌우고 있는 것이다.

安 세력 확장 위해선 당에 남아 문재인 먼저 끌어내야?

안 의원 탈당이 당 내분의 명분으로 작용하는 상황은 심상치 않다. 초반 연쇄 탈당이 없는 현 상황에 대해 많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안 의원을 따르는 일부 의원을 포함해, 문 대표에게 불만이 있는 비주류가 탈당 대신 당에 남아 문 대표를 더욱 거세게 흔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즉, 탈당 보다는 문 대표 흔들기에 전념하는 것이다. 안 의원이 탈당 후 비교적 여유롭게 행동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제 1야당이 내분으로 흔들릴 수록, 당외 야권 세력은 힘을 받는다. 안 의원이 이탈의 물꼬를 텄다고는 하지만 당 밖 세력이 초반부터 확장성을 띠기는 힘들다. 야당 내부의 '제로섬 게임'이 먼저 선행될 수밖에 없다. 이같은 논리대로라면 새정치 내부의 문 대표 흔들기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탈당 요구를 받고 있는 김한길 전 대표나 주승용 전 최고위원, 문 대표에 불만이 높은 비노계 등이 이탈하지 않고 당 내에 남아 있는 것도 문재인 체제를 흔들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받는다.

문 대표는 추가 탈당을 막아야 함과 동시에 당내 비주류의 강한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중고'다. 추가 탈당보다 더 무서운 것이 '탈당하지 않는 비주류'라는 게 문 대표 앞에 놓인 아이러니다. 문 대표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낼지 주목된다.

다만 문 대표 흔들기의 반사 이익이 안 의원에게 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안 의원 측과 비주류가 만약 이같은 '역할 분담'을 했다면, 자칫하다 더 큰 역풍에 휘말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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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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