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지옥", "과로 온몸 저림"…삼성전자 연구원 유족, 산재 신청

유족·사회단체 "극심한 업무상 압박, 스트레스가 죽음의 원인…산재 인정해야"

"나는 문제가 많은 사람입니다."

"사과문 제출."

"빨리 빨리 빨리 빨리."

- 삼성전자 연구원 고(故) 김치엽 씨가 남긴 업무 메모 일부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반도체 연구원 고 김치엽 씨 유족이 고인의 사망은 극심한 업무상 압박과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며 산재를 신청했다.

김 씨 유족은 반올림 등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과 함께 6일 서울 서초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고인의 아버지 김영구 씨는 "아들은 삼성전자에 입사하게 돼 누구보다 기뻐했고, 저희 가족도 그 모습을 보며 삼성전자를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도 채 되지 않아 아들은 죽음으로 내몰렸다"며 "삼성전자로부터 어떠한 사과나 해명도 듣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들은 죽음을 앞두고 극심한 우울증과 수면장애로 큰 고통을 겪고 있었고, 일상적인 근무를 할 수 없어서 회사와 휴직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확인되며, 사측은 사내의 마음정신건강센터에 상담을 직접 예약하고 상담도 받게 했다. 하지만 업무를 줄이거나 휴직 처리를 시행하지는 않았다"며 "사건 바로 직전인 2025년 3월 19일의 업무 발표까지 업무를 부과하며 극단으로 몰아붙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국 아들은 밤을 새우며 잠들지 못했고 수십 개의 알람을 맞추고도 일어나지 못하는 상태까지 내몰렸다"고 밝혔다. 유족과 단체들이 이날 공개한 자료를 보면, 고인은 입사 8개월여 뒤인 2024년 12월부터 세상을 떠난 지난해 3월 사이 "과로 온몸 저림", "마음이 지옥", "회사 잘릴 것 같을 때", "업무 집중 못하는 직원 해고" 등 단어를 인터넷에서 검색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원이었던 고(故) 김치엽 씨. ⓒ반올림

민변에서 활동하는 신세영 변호사는 "삼성전자 노동자의 우울증 유병률은 45.8%, 수면장애 유병률은 65%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짚었다. 반올림과 전국삼선전자노동조합이 2024년 3월 수행한 해당 연구에는 일반 노동자에 비해 삼성전자 노동자의 수면장애가 3.7배, 자살 시도가 10배에 달한다는 내용도 있다.

신 변호사는 고인의 죽음에 대해서도 "HBM(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 경쟁에서 뒤쳤다는 위기감 속에서 최고 경영진이 직접 나서 강도 높은 성과 압박 메시지를 반복하던 바로 그 시기에 신입 연구원 한 명이 그 압박을 고스란히 감당하다 쓰러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것은 명백히 업무상 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재해 인정', 삼성에 '진상규명과 책임인정'을 촉구했다. 또 정부에 '대기업 사업장 정신건강 실태 전면 점검'을 요구했다.

고인은 2024년 2월 대학원에서 신소재공학과 석사학위를 받은 뒤 같은해 4월 16일 삼성전자에 입사했으나,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해 3월 26일 서른 살 나이에 자택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www.129.go.kr/etc/madlan)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원 고 김치엽 씨 유족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과 함께 6일 서울 서초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자살 산업재해 신청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반올림
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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