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마이웨이'…최고위 보궐선거 안 한다

문재인 "이종걸, 특정 계파에 서서 당무 거부…유감"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석인 최고위원직 두 자리에 대해 보궐선거를 치르지 않고 현 지도부 체제로 가기로 9일 결정했다. 문재인 대표는 자신의 책임 하에 당을 이끌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는 한편, 당무를 거부하고 있는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유감을 표명했다. 문 대표는 역시 당무를 거부하는 최재천 정책위 의장에게는 교체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최고위원 보궐선거 실시의 건'을 의결해 당무위원회에 올렸지만, 보궐선거를 실시하지 않기로 결론이 났다"고 밝혔다. 대신, 현행 9명인 최고위원 정족수를 7명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사퇴한 오영식, 주승용 최고위원의 몫을 뺀 것이다.

비주류 당무위원들은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하면 당내 분열만 가중될 뿐"이라며 보궐선거 자체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호남 비주류인 주승용 최고위원이 '문재인 대표 사퇴'를 촉구하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상황에서, 그 다음날 곧바로 보궐선거를 결의하면 정치적 후폭풍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반면에 전병헌 최고위원과 홍영표 의원은 '보궐선거 찬성' 의견을 냈다. 전 최고위원은 "비상대책위원회건, 수권비전위원회건, 통합선거대책위원회로 가는 한이 있더라도 그때까지 현 지도부가 정상적으로 기능해야 하는데, 현 지도부에 대한 아무 전폭적인 지지 없이 미봉책으로 정족수 문제를 해결하고 봉합하고 가느니 차라리 보궐선거를 하는 게 맞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당무위원회는 보궐선거를 치르지 않는 대신 "당이 어려운 시기에 현 지도부가 당의 화합과 단결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촉구하며, 현 지도부에 대한 전폭적인 신임을 결의"하는 것으로 마무리해 문재인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줬다.

문재인 "이종걸 유감…당무 거부하면 (최재천 등) 교체"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는 두 차례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한 이종걸 원내대표와 최재천 정책위의장을 겨냥해서는 "당무를 거부하려면 당직을 사퇴하는 것이 도리"라고 날선 발언을 했다.

문 대표는 "최근 당무 거부 사태는 대단히 유감스럽다. 특히 원내대표는 전체 의원을 아울러야 하는데, 특정 계파에 서서 당무를 거부하는 것은 문제다. 유감스럽다"면서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문 대표는 최재천 정책위의장을 겨냥해 "당직을 사퇴하지 않으면서 당무를 거부할 경우 교체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전날 이종걸 원내대표와 전화 통화에서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해온 것에 대해 격하게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더라도 당무 관련 활동은 수행하겠다. 당무 거부는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문 대표는 "최고위에 안 나오는 것이 당무 거부다. 당무 거부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맞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내대표는 또 전날 전화 통화에서 "문 대표의 사퇴와 안철수 전 대표의 기득권 내려놓기를 전제로 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자"고 문 대표에게 제안했지만, 문 대표는 이에 대해서도 격한 반응을 보였다고 이 원내대표가 전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연합뉴스

문재인, 여전한 '마이 웨이'…당내 상황은?

이날 문 대표의 반응 및 최고위·당무위의 결정은 현 지도부를 중심으로 총선을 치를 수밖에 없다는 문 대표의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내에서는 다선 중진들과 차기 지도자군(群)으로 꼽히는 인사들, 수도권 지역 의원 등을 중심으로 '문 대표가 물러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야 한다'는 의견이 분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표는 전날 밤 '당 중진들이 중재안 관련 이야기를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당 내에 이런저런 노력들이 있다"고만 답했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비대위 제안 등이) 하나로 통일된 것도 아니고 십인십색인 상황 아니냐"며 "여러 의견을 취합해 검토하고 신중하게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현 체제대로 총선을 준비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새정치연합 내의 다양한 의견 지형을 정리해 보면, 문희상·이석현·원혜영 의원 등 주류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들을 포함한 당 중진들은 전날 회동을 갖고 '문 대표의 사퇴를 전제로 새로운 지도체제를 구성하자'는 데 의견을 모아 이를 문재인·안철수 양 측에 중재안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원혜영·박영선·박지원·전병헌 등 전직 원내대표들과 가진 회동에서도 대략 이와 비슷한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당초 이날 오전 수도권 지역구 의원 수십 명이 대규모 회동을 예정했다 연기했지만, 일부 의원들은 소규모로 국회에서 만났고, 이 자리의 결론도 대동소이했다고 한다. 현재와 같은 상황으로는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패배가 명약관화하다는 위기감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박영선·조정식·민병두·정성호 의원과 김부겸·김영춘·송영길·정장선 전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는 '통합행동' 역시 문 대표의 사퇴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중진들과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계파연합 성격의 임시 지도부를 구성하거나 문재인-안철수 공동 지도체제로 가는 것보다 '세대 교체'가 필요하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게 중진들과의 차이점이다.

비대위 구성과는 결을 달리하고 있는 '구당모임(구 민집모)'도 문 대표 사퇴를 요구한다는 점에서는 앞의 세 그룹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들은 비대위 구성이 아닌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구당모임에 속한 의원들 가운데 많은 수는 김한길 전 대표와 가깝다.

최대 변수인 안철수 전 대표는 아직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안 전 대표 주변에서는 탈당설도 나오는 상황이다. (☞관련 기사 : '안철수 내주 탈당' 주장 문병호 "安 만난 건 아냐") 안 전 대표는 문 대표가 전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혁신 전당대회 주장에 대해 거듭 거부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실망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중진들과 수도권 의원들, '통합행동' 등 당 내부에서 나온 비대위 논의에 대해 문 대표가 어떤 입장을 밝히는지 지켜보며 자신의 거취를 정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안철수 혁신안, 14일 부의키로

한편, 새정치연합은 이날 당무위원회에서 안철수 전 대표의 10대 혁신안 가운데 당헌 개정과 관련된 사안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 논의해 오는 14일 중앙위원회에 부의하기로 결정했다.

안 전 대표의 혁신안 가운데 특히 "비리 관련 재판이 진행되기만 해도 당원권을 박탈한다"는 조항이 논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수 대변인은 "일부 의원들이 공천이 정지될까 봐 이 조항을 예민하게 받아들였다"면서 "반면에 문 대표는 당원권이 정지됐다고 하더라도 공천 단계에서 정밀 심사해서 구제해줄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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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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