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독도 방문, 역효과만…성숙한 의식 필요"

재일교포 김광민 "한국, 인권과 평화의 나라 되어야"

"소리높여 외치는 우익 인사들의 언동을 통해 일본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한국을 알아야 한다는 성숙한 일본 시민의 모습으로부터 한국사회가 이웃(일본)의 모습을 제대로 파악했으면 좋겠어요"

재일교포 3세로 일본에서 NGO 운동을 벌이고 있는 김광민 코리아 NGO 센터 사무국장은 한-일 양국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한-일 관계를 푸는 열쇠라고 지적했다.

지난 4일 일본 오사카(大阪) 시 이쿠노구(生野區) 코리아타운 인근에서 일본을 방문한 한국 기자들과 만난 김 국장은 지난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언급하며 한-일 양국 정치인이 서로의 국내 정치적 필요에 의해 국민 감정을 건드리는 행태가 한-일 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 방문했을 때 굉장히 실수했다고 생각했다. 이 방문이 곧 일본 사람들한테 독도가 어디 있는지 가르쳐 준 것"이라며 "사실 일본의 서민들은 독도가 어딘지 잘 모른다. 그런데 우리가 이 문제를 떠들수록 독도 문제가 쟁점화되는데, 영토 문제만큼 민족적 감정을 거스르는 게 없으니 결국 역효과가 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은 레임덕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정치적 카드로 일본 문제, 역사 문제를 다룬 것"이라며 "우리가 역사나 영토 문제를 잘 다루지 않으면 이웃 나라의 국가주의를 건드려서 동북아 긴장 상태가 고조된다"고 덧붙였다.

▲ 김광민 코리아 NGO 센터 사무국장 ⓒ오사카 공동취재단
김 국장은 지난 2013년 당시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들이 8월 15일 광복절에 맞춰 야스쿠니 신사를 항의 방문한 것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당시 서울에 연락해 '왜 야스쿠니에 가서 일부러 분쟁거리를 만드는 것이냐'고 따졌다"며 "국내에서는 하고 가면 될지 몰라도 일본에 살고 있는 우리는 위험의 문제"라고 일갈했다.

김 국장은 "한국 대학생들이 일본에 와서 현수막 들고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주장하고 싶다고 한다"며 "역사, 영토 문제로 과감하게 싸우기만 하면 한국사회에서 영웅시되는 것 같은데,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주장해서 뭐가 해결되나? 대부분 사람들은 모르는 문제를 건드려서 갈등거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문제가 심각할수록 정면충돌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녹여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게 어른스러운 모습인데 그게 없다는 것이 정말 답답하다"며 "한국에 사는 분들은 그렇게 (캠페인) 하고 돌아가면 그만이지만 우린 여기서 살아야 한다. 남은 분쟁 거리는 우리의 몫이다. 이게 정말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역사문제는 피해자가 있는 만큼 소홀히 여길 수 없다"면서도 "(한국이) 과거에 했던 대로 일본 문제를 다루는 것이 좋은 효과를 가져다주면 좋은데, 일본 사회 내 반(反)한 의식과 내셔널리즘를 불러 일으키는 역효과가 난다는 것을 한국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17일부터 29일까지 오사카에 근무하는 일본 교사들을 데리고 한국을 방문한다. 모집 기간이 짧았고 경비도 본인 부담인데도 18명이 모였다"면서 일본의 시민들이 한국에 대해 관심과 애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냉정하게 상대와 대화할 마음만 있다면 충분히 (관계 개선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의 차별…그럼에도 한국 국적 고집하는 이유는

재일교포 3세인 김 국장은 어려서부터 부모님을 원망하며 살아왔다. 재일교포라는 딱지가 일본 사회에서는 차별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국적이 다르기 때문에 의료보험, 공영주택 입주, 아동수당, 입학 등등 일본인들과 (재일교포 사이에는) 엄격한 선이 그어져 있다. 차별과 가난 때문에 가장 사랑해야만 하는 부모님을 원망했고 왜 날 낳았느냐, 차라리 안 낳았으면 이런 꼴을 당하지 않을 텐데 라고 말한 적도 있다"

김 국장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왜 국적을 바꾸지 않는 거냐,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게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냐고 한다. 그런데 국적마저 바꾸면 일본에 동화돼 휩쓸려 먹혀들어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면서 한국 국적을 고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조선반도 사람들이 일본에 남아서 소수민족 문제를 일으킬 것 같으면 아예 추방하든지, 아니면 완전히 일본화시켜서, 이 안에서 소수민족 문제를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일본의) 지상 명제였다"며 "그래서 인권과 정체성을 지키는데 고생을 많이 했지만, 오히려 사명감을 가지고 본인의 정체성을 확고히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 국장은 코리아 센터를 통해 재일교포로서의 정체성을 이어가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오사카를 중심으로 재일교포 학생들에게 한국의 역사와 문화, 언어 등을 가르치는 방과 후 학급 활동인 '민족학교' 운영에도 힘을 쏟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가 몸담고 있는 코리아 센터에서는 다문화 가족들을 지원하는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국장은 "재일 한국인인데 다른 나라에서 건너온 사람들을 위해 힘을 쓰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럴 때 저는 우리가 경험한 것을 또 다른 누군가가 당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대답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시민들에게 인권과 평화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국장은 "한국에서 온 분들이 재일동포 문제와 관련해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알려달라고 하더라"라며 "그럴 때 저는 한국 사회에서 인권과 평화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답한다. 한국사회가 정말 인권을 존중하는 나라가 돼서 일본 사람들에게 '이웃나라 한국을 봐라. 한국이 소수자의 입장에서 열린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다면, 이것이 곧 우리를 도와주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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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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