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독도 방문 '최악', 분쟁지역화 불질렀다

[기자의 눈] MB 4년의 대일관, 그리고 '뜬금없는' 독도 방문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오후 4시 30분 경 독도 방문을 마쳤다. 타이밍은 절묘했다. 광복절을 닷새 앞둔 날, 이명박 대통령은 독도를 '전격' 방문했다. "헌정 사상 최초"라는 수식어를 거머쥐었다. 마침 11일 새벽 3시 45분에는 동메달이 걸린 런던올림픽 축구 한일전이 벌어진다. 선수단장이 바짝 긴장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날 오후 대통령이 독도 땅을 밟고 '독도는 우리땅'을 만천하에 알린지 불과 11시간 15분 후에 한일 '빅매치'가 열린다.

정치 분석가들은 신중했다. "근본적으로 물어보자. 대통령이 독도에 가면 독도 문제가 해결되는 상황인가"라며 의아해 했다. 독도 문제 해결 의지를 보였다고 해석하기엔 전후 맥락상 "뭔가가 없다"는 것이다. "독도 방문 등은 독도 문제 해결을 위한 장기적인 '플랜' 하에 움직여야 하는 것인데, 그동안 MB정부에는 그런 '플랜'이 없었다. 외교부 플랜이 있었다고 해도, 널리 공유될 만큼 알려져 있지 않았다"는 것. 상황이 이쯤 되면 '전격'이라는 말이 '뜬금 없는'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 지난해 5월 일본을 방문할 당시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뼛속까지 친일" MB 4년의 대일관…그리고 헌정사상 최초 독도 방문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일본에 대한 태도를 의심받아왔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2008년 5월 버시바우를 만나 "이명박 대통령은 '뼛속까지(to the core) 친미·친일'이니, 그의 시각에 대해선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는 위키리크스 폭로 내용의 신빙성을 떠나 이 대통령의 '대일관'은 항상 의심받아 왔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08년 3월 1일 3.1절 경축사를 통해 "한국과 일본도 서로 실용의 자세로 미래지향적 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며 "역사의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과거에 얽매여 미래의 관계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고 파격적인 발언을 던졌다. "과거는 잊자"는 취지의 말이 널리 회자되면서, 예상대로 크고 작은 작은 구설수들이 터져 나왔다.

2008년 7월 일본 훗카이도 도야코 G8 정상회의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후쿠다 당시 일본총리는 약 15분 간 이야기를 나눴다. 이 과정에서 일본 총리가 "독도(다케시마)를 일본 중학교 교과서에 실을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말한데 대해 이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고 답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왔다. 청와대는 강력히 부인했지만 한국 시민들은 소송단을 꾸려 이 대통령 발언과 관련한 '오보'를 낸 요미우리 신문사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걸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한일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과 노다 총리가 "군사 정보의 교환의 중요성에 대해 의견 교환"을 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우리 정부는 한일군사정보협정을 밀실 추진했다. 역풍이 분 것은 당연했다. 이는 이른바 '한미일 3각 동맹' 체제 구축의 일환으로 미국이 강력히 요구해 왔던 한일군사협정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화끈한' 모습을 보여주려다 실패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사실상 일본에 민감한 군사 정보까지 내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은 이 대통령의 '대일관'을 또 한번 의심하게 만들었다.

이런 사례는 많다. 이명박 정부가 취임 이후 4년 6개월 동안 일관되게 일본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해온 게 대체적인 평가다. 앞서 언급한 '지곤조기(지금은 곤란하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후 일본을 방문해 후쿠시마산 방울토마토를 시식했다거나 하는 일들은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이 이미지들은 대중이 보는 이 대통령의 '대일관'으로 굳어져 갔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독도 방문을 결정한 것이다. 한일 관계를 다뤄온 많은 전문가들이 "방문 결정 배경, 시점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MB의 '견문발검'? 한일관계 포기?…과연 무엇을 노린 것인가.

독도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최후의 카드로 거론돼 왔다. 이는 역대 대한민국 정부의 '암묵적 행동 지침' 같은 것이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 2005년 3월 14일 일본 시마네 현이 '다케시마(독도)'의 날을 제정하면서 논란이 일었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머리 속에 있던 '옵션'에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신중한 판단을 요하는 일이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일본의 도발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긴 해도 '최후의 카드'를 쓸만큼 엄중한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견문발검(見蚊拔劍)'이다.

게다가 '독도 도발'의 역사는 항상 일본이 주체가 된 역사였다. 독도가 우리 헌법상 대한민국 영토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사실을 굳이 강조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교과서, 방위백서, 외교청서 등을 통해 독도가 자국의 영토임을 강조하는 등의 형식으로 한국 정부를 끈질기게 물어늘어져 왔다. 일본 자민당 의원 4명이 지난해 8월 "울릉도를 방문하겠다"며 한국에 들어왔다가 입국을 거부당하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이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독도 방문은 "한국이 일본에 '최후의 카드'로 '맞불'을 놓았다"는 식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유례 없는 이 대통령의 충격 요법에, 일본 언론들은 벌써부터 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으로 표현하며 법석을 떨고 있다. 일본이 원자력 기본법을 개정하고, 집단적 자위권을 재해석하는 등 급속히 우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일본 우파들의 활동 공간을 넓힐 전망이다. 우익 단체들의 압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본 정부가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적극 추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시에 위안부 문제 등 산적한 현안과 관련해 일본 내 양심적 활동가들이 목소리를 낼 공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외교적으로 큰 손실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창수 센터장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의 외교적 파장은 그 동안 어떤 독도 관련 사건들보다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통령의 의도에 대해 일본 언론은 "국내 정치용"이라고 폄하하며 "한일 관계가 급속도록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영토 개념에 대한 철학적, 역사적인 논쟁은 차치하고라도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헌법에 명시된 대한민국 영토 어디든 갈 수 있다. 이는 상식이다.

그래서 "다음 정부에 외교적 부담을 떠넘기면서 8.15와 한일전을 앞두고 급작스럽게 독도를 방문한 것은 외교적 포석보다 정치적 포석이 더 크다"는 해석은, 될 수 있으면 유보하고 싶다. 하지만 자꾸 "청와대 정무라인이 외교안보라인을 제압했다"는 말들이 나오는 데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모기를 보고 칼을 뽑아든 이명박 대통령의 '초대형 이벤트' 청구서는, 다음 정권 쯤 날아오게 될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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