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위안부 연내 해결 고집하지 않겠다"

"이번에 해결 되면 다시는 제기하지 마라"…이틀 만에 말 바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연내 해결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일 정상회담이 끝난지 이틀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사실상 합의 내용을 걷어찬 셈이다.

일본 <교도통신>은 4일 아베 총리가 자민당의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간사장과 면담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아베 총리가 "(한국 측에서는) '연내'라는 말도 있으나 양측의 기본적인 견해가 다르다. 연내로 자르면 어려워진다. 노력해야만 한다"라고 밝혔다고 다니가키의 말을 빌려 전했다.

이로써 "조기에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타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속화"한다는 양국 정상의 합의는 사실상 지키기 어려운 약속이 돼버렸다. 게다가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 해결 방향에 대해 기존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입장을 보이고 있어 위안부 문제 해결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아베 총리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더 이상 위안부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책임 문제를 제기하지 말라는 식으로 이 사안을 '봉합'하려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이 끝난 이후인 지난 2일 오후 8시 일본 BS후지TV 방송에 출연해 "이번에 합의하면 다시는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 다음날인 3일 일본의 주요 신문들은 일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위안부 문제의 해결책으로 지난 1994년 일본 정부가 민간과 함께 조성했던 기금인 '아시아 여성기금'의 후속사업이 일본 정부 내에서 준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기금 사업은 이미 피해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일본 정부가 이 사업에 민간을 끌어들임으로써 국가의 책임을 희석시켰고, '도의적'인 책임만을 지겠다는 입장을 견지했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 정부는 기금을 수령한 위안부 피해자에 한해 '총리의 편지'를 전달하며 '선택적'으로 사과했다. 편지에서도 당시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일본 총리는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고만 언급해 국가의 책임 문제는 제외시켰다.

결국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언급을 종합해보면, 일본 정부는 이같은 '도의적인' 방식의 해결책을 내놓은 뒤 다시는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지 말라는 식으로 한국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한-일 정상회담이 사실상 미국의 압력 하에 진행됐던 것처럼, 위안부 문제도 미국과 일본의 압력에 '졸속 해결'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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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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