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 "위안부 문제 조기 타결 합의"…내용은?

아베, <산케이> 지국장 재판 등 "조기 대응 촉구"

3년 6개월 만에 성사된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조기에 타결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어떤 내용으로 이 문제에 합의를 이룰지 구체적인 사항은 언급되지 않아 실제 조기 타결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2일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은 한-일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 자리에서 "양 정상은 올해가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이라는 전환점에 해당되는 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가능한 조기에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타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속화 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 역시 이날 정상회담 직후 일본 기자단과 만나 "미래 지향의 협력 관계를 구축해 가는 데 있어서 미래 세대에 장애를 남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위안부 문제 조기 해결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일본 일간지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과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를 연내에 타결하겠다고 언급한 부분을 일본이 일정 부분 수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조기 타결에 대한 합의만 있을 뿐, 실제 어떤 내용으로 위안부 문제가 매듭지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아베 정부는 지난 1965년 체결한 이른바 '청구권 협정'으로 위안부를 둘러싼 법적 문제는 모두 마무리됐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 격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역시 이날 정상회담 진행 중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입장이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스가 장관은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에 협의 타결을 위한 별도의 내용을 제안할 방침이 있느냐는 질문에 "일본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일본의 입장"이라고 답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당초 단독 정상회담 30분, 확대 정상회담 1시간으로 예정돼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단독 정상회담이 1시간, 확대 정상회담이 40분 정도 진행됐다. 위안부 문제는 단독 정상회담 때 거론됐다고 알려져 있어, 양국이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이견 조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보인다.

▲ 3년 6개월만에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회담 시작 전 악수하고 있는 박근혜(오른쪽)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아베 "일본이 주장할 점 말하고 한국 대응 촉구"

한편 이날 회담에서 일본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한국이 참여할 경우 이에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한국이 TPP 참여 결정을 내릴 경우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에서의 협력관계를 TPP에서도 이어나가길 기대한다"며 한국의 TPP 가입에 일본의 협조를 구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한국 측의 TPP 참여 검토 동향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답했다. 안종범 경제수석은 이에 대해 "아베 총리가 (한국정부의) TPP (참여에) 협력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TPP는 미국과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다자간 무역 협정으로 지난달 5일 전격 타결됐다. 한국 정부는 이에 TPP에 참여하는 쪽으로 무게를 두고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이밖에 아베 총리는 일본 기자단에게 "여러 가지 현안에 관해 일본이 말할 것, 주장할 점은 말했다. 그리고 한국 측의 조기 대응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 일간지 <산케이신문>의 전 서울 지국장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씨의 재판 문제와 한국 징용 피해자가 일본 기업인 미쓰비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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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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