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 한 부부가 국가를 이토록 엉망진창으로 만들 수 있다는 비현실을 역사적으로 증명했다. 국민을 경악하게 만들고 여당 의원들마저 절망케 했던 윤석열의 기행은 그에게 혼군(昏君)이라는 칭호를 안겼다. 듣도 보도 못했던 V1, V2 논란에 이어 '사실은 여사가 V0'라는 풍문으로 온 국민을 아연실색케 했던 김건희는 '윤·건희 공동정부'의 한 축으로 국정을 주물렀다.
사회 곳곳이 아수라장이 됐다. 임기 초 '바이든-날리면'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으로 국론의 아수라장이 터지더니, 이태원 참사를 통해 국가 지도자들의 몰상식과 뻔뻔스러움을 보았고, 의료 대란으로 대통령의 무능과 불통을 목도했다. 이 '총체적 아사리판'에 감사원, 국가인권위, 권익위, 방통위 등까지 뛰어들어 카오스급 혼돈을 지금도 경쟁하듯 창조하고 있다.
느닷없는 R&D 예산 삭감은 국가의 미래를 내다 버린 꼴이었고, 채 상병 사건에서 해병대 사령관이 자기만 살겠다고 자신의 명예와 책임마저 외면하는 파렴치를 목격했다. 그나마 제정신으로 보였던 총리와 부총리는 수시로 헌법을 위반하며 국정 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하나 더. 사실상 '무속 정권'이었던 이들 부부는 최고수급 무속인들을 여럿 썼음에도 결국 탄핵당했다. 무속이 이토록 허무한 것이라는 사실을 온 국민에게 교훈으로 남겼다.
그래서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무엇인가. IMF 때보다 더 나쁜 경기 침체다. 지금 서비스 생산, 소매 판매, 취업자 수, 청년 고용 등 거의 모든 경기 지표는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IMF 때는 기업의 줄도산이었다. 지금은 자영업 줄폐업이다. 대통령 하나 잘못 들인 덕에 서민이 개고생을 하는 나라가 됐다.
윤석열은 도대체 누구와 소통하고 국정을 논했을까
그는 당선자 기자회견에서 "의회와 소통하겠다"고 했다. 참모들은 야당 대표 이재명을 만나라고 조언했다. "범죄 피의자 아니냐"며 거절했다. 2024년 총선에 참패하자 마지못해 2년 만에 만났으나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러면 피의자가 아닌 사람은 만났을까?
2024년 6월 5일 우원식 의원이 국회의장에 취임했다. 윤석열로부터 축하전화 한 통이 없었다. 취임식 다음날 현충일 경축식에서 조우했지만 축하인사도 없이, 모르는 사람 악수하듯 지나갔다. 이후 여야 원내대표 회동 때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이를 지적하니 다음날 윤석열이 전화했다. 엎드려 절 받았다. 이후 만난 적도,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그해 9월 윤석열은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첫 번째 대통령이 된다.
최근 중앙일보 보도처럼 윤은 "당 대표도, 국회의원도 아랫사람이라 여기는 성향이 강했"는데 사실은 국회의장도 소통의 상대로 보지 않았다. 어쩌면 의회를 상대할 필요조차 없는 대상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구와 소통하며 국정을 논했을까.
조선일보 출신으로 윤의 대선 캠프 첫 대변인을 맡았다가 열흘 만에 탈출했던 이동훈 현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불법 계엄 선포 배경으로 "김 여사의 안위가 우선"이었을 것이라면서 "김 여사에 대한 윤 전 대통령의 감정은 '사랑' 이상"이라고 표현했다. 또 이들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남편을 공개적으로 면박"주는데 윤은 "그냥 강아지 안고 웃기만" 하는 모습에 깜짝 놀라 '김건희 리스크'를 감지했을 뿐 아니라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부부의 역할 분담, 그러나 국정의 중심은 김건희
'사랑 이상'이란 말이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2022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때 이 부부의 모습을 많은 이들이 목격했다. 외국 정상들은 서로 인사를 주고받는데 윤석열만 테이블에 앉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소폭'에 익숙한 그는 샴페인 홀짝이며 모르는 사람과 웃으며 인사를 나눠야 하는 그런 자리가 너무 불편했을 것이다. 이때 김건희가 "나가, 나가" 하며 손가락질과 함께 어깨를 연이어 밀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때 윤의 얼굴은 겁먹은 아이의 얼굴이었다.
2023년 8월 2일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사건 자료를 경찰에 이첩하자 거제에서 휴가 중이던 윤석열은 자신의 개인전화로 우즈베키스탄에 출장 중인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건다. 오후 12시 7분, 43분, 57분, 세 차례나 잇따라 전화했고 1시 25분엔 임기훈 국방비서관과, 4시 21분엔 신범철 차관과 직접 통화를 한다. 이건 도저히 대통령의 모습이라 볼 수 없다. 상사로부터 엄한 지시를 받은 실무 담당자의 모습이다.
여러 정보를 종합해 보면 남편 윤석열은 대통령실의 일상업무와 대외활동을 담당하고, 국정 기획과 점검은 아내 김건희가 맡는 것으로 역할 분담이 된 듯하다. 당연히 '김건희 라인'이 더 세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대통령실 직원들은 이미 결정된 사항이 월요일 출근해 뒤집어지는 경우가 많아 주말을 두려워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결론은 간단하다. 대한민국 국정의 중심은 아내 김건희였다.
이동훈은 윤은 "정치인으로서 자질이 떨어"진다고 했다. 많은 이들이 김건희가 윤석열보다 정무 감각이 뛰어나다고 했다. 그 뛰어난 결과가 남편의 탄핵이다. 광인임이 드러난 윤석열의 수준보다 낫다는 것이지 김건희가 무슨 능력과 자격으로 국가의 정치와 사무에 함부로 끼어드는가. 이를 용납한 윤석열은 물론, 이를 알면서도 못 본 척 직언을 외면한 집권 여당과 각료들 모두 함께 탄핵되어야 마땅하다.
혼란의 아수라장에서 건져야 할 교훈
나라를 어지럽게 했던 한 부부가 이제 대통령 관저를 떠난다. 이들은 수사받기 위해 다시 국민 앞에 설 것이다. 온당한 법의 심판이 있을 것이다. 모두가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할 것인데 한 가지만큼은 확실히 해야 한다. 이들에게 절대 사면과 복권이라는 비헌법적 재량이 주어져서는 안 된다. 할아버지 이병철이 감옥에 갔더라면, 아버지 이건희가 감옥에 갔더라면, 이재용은 감옥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두 사람에 대한 역사의 단죄가 '완결'되어야만, 나라를 어지럽히고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자격 미달 정치인 부부가 다시는 등장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고난은 우리의 몫이겠으나 이들에 대한 엄한 처벌과 그 완수는 이 혼란의 아수라장에서 우리가 꼭 새겨야 할 교훈이다. 정권 교체는 민주당의 명백한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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