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일보>는 안 전 대법관이 최근 청와대 고위 인사에게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 한다"는 뜻을 밝혔다면서, 그가 주변에도 "당에 쉽게 들어가면 되겠나. '기여'하고 들어가겠다"고 격전지에 출마해 전공(戰功)을 쌓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안 전 대법관의 예상 출마 후보지로 대구·경북 지역과 서울 종로가 거론됐던 상황이라, 격전지 출마는 종로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안 전 대법관은 이날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기사 관련이라면 드릴 말씀이 없다"며 "왜 그런 기사가 났는지 모르겠다. 가만히 있는 사람을 왜 '종로, 종로' 하느냐"고 부인하는 취지의 말을 했지만 딱잘라 총선 출마 의사가 없다고 하지도 않았다.
안 전 대법관의 총선 출마가 현실화하면 대법관 출신이 정무직 등 고위 공직을 거치지 않고 선출직으로 출마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된다. 이회창 전 의원의 경우는 감사원장·국무총리 등을 거쳐 정계에 들어왔다. '직행'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삼권분립 원칙 훼손 논란이 일 소지가 있다.
특히 이 정부 총리 후보자로 지명됐고 박근혜 대선캠프에 몸담았던 이력과 함께, 전직 대법관 출신이라는 무게감 등을 보아 그가 정계에 입문한다면 차기 대선주자 후보군 반열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총선 후 이듬해에 대선이 치러지게 되면 '미래권력'을 중심으로 권력 지형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안 전 대법관의 정계 입문은 새누리당 내 친박계에 희소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땅한 차기 대선주자가 없다는 것이 친박계의 고민이었기 때문.
현재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김무성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유승민 의원, 남경필·원희룡 지사, 정몽준 전 의원 등 모두 비박계 일색이다. 친박 성향으로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 포함되는 인물 자체가 최경환 경제부총리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와 친박계가 차기 대선주자를 '기획'해내려 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계속 있어 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수 차례 접촉을 가진 것도 '반기문 대망론' 때문에 주목받았다. (☞관련 기사 : 반기문 "산불처럼 새마을운동 번져") 당 사무총장을 지낸 친박계 재선 홍문종 의원은 최근 반 총장의 대선 가능성에 대해 언론 인터뷰에서 공개 언급을 하기도 했다.
황교안 총리와 최경환 부총리가 지금의 직위에 인선됐을 때도, 이들에게 행정부 고위직을 맡김으로서 정치적 체급을 올리려는 의도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었다. 또 전날 <서울신문>은 오세훈 전 시장의 경우 친이계 출신이지만 2006년 서울시장 선거유세 지원 등 박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다는 점을 소개하며, 박 대통령이 지난 4월 총리 인선 당시 오 전 시장을 추천한 청와대 참모에게 "큰 일 하실 분에게는 이 (총리) 자리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현재 새누리당의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이지만 청와대와 종종 갈등을 빚어 온 김무성 대표의 '대선 대항마'로 이들을 내세우려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정치권에서 빈번히 나오는 이야기다. 윤상현 청와대 정무특보는 지난달 중순께 언론 인터뷰에서 "여권이 현재 상태로는 어렵다"며 '김무성 불가론'으로 해석된 발언을 내놓기도 했었다. (☞관련 기사 : 새누리, '김무성 대선 불가론' 불거져 '시끌')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