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靑 요청으로 "장병 놀이공원 등 할인" 발표?

청와대, 무반응…전경련 "기업들 할인 내용 조사한 것"

박근혜 대통령이 추석을 맞아 전 장병에게 1박2일 특별휴가를 부여한 것과 관련,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주요 대기업들에서 휴가 장병들에게 영화·외식·쇼핑 등 할인 혜택을 부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언론에서는 이같은 기업들의 할인 제공이 청와대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 제기가 있어 주목된다. 박 대통령이 제안한 청년희망펀드와 관련해 은행원들의 '억지 기부' 논란이 인 직후라, 기업들도 '억지 할인'을 요청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관련 기사 : '박근혜 펀드', 은행 직원들 '강제 가입'?)

전경련은 23일 보도자료를 내어 "경제계가 대통령 특별휴가를 나오는 56만 군 장병을 위해 90개 브랜드 무료 및 할인혜택 제공에 나선다"면서 "장병들이 휴가시 선호하는 여가(영화·놀이공원), 외식(식당·카페), 쇼핑(화장품·의류·편의점), 숙박,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 혜택이 제공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경련은 "이번 혜택은 기업들이 최근 북한 포격 도발시 투철한 애국심으로 흔들림 없이 국토 방위에 임해준 군 장병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마련하게 됐으며, 삼성·한화·SK· LG·롯데·SPC·현대자동차·GS·코오롱·아모레퍼시픽·CJ·스타벅스코리아 등 64개 기업 90개 브랜드가 함께 참여한다"면서 "기업이 제공하는 군 장병 할인 프로그램 사상 최대 이벤트"라고 했다. (☞전경련 홈페이지에서 상세 내용 보기)

그런데 이날 <한겨레>는 "롯데·씨제이(CJ) 등 기업들은 최근 전경련으로부터 1박2일 특별휴가를 나오는 장병에게 놀이공원·영화관 입장료 등을 특별 할인해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출해 달라는 협조 요청을 받았다"며 "요청은 공식 문서가 아니라 구두로 전달됐으며, 청와대가 전경련에 요청하고 다시 전경련이 회원사들에 전달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이 신문 인터뷰에서 "전경련을 통해 청와대 요청이라면서 협조 요청이 왔다"며 "요청이 오면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전경련 임원도 "장병 특별휴가 발표(지난 20일) 전, 청와대 안에서 검토하는 단계에서 이미 우리한테 협조 요청이 온 것으로 안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아무 반응을 내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보도 당일인 이날 아침 기자들과 만나 "그 내용은 전경련에서 보도자료로 발표할 예정"이라고만 했다. 전경련에서 낸 보도자료에 청와대 요청 여부 등의 내용이 없어, 기자가 오후에 추가로 물어봐도 "드릴 말씀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전경련 측도 "기업들이 군 장병에 대해 이미 할인해 주고 있는 내용에서 추가로 뭘 더 하는지 조사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청와대 요청이 없었다'고 딱잘라 부인하지도 않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전경련은) 기업들이 뭘 하고 있는지 조사해서 발표한 것뿐"이라면서도 '청와대가 요청한 사실이 없다는 거냐'는 물음에는 "저는 들어본 적 없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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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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