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0일 홈페이지 <청와대 뉴스>에 "박근혜 대통령은 다가오는 추석을 맞이하여 부사관 이하의 모든 국군 장병들에게 격려 카드와 특별 간식을 '하사(下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번 격려는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및 포격 도발 사건에 단호히 대응한 것 등, 군사 대비 태세 완비에 전념하고 있는 장병들의 노고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애국심과 충성심을 '치하(致賀)'하는 뜻에서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또 "이번 추석을 맞이해 1박 2일의 '특별 휴가증'을 수여하여 본인이 원할 때 개인 휴가를 연장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하사'의 사전적 정의는 "임금이 신하에게, 또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물건을 줌"이다. '치하'의 뜻은 "주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고마움이나 칭찬의 뜻을 표시함"이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장병들에게 '하사'나 '치하'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사전적으로 문제는 없다.
"특별 휴가, 병사들에게 좋긴 한데…"
그러나 조국 서울대학교 교수는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창군 이래 최초로 대통령 명의로 모든 국군 장병에게 1박 2일 특별 휴가증 부여, 병사들에게 좋은 일. 그런데 뭔가 북한 느낌이 난다"라고 적었다.
조 교수는 "이제 병사 사기 진작을 위해 대통령 친필 서명을 넣어 전역증을 발급하라는 2013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의 제안을 실천할지도 모르겠다. '대통령 어록'을 제대 선물로 추가할지도"라고 덧붙였다.
일부 누리꾼들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트위터 이용자(@ne*******)는 "공공 기관의 발표문에 등장한 하사라는 단어의 느낌이 생경하다는 거죠"라고 적었다. 또 다른 이용자(@ so******)는 "청와대 뉴스의 꼰대스러운 분위기가 X쩐다. '하사', '치하'"라며 "대체 휴일제도 법제화나 독려하시길"이라고 적었다.
아이디 dd********는 "그러니까 세금으로 주는 전 군의 추석 특별 간식은 '보급의 확대'지 '하사'가 아니란 거다"라는 해석도 내놓았다.
새정치민주연합 강희용 부대변인도 21일 논평을 내어 "청와대는 하사라는 표현을 쓴 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항변할 수 있지만, 다수 국민과 국군 장병들이 흔쾌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단어를 굳이 사용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강 부대변인은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의 격은 스스로 낮추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출수록 더욱 높아지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대통령이 시혜를 베풀 듯 발표한 공휴일 선포나 전 장병 특별 휴가는 발상 자체가 전근대적"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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