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3조 원 부실이 자연재해냐"

정무위, 산업은행 '대우조선 관리 부실' 집중 추궁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산업은행 국정감사에서는 대우조선해양[042660]의 회계 부실 의혹에 대한 산업은행의 관리책임을 놓고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대우조선이 지난 7월 해양플랜트 부문의 대규모 손실로 올해 2분기에만 3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이 났다고 발표한 뒤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관리 책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은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을 향해 "대우조선 주주들이 큰 손해를 입었고 국책은행에 대한 신뢰를 상실했다"며 "이에 대해 어떤 책임을 생각하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가"라고 질의했다.

민 의원은 또 "분식회계라면 회계법인에 책임을 물을 수도 있고 주주들이 입은 손해에 대해 산은과 대우조선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분식회계로 드러나면 회계법인에 책임을 물을 것인지를 추궁했다.

홍기택 회장은 "분식회계 여부는 우리가 판단할 상황이 아니다"라면서도 계속된 추궁에 "앞으로 혹시 분식으로 판명 난다면 합당한 조치를 회계법인에 취하겠다"고 답변했다.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은 "해양플랜트로 인해 대형 조선 3사 중 다른 2개사가 손실이 났다면 패턴이 비슷한 대우조선도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하는데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며 "간접금융의 한계가 이번에 드러났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병석 의원은 "대우조선 부실을 최초로 인지한 시점이 6월25일인데, 대우조선이 5월27일까지 끊임없이 손실 발생이 없다고 했다"며 "허위보고라면 분식이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 것이라면 무능력을 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홍 회장은 대우조선의 부실을 인식하지 못한 것에 대해 "복잡한 조선산업에 생산 문제에 대해 재무책임자(CFO) 한 사람이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은행이 조선소 등 비금융회사를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이런 점이 정책적으로 추후에 고려할 사항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새누리당 신동우 의원은 "복잡한 프로젝트이기에 몰랐다면 파악할 능력이 없다는 얘기로 들린다"며 "예상했어야 할 산은이 다른 조선사가 어렵던 2014년에도 문제가 없다고 보고받았다고 하면 책임 있는 기관이라 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은 "대우조선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에 질의하는 것인데, 지금 '나는 책임이 없습니다'라는 대답으로 일관하는 것 같다"며 "일반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CFO가 복잡해서 보지 못했다는 답은 회장님이 하실 말씀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도 "대우조선 부실에 대해 국민이 바라보는 시각은 가볍지 않다"며 "은행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해야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겸허하게 받아들이시라"고 질책했다.

홍 회장은 "상세 답변을 하다보니까 구체적인 내용으로 언급한 게 변명으로 일관된 것처럼 보였다면 죄송스럽다"며 "책임질 일이 있다면 저를 포함해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자세를 낮췄다.

증인으로 출석한 대우조선의 전·현직 임원들은 부실을 사전에 인지했는지에 대한 추궁을 받았다.

박병석 의원은 고재호 전 사장에게 "2013년부터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액이 삼성중공업[010140], 현대중공업[009540]보다 많았다"며 "대규모 손실을 예상했느냐"고 질문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연임에 실패한 이후에야 손실 가능성을 예상했다"며 올해 4월 이사회 속기록에서 고 전 사장이 "일부 제품의 생산 차질로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으며, 금액은 2조5천억원"이라고 말한 사실을 제시하며 의혹을 제기했다.

민병두 의원도 남상태 전 사장을 향해 "임기 말 공사부실 충당금을 적게 설정한 것으로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고 전 사장과 남 전 사장은 모두 사전에 부실 가능성을 알지 못했다고 부인했다.

신동우 의원은 김갑중 전 대우조선 CFO에게 "3월에 퇴직하기 전에 회사가 3조 적자를 낸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김 전 CFO 역시 "3조 적자는 모르고 퇴직했다"며 "역량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의 현 최고경영자(CEO)인 정성립 사장은 "국민들께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본업에 충실해서 본업에 벗어난 사업과 자산을 정리하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정 사장은 "나름대로 임직원도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며 "조직을 축소하고 인적쇄신 면에서는 직급 간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 사장은 골프장 자회사인 FLC의 매각과 관련해서는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됐으나 그쪽에서 너무 가혹한 조건을 제시해 보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홍기택 회장을 포함해 대우조선해양의 전·현직 CEO와 CFO, 안진회계법인 등 관련 출석자가 모두 사전에 부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하자, 이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도 이어졌다.

새누리당 유의동 의원은 "모든 분들이 몰랐다고 하면 대우조선해양의 3조원 부실이 자연재해냐"고 비판했다.

정우택 정무위원장도 "3조원의 부실이 발생했는데 사장들과 CFO, 회계법인 누구도 '책임 없다, 회계상 문제'라고 이야기하면 지켜보는 국민들이 어떤 심정일지, 투자자들 마음이 어떨지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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