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원내대표는 야당 의원들이 '성완종 리스트' 특검과 관련해 이 실장의 입장을 요구하며 공세를 펴자 "그것을 지금 비서실장에게 물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이 실장을 감싸는 모습을 이날 오전 보였으나(☞관련 기사 : 野 '유승민 인정?'…이병기 "제가 말할 일 아냐"), 회의 말미에는 운영위가 연기된 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결국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당연직으로 국회 운영위원장을 겸임하는 유 원내대표는, 청와대에 대한 위원들의 질의가 모두 종료된 후 산회 직전 발언을 통해 "오늘 회의가 당초 어제 열리기로 합의돼 있었는데 하루 연기됐다"며 "그 경위가 어떻게 됐든 이런 혼선이 있었던 점은 매우 유감이다. 앞으로는 불가피한 상황이 없는 한 (여야) 합의가 지켜질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앞서 2일로 예정됐던 운영위가 이날로 연기된 배경에 대해, 청와대가 유 원내대표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불참을 통보해 왔다는 말이 여권 내부에서 나온 바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내가 연기를 요청했다"고 설명했지만 뒷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 원내대표가 "경위가 어떻게 됐든 유감"이라고 말한 것은, 원내대표이자 국회운영위원장인 자신의 권한과 여야 합의를 무시하고 운영위 연기를 밀어붙인 것은 김 대표의 소행이건 청와대의 소행이건 자신으로서는 불쾌하다는 뜻을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유 원내대표는 이 실장과 점심시간 후 인사를 나누고, 운영위 산회 후엔 짧게 차담을 가지는 등의 스킨십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오후 운영위 속개 직전 유 원내대표가 이 실장의 자리로 가 "인사가 늦었다"며 "고생하시라"고 하자, 이 실장은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산회 후 이 실장과 티타임을 가진 뒤 그는 "제가 차 한잔 드시고 가시라고 했다"며 "특별한 이야기 한 것 없다"고 전했다. '이 실장이 청와대 뜻을 전달하더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 없었다"며 "(이 실장도) 별얘기 없었다"고 답했다. 이 실장도 '청와대 뜻을 유 원내대표에게 전달했느냐'고 묻자 "그런 것 없다"면서 "드릴 말씀 없다"고 거의 모든 질문에 대해 답을 피했다. '차는 이 실장이 먼저 마시자고 했나?'라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한 정도가 명확한 대답이었다.
이병기 "국회법이 혼란 단초…공무원연금법만 통과됐었으면…"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뜨거운 감자'가 된 국회법 개정안은 이날 운영위 회의 내내 도마에 올랐다. 이 실장은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여당 내, 나아가 정치권 전체의 분열·혼란상이 초래됐다는 야당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공무원연금법만 통과되고 끝났으면 여파가 없었겠지만, 국회법이 통과되면서 문제가 확산된 것"이라며 "(혼란의) 단초가 된 것은 국회법"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 실장은 "국회법이 단초가 돼서 여러 가지, 여당 내부도 그렇고 좀 복잡하게 된 것"이라면서, 새정치연합 부좌현 의원이 '대통령이 6월 25일 국무회의에서 강경한 발언을 쏟아낸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 데 대해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국무회의에서 여러가지 말씀을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최근 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등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과 관련, 청와대 비서실장으로서 책임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실장은 "당에서 벌어지는 일에 제가 책임까지 느낄 건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이 실장은 야당이 이른바 '박근혜법'으로 불리는, 1998년 당시 박 대통령의 의원 신분으로 발의에 서명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물은 데 대해 "비서실장인 제가 통과도 안 된 법에 대해 동의하는지 어떻게 답하나"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실장은 당정 협의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실무선에서 하고 있다"면서도 "(고위급 당정은) 최근에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김무성 대표를 언제 마지막으로 만났냐는 물음에는 "한 달 사이엔…(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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