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유승민 인정?'…이병기 "제가 말할 일 아냐"

野-靑 설전…유승민 "결산 회의다. 집중해 달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위원장석에 앉아 회의를 주재하는 가운데 3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운영위원회 위원장은 다수당 원내대표가 당연직으로 겸임한다. 이날 회의에는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모두 업무보고를 위해 출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겨냥해 사실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여서 눈길을 끌었다. 회의에서는 야당 의원들로부터 '오늘 운영위에 출석했다는 것은, 청와대가 유 원내대표를 인정한다는 뜻이냐?'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병기 실장은 이 질문에 "제가 여기서 말씀드릴 것이 아니다"고 답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은 당초 2일로 예정됐던 운영위 회의가 3일로 연기된 경위와 관련, 이 실장에게 "조해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운영위에 불참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느냐"고 물었다. 이 실장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강 의원이 "그러면 왜 참석하지 않았나"라고 재질문하자, 이 실장은 "새누리당 지도부에서 연기하지는 말씀이 있었다"고 답했다.

강 의원이 "새누리당 지도부가 '연기하자'고 하면 여야가 합의한 일정을 무시해도 되느냐"며 "(청와대의 2일 운영위 불참은) 유승민 원내대표 찍어내기 위한 것으로 본다"고 주장하자, 이 실장은 "그것은 의원님 말씀에 비약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강 의원이 "그러면 이제 유 원내대표를 인정하고 앞으로 시비걸지 않을 것이냐"고 말하자, 이 실장은 "그건 제가 여기서 말씀드릴 게 아니다. 저는 결산 보고를 드리러 나왔다"고 답했다. 사실 강 의원의 질문에 대한 '정답'은 '청와대가 여당 원내대표에게 시비를 건 적 없다', '청와대가 여당 원내대표를 인정하고 말 게 없다'는 식의 원칙론이다. 그럼에도 이 실장이 굳이 '유 원내대표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강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달 25일 국무회의 발언을 언급하며 "'배신자'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이 실장은 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유승민 위원장은 강 의원의 질의가 끝난 후 "의원들 질의에 개입할 생각은 없지만, 대통령이나 청와대 간부들에 대한 표현을 할 때 예의를 지켜 달라"며 "그리고 오늘은 결산을 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한 것이다. 정쟁을…(하기보다), 결산에 집중해 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유 위원장은 강 의원이 "(성완종 리스트) 특검을 하면 피의자 신분이 될 이 실장이 국회에서 위원들 질의에 답변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위원장으로서 이 실장에게 현재 심경과 신상에 대한 발언을 요청해 달라고 한 데 대해서도, "의사진행과 관계 없는 말씀"이라며 "(이 실장이) 아직 피의자 신분인 것도 아니고, 제가 그것을 지금 비서실장에게 물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野 간사 '회의 연기 진상이 뭐냐'…劉 "모른다"

이날 회의에서는 강 의원 외에도 운영위 회의가 연기된 경위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운영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파행 사태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며 "청와대가 운영위 불참을 먼저 결정한 것 아니냐? 유 위원장이 파악한 진상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청와대로부터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 달라"고 요구했다. 유 위원장은 이에 대해 "그 부분은 제가 사실 정확히 모른다"며 조해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운영위 여당 간사)에게 설명을 요청했다. 여당 원내대표인 자신이 운영위 연기 경위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상황을 그대로 드러낸 것은 이 상황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도 읽힐 수 있다.

조 수석부대표는 "경위를 소상히 다 알 수도 없고, 다 말씀드릴 수도 없다"며 "결과적으로 협의 과정에 다소의 혼선이 있었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수석부대표는 "저희 당 지도부(김무성 대표)의 공개적 입장 표명도 있고 해서 어제 회의가 소집되지 못한 듯하다"며 "정부 측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받은 입장은 '정부는 소관 상임위에서 여야가 합의해 의사일정을 정하면 그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전 운영위 회의에서는 이른바 '박근혜법'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공세와 청와대의 방어도 이어졌다. (☞관련 기사 :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법' 거부할 수 있을까?) 새정치연합 백군기 의원은 "박 대통령이 1998년 안상수 전 의원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에는 찬성한 것을 알고 있느냐"며 "의원 때와 지금 국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이에 대해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며 "1998년 국회법 개정안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따라야 한다'고 돼 있다"고 반박했다.

또 박 대통령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현장 방문 때 논란이 됐던 '살려야 한다' 사진에 대해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이 "마치 청와대가 연출한 것처럼 보도됐다. 문제가 심각하다"며 "(청와대가)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 확고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는 일도 있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사실확인 절차가 없었다"며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일반 국민들이 사실 이상으로 불안하거나 오해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관련 기사 : 청와대 홍보수석, <국민일보>에 기사 압력 파문)

이 실장은 업무보고에서 "메르스 사태로 인해 국민과 위원 여러분께 염려를 끼쳐 송구하다"고 사과하며 "정부는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면 신종 감염병 국가 대응체계를 근본부터 재정립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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