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형 인간'이 만들어 지고 있다"

[기본소득 포럼] 주거권 보장 정책, 기본소득과 병행 필요

1인 대학생 평균 원룸 월세 42만 원, 고시텔 월세 25~65만 원, 서민주거 투룸 연립 월세 20~50만 원, 중소형 아파트 60~150만 원….

'월세형 인간'이라는 용어가 회자되고 있다. 경제활동이 의식주(衣食住)를 위해서가 아닌 오직 주(住), 즉 월세를 내기 위해서만 행해지는 인간을 뜻한다.

저금리 시대에 진입하면서 집주인들은 낮은 금리보다 수익이 많이 나오는 월세를 선호하고 있다.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급격하게 일어나는 이유다. 아직 가족이 거주하는 주택은 이러한 변화가 느리지만, 대학가 원룸, 오피스텔 등 1인 가구 및 서민층이 거주하는 주택은 진행속도가 빠르다.

반면, 서민층의 실질소득은 정체된 상태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월세 전환 속도가 부담스러운 이유다.

이런 가운데 현재의 주거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17일 참여연대 느타나무홀에서는 녹색전환연구소, 전국세입자협회 주최로 '기본소득 포럼 - 주거권과 기본소득'이 열렸다.

ⓒ연합뉴스

"'월세형 인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박동수 서울세입자협회 대표는 "부동산 투자목적이 매매차익 실현에서 수익추구 실현으로 바뀌면서, 수익(월세)를 최대한 많이 받으려는 임대시장의 현실은 임금과 사업이익이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세입자(비정규직, 학생, 알바, 영세자영업자 등)들로 하여금 월세나 전셋값 폭등을 점점 감당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특히 전세에서 월세로의 급격한 전환은 월세를 내기 위해 경제활동을 하는 '월세형 인간'을 만들고 있다"며 "서민들의 실질소득은 그대로이지만 반대로 늘어난 주거비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런 상황은 세입자들에게 경제적 부담뿐만 아니라 삶을 불안하게 만들고 지역공동체 참여를 어렵게 한다"며 "2년 마다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해야 하고, 임대금액이 오르면 새로운 곳으로 이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인옥 도시사회연구소 소장은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배경을 두고 "주거권에 대한 인식이 낮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우리나라는 주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지만 주거권에 대한 개인의 인식과 사회적 인식은 낮은 편"이라며 "주거를 권리로 인식하기보다는 개인의 능력문제로 여겨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 소장은 1915년에 있었던 영국 글래스고우의 'rent strike'를 언급하며 "1차 세계대전 당시, 글래스고우에서 주택난을 틈타 임대수익을 노린 지주들의 임대료 인상에 항의한 노동자계급, 특히 여성들이 주도한 임대료 거부시위로 몇 달 동안 시위가 지속됐다"며 "결국, 이를 견디다 못한 영국 정부는 전쟁 동안 임대료를 동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홍 소장은 "글래스고우의 문제는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현재의 주택가격상승 등을 보면 당시 글래스고우와 지금의 우리 상황은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우리의 조치나 대응은 이렇다 할 게 없다"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이는 주거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주거에 관한 권리는 철거민, 노숙인 등 특정계층에만 한정돼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 소장은 "우리에게 주거권은 특정 사안을 중심으로 부분적으로 고려되는 정도에 불과"하다며 "특정 사안을 중심으로 주거권 논의가 진행되면서 보편적 권리로써 주거권은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홍 소장은 "그렇다 보니 일반 국민의 주거 관련 권리의식은 상당히 낮은 편"이라며 "주거권이 모든 이들의 권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주거권 자체에 대한 보다 다양하고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허환주)

"주거권 확보, 기본소득과 병행 필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도 주거권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의식주가 보장돼야 한다"며 "이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주거"라고 지적했다. 그 이유를 두고 하 위원장은 "과다한 주거비는 다른 생활비의 긴축을 요구하게 된다"며 "그것은 전반적인 삶의 질 악화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 위원장은 주거권에 대한 논의를 기본소득과 맞물려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본소득은 재산이나 소득의 많고 적음, 노동 여부나 노동 의사와 상관없이 개별적으로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지급되는 소득이다.

하 위원장은 현재 녹색당을 중심으로 논의 중인 기본소득과 관련해서 "주거권을 보장하는 정책은 기본소득과 병행해야 한다"며 "주거문제를 공공정책으로 해결한다면, 기본소득의 액수가 높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주거권이 보장되는 것은 기본소득을 현실정책으로 만들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기본소득을 논의할 때, 기본소득 지급수준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를 두고 여러 의견이 제기된다. 대한민국의 경우, 주거비까지 고려할 경우, 월 1인당 30~40만 원의 기본소득이 지급되더라도 최소생활이 보장되기는 어렵다. 높은 주거비 때문이다.

하 위원장은 "주거권이 보장된 상황에서는 높지 않은 수준의 기본소득으로도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기본소득 정책이 힘을 얻을 수 있다"며 "또한, 반대로 기본소득의 지급은 귀농, 귀촌이 활성화되고, 이는 대도시의 주거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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