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틀어쥔 이란, 선박 통행료 30억원 징수?

영 해운전문매체 "혁명수비대, 징수 체계 구축·외교와 수수료 병행해 통행 허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수수료 징수 체계를 가동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이 이란에 휴전 요구사항을 전달했다고 전해진 가운데 이란이 이를 거부하고 전쟁 배상금을 포함한 자체 요구안을 마련했다는 국영 매체 보도가 나와 협상을 사이에 둔 양국의 밀고 당기기가 지속되는 중이다.

25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해운전문매체 <로이드리스트>는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에 사실상 '통행료 징수소'를 도입해, 선박들에 서류를 제출 받고 통행 허가를 발급한 뒤 혁명수비대 호위 아래 통제된 단일 통로로 향해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지난 13일 이후 총 26척의 선박이 이 체제에 따라 해협을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이 체제에 대한 직접적 지식을 가진 세 소식통에 따르면 선박 운영업체들은 이동 전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승인된 중개자들에 연락할 것을 요구 받고 있다고 한다. 이후 소유권 이력, 목적지, 전체 승무원 명단, 화물 목록 등 서류를 제출하면 혁명수비대가 "지정학적 검증"을 포함해 이를 심사하고 통행 허가를 내준다는 것이다.

<로이드리스트>는 최소 두 척의 선박이 통행료를 낸 것으로 알려졌고 이 중 한 척은 200만달러(약 30억원)를 지불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설명했다. 통행료는 중국 위안화로 정산된다고 한다.

매체는 다만 인도가 해협 통과를 위해 수수료를 지불한 바 없다고 밝힌 점을 들어 나머지 많은 선박은 금전 지불이 아닌 외교 개입을 통해 통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혁명수비대는 서방의 제재 대상으로, 통행을 위해 이들과 접촉하는 것 자체가 위험을 수반하고 있어, 관련 선주들의 문의가 쇄도 중이라고 전했다. 미 법률사무소 홀랜드앤나이트의 무역 변호사 매니 레빗은 미국이 지난주 선박에 적재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일시 해제했지만 "이는 혁명수비대를 포함해 외국테러조직에 대한 '물질적 지원' 제공을 겨냥한 미국의 별도 대테러 관련 법률에 따라 기업이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을 막아주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앞서 23일 인도 주재 이란 대사관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로부터 200만달러를 받았다는 일부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관련해 제기된 발언은 단지 개인 주장"이라고 부인한 바 있다. 지난 주말 이란 국회의원 알라에딘 보루제르디는 이란이 해협 통과 선박에 200만달러 수수료를 거둬들이고 있고 이는 "이란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6일 한국 외교부 당국자도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200만달러 요구는 "적어도 외교부 차원에서 들은 바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이란이 국제해사기구(IMO)에 보낸 서한에 선박과 선원 위험 완화를 위한 책임 있는 노력으로 일련의 예방조치를 실행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조치에 통행료가 포함되는지는 불확실하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계속 통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인도 인디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에 부과된 전쟁 상황 탓에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행 관련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이란 침략과 관련 없는 다른 국가들은 이란 당국과 필요한 협의 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도 25일 이란 국영 프레스TV 에 "우리가 우방으로 지정한 일부 국가들에 대해선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했다. 중국, 러시아, 인도, 이라크, 파키스탄의 통행을 허용했다"며 "적국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매체 "이란, 미국 요구안 거부하고 배상금 포함 자체 5개 요구안 제시"

미국이 이란에 협상을 위한 15개항 요구안을 보냈다고 전해진 가운데 이란 국영 매체는 이란이 이를 거부하고 자체 요구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25일 프레스TV는 이란 고위 정치안보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이 다양한 외교 채널을 통해 협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란 정부는 미국 쪽 요구 사항이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이란 쪽 요구사항에 침략 완전 중단, 이란 공격 재발 방지 매커니즘 구축, 전쟁 피해 배상금 지급 보장, 역내 모든 전선 및 저항단체에 대한 전쟁 종식,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주권 행사 인정 등 5개항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해당 당국자는 이 요구 사항이 전쟁 발발 전 미국과의 협상 당시 요구 조건에 추가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쪽 요구안엔 이란 핵능력 해체 및 핵무기 개발 금지, 이란 영토 내 우라늄 농축 금지, 60% 농축 우라늄 비축분 450kg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이관, 나탄즈·이스파한·포르도 핵시설 해체, 역내 대리세력 지원 중단 및 대리전 전략 포기, 미사일 프로그램 사거리와 수량 제한,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이 포함돼 있다고 이스라엘 채널12 방송이 보도한 바 있다.

미국은 이에 대한 대가로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 완전 해제, 민간 핵발전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 지원, 이란이 합의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제재가 자동 부활하는 '스냅백' 매커니즘 삭제를 제시했다고 한다. 25일 미 NPR 방송은 이 제안에 정통한 소식통이 채널12 보도엔 초기 제안이 반영돼 있고 이후 수정이 있었지만 수정 내용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보도된 내용을 토대로 보면 이란은 영토 내 우라늄 농축 전면 금지에 대해 반발해 왔고 이스라엘에 대한 견제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미사일 사거리 제한에 대해서도 쉽게 동의할 것으로 보기 어렵다. 미국은 통상 전쟁을 일으킨 패전국이 승전국에 지급하는 배상금 지급을 꺼릴 가능성이 높고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선 양쪽이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어 요구안 자체로는 합의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란 "미, 작년부터 협상 중 2번이나 공격" 불신

이란과 미국은 협상 여부를 놓고도 여전히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아라그치 장관은 25일 프레스TV에 "진행 중인 협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역내 많은 외교장관들이 접촉해 왔다"고는 밝혔다. 그는 "무조건 항복"을 요구했던 미국이 "협상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패배를 시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24일 인디아투데이에 "우린 미국 외교에 대해 매우 참담한 경험을 했다"며 "핵 문제 해소를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던 9달간 두 번이나 공격 받았다"고 미국의 협상 언급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AP> 통신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워싱턴DC에서 열린 공화당 모금행사에서 "그들(이란)은 협상하고 있으며 타결을 간절히 원하지만 자국민에 살해될 게 두려워 이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그들은 우리에게 살해될 것도 두려워한다"고도 했다.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협상이 진행될 경우 유력한 상대방인 아라그치 장관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이 회담에 첨석할 수 있도록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들을 4~5일간 제거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지도부를 연이어 제거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랍 중재자들이 이란 쪽이 비공식적으론 더 개방적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양쪽이 적어도 만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려는 그들의 노력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위한 방중이 5월14~15일로 조정됐다고 25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혔다. 이달 말로 예정됐던 방중이 이란 전쟁을 이유로 미뤄진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날짜까지 전쟁이 종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호르무즈 해협 지도와 3D 프린팅된 송유관 모형을 보여주는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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