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없는 대표가 36개 운영…어린이집이 치킨집?"

[나는 어린이집 교사입니다⑦] 줄어드는 국공립…민간이 장악한 보육

☞ 보육이 돈벌이의 수단이 된 현실 이야기는 6회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권리금을 얹어서 어린이집을 마치 재테크 하듯 사고파는 현실도 잔인합니다. 하지만 사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어린이집 운영 자체를 '수익 창출'의 수단으로 보고 있는 일각의 시선일지 모릅니다.

보건복지부의 실태조사를 보면, 국공립이나 직장어린이집을 제외하고 대표자와 원장이 동일하지 않은 경우는 33.5%였는데요. 이 경우 1명의 대표자는 평균 1.82개의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어린이집 대표자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어린이집 외에 다른 어린이집을 동시에 운영하는 경우는 전체 어린이집의 10.6%에 달했습니다. 한 대표자가 무려 36개의 어린이집을 동시에 운영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문경자 선생님도 말합니다.

"어린이집을 '기업형'으로 하는 곳이 많아요. 대구에도 한 사람이 어린이집을 6개나 하는 경우가 있어요. 식당이죠, 식당."

▲"어린이집을 '기업형'으로 하는 곳이 많아요." 문경자 선생님이 말합니다. ⓒ프레시안(최형락)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013년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을 통해 "어린이집 설치자(대표자)와 원장이 동일하지 않고, 어린이집의 대표자가 다수의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경우 어린이집이 과도한 영리추구의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런 우려는 실제 사례로 증명됩니다. 지난 2013년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서울 송파구의 어린이집 비리 사건, 경찰이 관할 어린이집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는데, 송파에서 억대의 고액횡령을 했던 피의자 7명 가운데 5명은 여러 개의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자격도 없는 대표자 1명이 36개 운영…음식점이나 빵집 차리듯 어린이집 늘려"

더욱이 어린이집의 '대표자'는 그 어떤 자격조건도 현행법에 없습니다. 원장님, 즉 시설장에 대한 자격조건만 있을 뿐입니다. 보육에 관해 그 어떤 철학이 없어도, 돈만 있으면 어린이집을 여러 곳까지 운영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대목만 놓고 보면 '어린이집이 무슨 프랜차이즈 치킨집인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든 설립자가 오직 '돈'을 위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부라 하더라도 '돈'이 목적인 대표자가 운영하는 시설이 있다면 그곳에서 아이들은 어떤 대우를 받을까요?

국회입법조사처가 "어린이집 설치자(대표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자격 기준이 있지 않기 때문에 보육과 아동복지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도 음식점이나 제과 대리점을 차리듯이 수익을 목적으로 어린이집을 설치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고,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설 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가 "설립자는 보육에 관한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보육교사, 재단법인)로 제한하고 결격 사유를 강화해야 하며, 개인 설립이 가능한 어린이집은 1개소로 제한해야 한다"고 충고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국회도 정부도 알고도 모른 척 손 놓고만 있습니다.

누가 '빚더미 위에 어린이집을 지어도 된다'고 허락해 줬나요?

빚더미 위에 지어진 어린이집도 있습니다. 2013년부터는 자기자본비율이 50% 이상이 되어야만 어린이집 인가를 받을 수 있도록 바뀌었지만, 2012년까지는 그런 제한도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100% 빚을 내서 어린이집 문을 열어도 인가증을 받을 수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2012년 보건복지부의 실태조사를 보면, 전체 응답대상 어린이집 4000곳 가운데 28.1%가 대출을 받아 어린이집을 설립했습니다. 최초 융자금은 평균 1억7665만 원입니다. 가정어린이집의 최초 융자금은 약1억900만 원, 민간어린이집의 평균 최초 융자금은 3억600만 원에 달했습니다.



어린이집 운영비로 원금 상환은 못 하도록 해 놨다고는 하지만, 빚이 많으면 권리금을 많이 지불한 것과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겠지요. 하루라도 빨리 돈을 더 많이 벌어 빚을 갚아야 하니까요.

조세정책연구원의 이혜원 부연구위원도 "부채부담이 높은 어린이집에서는 보육료와 정부지원금을 원리금 상환에 지불하느라 시설 투자에 소극적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보육환경의 질적 수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부채비율에 대한 규제를 뒤늦게 만들긴 했으나, 그조차 유치원과 비교하면 차이가 납니다. 유치원은 사립학교법에 의해 자기 자본 비율 100%가 되어야만 설립이 가능하고, 임대시설에서의 운영도 불가능합니다. 어린이집은 자기 소유 시설의 비율이 54.4%에 불과한데 말이죠.

유치원에 비해 느슨한 규제는 "안정적인 시설 운영보다는 수익극대화에 연연하는 어린이집을 양산"하는데, 이 역시 정부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입니다.

보육료 쏟아 부어도, 그 돈이 보육의 질을 보장하지 못하는 이유

"민간 어린이집이 회계를 투명하게 열지 않는 이유가 있어요. 정부 보육료 지원이 다 엉뚱한 곳에 나가거든요. 그런데 그것도 사실 정부가 잘못한 거 아닌가요? 보육의 질 따위는 생각하지도 않고 양만 늘려서 시장화하면, 서로 경쟁해서 질 좋은 보육이 된다?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에요. 국민의 세금으로 민간어린이집 원장들 먹여 살리는 거죠. 물론 정말 깨끗하게 하는 원장님도 계시지만요."

서울의 국공립어린이집에서 일하는 11년 차 어린이집 교사 이수진(36, 가명) 선생님이 생각하는 우리의 보육 현실입니다. KDI 보고서도 어린이집 문제의 핵심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일부 국공립을 제외하고는 (어린이집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은 근본적으로 수요 증가 속도를 시스템 정비가 따라가지 못한 결과이다."

무상보육이 실시된 이후,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아동의 숫자 즉 '수요'는 급증했습니다. 공급 역시 급격하게 늘어났죠. KDI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어린이집수는 연평균 2300여 개씩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수만 늘고, 이를 "모니터하고 개선시키는 시스템의 정비 노력은 공급 증가를 따라가지 못했고 부실운영은 상당 부분 방치되었던" 것입니다. 한 마디로, 지금 어린이집을 둘러싼 문제를 만들고 또 방치하는 것은 정부란 얘깁니다.

문제 어린이집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보육시설 담당인력은 700여 명에 불과합니다. 전국의 어린이집이 4만3000여 곳이니, 단순하게 계산해 보면 1명의 공무원이 61개의 어린이집을 지도하고 점검한다는 얘깁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013년 "이들 대부분은 (어린이집) 지도·점검 업무와 다른 업무(어린이집 인가 및 보조금 지급 관련 업무 등)를 병행해서 수행하고 있으므로 어린이집 지도·점검에 투입되는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니 "대부분의 시도에서는 보건복지부로부터 부정수급 의심사례 명단을 통보받은 후 10개월이 지난 시점까지도 현장점검이나 사후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가 많을" 수밖에요. 바빠서 못 했든, 일부러 안 했든, 부정의 징후를 보고도 각 지자체가 모른척한다는 거죠. 이런 지적을 한 국회입법조사처는 "현행 규정 상 지방자치단체가 어린이집의 위반 사실을 관련 기관으로부터 통보받은 이후에 행정처분을 확정해야 하는 기한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그 규정, 누가 만들었나요?

비리의 징후 알려줘도, 지자체는 현장점검조차 안 하기도

일단 조사를 시작해 문제점을 확인하고도 각 지자체는 "미온적인 대처"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사원이 지난 2012년 실시한 '보육지원시책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를 보면, 보조금 비리를 저지른 어린이집의 64%가 보조금 환수만 하고 ‘종결처리’됐습니다. 영유아보육법에는 보조금 환수, 어린이집 운영정지 또는 폐쇄, 원장의 자격정지, 고발 등의 조치를 병행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가장 낮은 수위의 조치만 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심지어 보조금 반납 명령을 받고도 내지 않고 버티는 어린이집에 여전히 보조금이 지급되는 경우도 감사원 조사에서 절반이 넘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자체의 이런 '허술한 관리 실태'의 이유로 "민원 발생 소지를 회피하고 처분 집행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으려는 (해당 지자체의) 경향"을 꼽았습니다.

이런 현실은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더 잘 압니다.

"무상보육을 제대로 실현하려면 관리감독체계부터 강화해야 해요. 돈만 풀면 뭐하나요? 관리감독은 엉망인데요. 지자체 공무원들이 많이 눈 감아 줘요. 자기들도 비리가 눈에 뻔히 보이겠죠. 그렇지만 넘어가주는 거예요. 왜 넘어가 줄까요?"

▲이수진(가명) 선생님이 관리감독의 중요성을 설명합니다. ⓒ프레시안(최형락)


이수진 선생님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KDI도 '보육의 질' 관리가 어려운 이유를 이렇게 분석합니다.

"재정지원에 따른 수익률을 기대한 공급자들이 대거 진입해 강력한 이해집단을 형성한 것 역시 질 관리 강화 노력의 장애물이다."

다시 '강력한 이해집단', 즉 '어린이집연합회의 파워' 이야기로 돌아가네요.

현재 어린이집은 허가제입니다. 그런데 지역 내 보육공급과 수요를 비교해 인가를 제한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즉, 어린이집을 열고 싶다고 다 인가증을 내주는 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이 인가제한 제도는 이미 인가를 받은 어린이집의 기득권을 더 강하게 만들어줍니다.

아무나 인가를 받을 수 없으니 인가증이 막대한 권리금과 함께 매매의 대상이 되고, 이는 다시 "어린이집 운영비를 제대로 지출하지 않거나 전임 교사 대신 인건비가 싼 임시 교사를 고용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었습니다.

"국공립 확충, 말로만 하고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요. 인허가제한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 및 인가증 매매를 금지하는 조치도 가능하겠지요. 어린이집 매매 시 인가증을 반납하도록 하거나, 하다못해 평가인증이라도 다시 받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보다 근본적으로, 현장 교사들은 "국공립 비율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만이 대안"이라고 말합니다. 김호연(41) 선생님은 "국공립이 30% 수준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 수준은 되어야 국공립이 민간을 견제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게 민간어린이집도 살아남는 길이고요. 최소한의 보육 공공성을 위해 정부가 단계적인 국공립 확충 계획을 내놓아야 해요."

"개인투자 위주의 공급구조로 공보육, 무상보육을 실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이런 지적은 정부 연구기관에서도 오랫동안 해 온 이야기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3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육의 공공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임대시설 어린이집의 재정 건전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국공립·직장·공공형 어린이집을 확대해야 한다"고 권고한 것도 그래서입니다.

그런데도 "국공립 확충은 실제 정부의 정책 추진에 있어서는 우선순위에서 늘 밀려나 있었던"(국회입법조사처) 것이 현실입니다. 문경자 선생님도 "정부가 정말 국공립 확충의 의지가 있는 건지 묻고 싶다"고 했습니다.

▲지난 3월 7일 여성대회에 나온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모습. ⓒ문경자


"어린이집연합회가 국공립을 늘리지 못하도록 정부에 압력을 행사하는 이유도 있죠. 그런데 정책 입안자들이 왜 국공립을 늘려야하는지, 제대로 그 이유와 개념을 알고 있는지 궁금해요. 선거만 하면 후보들이 '국공립 늘린다'고 하지만, 그 이면에 과연 철학적인 고민이 있었을까요? 단순히 표 얻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국공립도 전부 민간위탁…'진짜 국공립'은 0.3% 뿐

정부가 직접 국공립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비율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추세라는 점도 이런 시선의 한 이유입니다. 현재는 국공립 어린이집도 절대 다수인 93.4%가 개인과 법인, 단체 등에 위탁 운영되고 있습니다. 국가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비율이 2009년 조사에서는 국공립의 16.6%였지만, 2012년에는 6.6%로 줄어든 것입니다.

전체의 5%밖에 안 되는 국공립에서도 고작 6.6%이니, 전체 어린이집을 놓고 보면, 0.3%만이 '진짜 국공립'인 셈입니다.

왜 국가는 국공립도 민간에 맡기는 걸까요? 이수진 선생님이 한 마디로 설명합니다.

"책임지기 싫은 거죠."

책임지기 싫어하는 정부, 그 정부 아래에서 민간이 주도하고 있는 우리의 보육 현실이 달라질 리가 없습니다. 다시,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래 세대를 돌보는 어린이집이 빵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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