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든 캐나다 원전도 폐로하는데, 월성1호기는…

원전 수명 과정은 한수원의 '영업비밀'?

경주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월성1호기가 도마에 올랐다. 논란이 되는 월성1호기는 1982년에 만들어진 한국 최초 CANDU형 중수로 원자력 발전소다. 30년 동안 운행됐다. 일반적으로 원전의 수명은 30년이다. 추후 점검 등을 통해 수명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연장되면 10년을 더 사용할 수 있다.

오는 12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는 월성1호기 수명연장 안건을 심의한다. 지난달 15일 원안위는 약 10시간 동안 재가동 가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차기 회의에서 재심의하기로 했다.

월성 1호기 계속 운전을 주장하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약 3년 8개월여 동안 심사를 수행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점 △ 한수원이 재가동을 위한 설비투자 등에 6000여억 원을 투입한 점을 들어 계속 운전 승인이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KINS와 월성 1호기 스트레스테스트를 공동으로 수행한 민간검증단은 당장 안전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증기발생기 세관 파단’에 의한 방사성물질 방출 평가 및 대책 마련 등 32건의 안전 개선사항 이행을 제시하며,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월성1호기와 동일한 원전 11% 불과

월성1호기는 이미 여러 문제가 제기된 원자로 구조를 지니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일반적인 원자로와 다르게 월성1호기와 같은 CANDU형은 냉각수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핵 연쇄 반응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격납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심각한 방사능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1986년 최악의 핵사고를 일으킨 체르노빌의 RMBK유형과 동일한 특성이 있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 국가에서는 CANDU를 거부하고 있다. 가동 중인 CANDU형 원전은 전 세계 원전의 11%에 불과하다.

CANDU형 원자로 종주국인 캐나다에서 온 숀 페트릭 스텐실 씨도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을 반대했다. 그는 그린피스 캐나다 선임 캠페이너로 14년 동안 관련 분야에서 활동해 온 원전전문가다. 10일 그린피스와 환경운동연합에서 주최하고 서울 환경운동연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는 캐나다에서 수명연장을 포기한 젠탈리 2호와 월성 1호기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지적하며 현재 월성1호기를 둘러싼 논란과 그에 따른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지적했다.

▲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반대 국민선언' 기자회견에서 그린피스 원자력 전문가 숀 패트릭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젠탈리 2호기 수명연장비는 4조 원 vs 월성1호기는 5600억 원

숀 패트릭 씨는 캐나다에서 폐로하기로 한 젠틀리2호기와 월성1호기는 CANDU형 원자로로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CNADU형 원자로를 계속 운전하기 위해서는 안전성 평가를 받고 부품을 교체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캐나다에서는 수명연장을 위한 비용평가에 있어 약 4조 원이 필요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오자 젠틸리2호기 수명연장을 포기했다. 하지만 똑같은 구조에 상업가동(1983년)과 설계수명 만료연도(2012년)가 동일한 월성1호기는 수명연장 비용이 5600억 원 밖에 들지 않았다."

숀 페트릭 씨는 수명연장 비용이 거의 10배에 가깝게 적게 든 이유는 "한국의 안전기준이 캐나다보다 더 낮거나 수명연장에 필요한 부품 관련, 안전기준이 미비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캐나다는 원전사업자가 노후원전의 수명연장을 추진하려면 신규원전에 적용되는 기술기준으로 통합안전성평가 보고서와 함께 설비개선 계획을 캐나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젠틸리2호기는 이 과정에서 약 1조 원으로 예상됐던 수명연장 비용이 4조 원대로 증가했다. 최신안전기술기준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결국, 수명연장 비용이 운영이익보다 더 든다는 이유로 폐로를 결정했다.

반면, 한국의 월성1호기는 수명연장 여부를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자체적으로 결정했다. 그 뒤 2009년 압력관과 냉각제공급자관, 제어용전산기, 터빈발전기를 교체하는 데 705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계획하면서 관련 안전성 평가서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압력관, 냉각재공급자관, 제어용전산기 교체에만 5383억 원을 사용했고 후쿠시마 후속조치로 수소제거기, 격납건물여과배기계통을 설치하는데 257억 원을 투자했다. 수명 위한 설비개선에 총 5600억 원이 들어가는 과정에 한수원은 공청회나 토론회 등 의견수렴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

숀 패트릭 씨는 "월성1호기가 수명 연장을 준비하면서 한 일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과연 캐나다처럼 안전기준을 모두 지켰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월성1호기. ⓒ프레시안(김윤나영)

"시민 감시 없이는 원전 안정성 보장 못한다"

숀 패트릭 씨는 똑같은 구조와 연식을 가진 젠탈리 2호기와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 비용이 10배 가까이 차이 나는 근본이유는 "시민들의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들의 견제가 있어야만 원전 운영이 효율성보다는 안정성에 방점을 찍고 운영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캐나다 원자력 안전위에서는 젠틀리2호기 수명연장에 있어 신규원전에 적용되는 기술기준이 적용된 안전기준을 맞추도록 했다. 그리고 그 이행계획을 원안위 전문가에게 승인받도록 했다. 물론 이 과정은 공청회 등을 통해 시민들이 직접 개입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 자연히 수명연장 과정에서 신규 안전기술 적용, 환경영향성 평가 등도 시민들에 의해 감시받는 구조가 됐다. 모든 캐나다 시민이 원전 관련 자료를 받아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제도를 통해 원전 규제기관은 대중에 의해 감시받게 된다.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실제 캐나다는 통합안전성평가서를 포함한 환경영향평가서 등 관련 기술자료를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한다. 그린피스 캐나다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0여 건의 정보공개청구를 했고 이중 공개받은 기술자료는 1만5000쪽에 달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규제기관이 경제성을 이유로 원전 안전성을 양보할 경우, 정보공개청구 통해 받은 기술 문서를 근거로 문제제기를 하는 게 가능하다.

2~5년마다 갱신되는 원전 운영허가 과정에서는 일반인들이나 단체들이 캐나다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지원해주는 전문가 자문비용을 이용해 운영허가 과정에서 직접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숀 페트릭 씨는 "월성1호기 수명연장 과정을 보면 대중이 전혀 정보 접근성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반면 캐나다는 이보다 투명한 수명연장 과정을 거친다. 이런 차이가 한국 원전 관련 정책의 불투명성을 만들고 안전성에 있어 한국이 더 낮은 수준의 안전 제도를 적용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원자력 전문가로 구성된 원전안전 활동단체들은 현재 월성 2·3·4호기에는 적용된 안전기준이 월성1호기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며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1991년 이후에 세워진 월성 2·3·4호기는 규제기준인 'R-7' 요건을 충족하고 있지만 그 전에 세워진 수명연장을 준비 중인 월성1호기가 이를 충족하는지 의문을 제기한 것. 하지만 한수원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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