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1호기는 2012년 11월 20일 이후로 3년째 가동이 중단됐다. 설계수명이 끝났기 때문이다. 설계 수명이 이미 끝나 가동이 중단된 원전이라면 폐쇄 결정하고 폐로 절차를 밟으면 될 것인데 월성1호기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주)는 2009년 12월 30일에 수명연장 신청서를 제출했고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월성원전 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민간검증단은 월성1호기의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개선사항이 32가지나 될 정도로 현재 상태에서 안전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안전성 논란이 있는데다가 전기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 가동한다고 사업자에게 이익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이참에 수명 끝난 고리원전 1호기와 월성원전 1호기를 원전 해체 기술 개발 대상으로 삼고 수백조 원에 달하는 세계 원전 폐로시장에 눈을 돌릴 수도 있다. 그런데도 월성원전 1호기의 수명을 연장하려고 한다. 도대체 누가 왜 월성원전 1호기 폐쇄를 막고 있는 것일까.
월성1호기 멈춘 3년, 전력수급과 전기요금 영향 無!
우리나라 국민들이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참혹함을 바로 이웃에서 목도했음에도 핵발전소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데에 다수가 찬성하는 이유는 '전력부족'의 두려움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전기 없는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데 2년 넘게 월성원전 1호기가 가동되지 않고 멈춰 있었지만, 전력수급과 전기요금에 전혀 영향이 없었다.
지난 12월 17일 갑자기 몰아닥친 혹한으로 인해 전기난방이 급증하면서 최대전력소비가 처음으로 8000만 킬로와트를 기록했지만 그때에도 전력예비율은 11.5퍼센트(%)였다. 이 예비율을 핵발전소 개수로 환산하면 약 10개에 해당한다. 월성원전 1호기나 고리원전 1호기와 같이 소규모의 경우로 치면 약 20개의 핵발전소가 예비전력으로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대전력소비를 기록한 때에도 그 정도였으니 평소에는 원전 20개, 30개 분량의 전기가 예비로 남아도는 게 현실이다. 수명 끝난 원전까지 가동해야 할 만큼 우리는 전기가 부족하지 않다.
월성1호기 가동할수록 적자
더구나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사업은 가동하게 되면 적자 나는 사업이다. 2009년 한국수력원자력(주) 차원에서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사업을 결정할 때에는 7000억 원의 설비개선 비용을 들여도 10년간 수명연장 가동하면 604억 원의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평가했다. 이 경제성 평가의 전제는 2012년 11월 20일 설계수명이 끝난 뒤부터 바로 수명연장 가동을 한다는 전제에서다. 하지만 월성 1호기는 2012년 11월 21일부터 2015년 1월 현재까지도 가동을 멈췄고 핵연료비를 제외한 운영비는 계속 지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원전 수명에 바탕을 둔 가동기간은 발전소 임계시점(최초 핵분열 반응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때문에 가동을 하지 않아도 월성원전 1호기는 계속 나이를 먹고 가동기간도 줄어들게 된다. 2월에 10년 수명연장 허가를 받아 3월부터 가동을 시작한다고 해도 남아 있는 가동기간은 7년 9개월밖에 안 된다. 지난해 8월 국회예산처 분석에 의하면 월성원전 1호기를 8년간 가동한다고 가정해도 최소 2546억 원이 적자다. 여기에는 이미 설비개선비용으로 써버린 5600억 원은 비용에 포함하지도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가동 시의 적자폭은 더 커질 것이다. 5600억 원을 매몰비용으로 처리하고 이 시점에서 사업을 접을 것인지 과거 투자한 5600억 원의 일부라도 회수하기 위해 적자폭이 커지는 것을 감수하고 가동을 감행할 것인지 판단을 해야 한다. 민간회사라면 5600억 설비개선 투자를 결정한 CEO를 경질하거나 투자 판단을 한 CEO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했을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주)이 공기업이니 그 결정을 내린 당시 지식경제부(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책임져야 하는데, 그를 이은 현 산업부는 과거 이 판단을 내린 공무원의 징계는커녕 적자사업을 밀어붙일 심산이다.
게다가 월성원전 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검증 결과 32건의 안전개선사항이 제출되었고 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 전문위원회는 주민수용성 항목을 제외한 대부분을 다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 개선비용을 감안하면 적자폭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안전개선사항도 반영 안하고 수명연장?
설계 수명이 끝나기도 전에 폐쇄하는 핵발전소가 전 세계에 수두룩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말까지 세계적으로 폐쇄된 핵발전소는 143기인데 평균 가동연수가 23.5년이다. 물론 설계 수명을 훌쩍 넘긴 핵발전소 역시 47기나 가동 중이다. 하지만 해외사례를 그대로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우리나라 핵발전소는 이용률이 높아 그만큼 노후화 현상도 더 심각할 수밖에 없으니 설계 수명을 넘기는데 위험부담이 더 크다. 세계 핵발전소 이용률은 70%대인데 반해 월성 1호기의 이용률은 평균 86.2%였고 세계 1위 이용률을 4번이나 달성했다.
더구나 월성원전 1호기는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 중 비중이 11%밖에 되지 않은 중수로 원전으로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큰 원전이다. 세계적으로 수명연장 경험도 별로 많지 않아서 종주국인 캐나다에서 5기 정도 진행되었는데 안전성, 경제성 논란으로 폐쇄한 원전, 장기 가동중단한 원전이 많다.
월성원전 1호기의 현재 상태는 최신기술기준을 반영하지 않고 가동을 시작한 30년 전의 기술기준에 약간의 보완을 한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핵심 설비인 원자로 압력관을 교체했지만 그 외의 설비 노후화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원전 종주국인 미국은 노후 원전에도 최신기술기준을 소급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 역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로 기술기준의 소급적용 규정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수명 끝난 노후 원전에 과거 30년 전의 기술기준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월성원전 1호기에 핵연료 냉각을 위한 안전장치(열교환기)가 월성 2~4호기와 달리 하나밖에 없다거나 사용후핵연료 방출 통로의 차단문이 없는 점, 격납건물의 차단밸브가 없는 점 역시 월성1호기가 과거의 기준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월성원전은 한반도에서 가장 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그럼에도 30년 전에 한 가장 낮은 내진설계로 안전성에 문제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누가, 왜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원하는가
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안전성 쟁점 사항을 비밀에 부치고 '계속운전 기술기준을 만족하는 것'으로 원안위에 최종 보고했다. 민간검증단이 제기한 32개 개선사항 중 기술적인 부분을 대부분 수용한 안전전문위원회 역시 '평가기준에 적합하다'면서 우선 수명연장 가동하고 안전개선사항은 가동하면서 반영하라는 입장이다.
하루빨리 가동해서 적자폭을 줄이고 싶어 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주)의 입장이 적극 반영된 결과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9명의 원자력안전위원 중에 상임위원이 2명밖에 없는 상황이라 제대로 자료를 검토할 시간도 없는데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는 '표결'을 서두르고 있다. 사무처는 1월 15일 33차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 회의 자료를 올리면서 민간검증단의 문제제기는 빼고 원자력안전기술원과 안전전문위원회의 '적합'평가만을 적시했다. 5년에 걸친 심사과정, 1년 반에 걸친 스트레스 테스트 검증과정에 대한 이해는 필요 없고 원자력안전기술원과 안전전문위원의 판단만 믿으면 된다는 식이다. 현재로는 안전성 확보가 어렵고 수명연장하려면 안전개선사항을 이행하라는 민간검증단의 입장은 한쪽으로 제쳐놓았다. 안전전문위원회는 민간검증단의 안전성 문제제기를 동의하면서도 특별한 설명 없이 수명연장을 동의하고 있다. 사고 확률이 낮으니 당장은 문제없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우리의 원자력안전기술원에 해당하는 원자력안전보안원은 후쿠시마 원전에 대해 격납건물이 파손될 확률이 1억 년에 한 번 일어나는 확률이라며 안전성을 보장했다. 그리고 수명연장 결정을 했고 수명연장을 하자마자 안전성평가를 한 지 7년 만에 후쿠시마 원전은 폭발했다.
국민들이 지켜봐야 하는 이유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사무처를 구성해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을 하루빨리 결정하려는 관료들은 과거 원전 진흥과 규제를 동시에 담당하던 과기부, 교과부 원자력국 출신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들의 경험에는 안전 규제가 먼저가 아니다. 산업부의 전력수급을 뒷받침해 온 과거의 습성을 버리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해관계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당시 에너지정책 수립을 담당한 지식경제부의 박영준 차관에게 당시 한국수력원자력(주)의 김종신 사장은 에너지정책에 한국수력원자력(주)의 입장을 잘 반영해달라는 취지의 부탁과 함께 뇌물을 전달했다.
아직 한국의 원전 확대정책에 '폐쇄'는 없다. 2020년대에는 설계수명이 끝나는 원전이 10여 기가 된다. 중수로인 월성원전의 첫 주자 1호기가 폐쇄되면 나머지 2~4호기도 설계수명을 연장하기 어려울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이들이 있다. 걱정이 깊어지면 당장의 손해는 판단 기준에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안전성을 보장하지도 못하고 폐쇄해도 전력수급에 영향도 없는 원전을 수명 연장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정치적인 이유, 원자력계의 이익, 그들과의 관계 등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심의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고 국민들이 주의 깊게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함께 사는 길>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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