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예산안 단독 처리 방침 굳혔나?

이완구 당정 회동서 "안 되면 정부안 또는 수정안으로 가겠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동을 전후해 새누리당 지도부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사실상 단독 처리할 수도 있다는 방침을 연거푸 시사하고 있다. 야당과의 예산안 협상 자체를 무위로 돌릴 수도 있다는 엄포다.

국회법에 명시된 예산안 심사 기한인 오는 30일까지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내달 1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정부안과 새누리당이 만든 수정 동의안을 상정해 표결에 부치겠다는 계획이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예산안 단독 처리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예산은 12월 2일 (본회의 처리) 법정 기일을 꼭 지키겠다"며 "오늘도 강조했지만 안 되면 정부안 또는 수정 동의안으로 가겠다. 선진화법의 첫 케이스니까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예산안 법정 기한 문제는 국회 선진화법의 근간이자 핵심"이라면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우리 당의 수정 동의안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 또한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수정안 상정 및 표결은) 전혀 원치 않는 방법이지만 (기한 내 심사가 끝나지 않으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단독 처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실제로 이날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여야 간사와 황우여 교육부총리 사이의 합의안마저 새누리당 지도부의 '뒤집기'로 없던 일이 되기도 했다.
이 같은 새누리당의 주장은 겉보기엔 '국회 선진화법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란 논리 구조를 취하고 있으나, 속내는 예산안 대치 정국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실적으로 예산 심사에 주어진 기간이 고작 2주가량이라, 예산안 심사를 통한 야당의 정부 견제 및 비판 공간이 상당히 협소했던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상 기한을 이유로 예산안 심사를 촉박하게 매듭지으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애초 목표했던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 관련 예산 삭감과 복지·민생 예산 증액이란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혹여 새정치연합 일각에서 나오는 요구대로 예산안 심사를 국회법에 적힌 시한을 넘겨 지연시킨다면, 새누리당으로선 안 그래도 마뜩치 않았던 국회 선진화법 '무용론'을 더욱 공격적으로 제기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과반 의석을 가지고 있어도 (국회 선진화법 때문에) 법안 처리 하나 못 하는 고통을 감내하는 것도 (예산안) 법정 기일 내 통과 때문"이라며 "그런데 다시 법정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고 운운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실제로 예산안 단독 처리를 감행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아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연말정국 경색과 더불어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재차 주문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연내 처리가 불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19일 "새누리당 지도부가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야당과의 협상을 거부하라는 지침을 내려다고 한다'며 "국회 선진화법은 여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예산안을 합의 처리하라는 취지다. 형식적인 이유로 날치기 예산안을 처리할 경우 절대로 묵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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