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되면 '끝'…지자체장 도덕 불감증 심각
이번 수해지역 골프 파문 외에도 한나라당 자치단체장들의 '민생 불감증'은 숱하게 지적돼 왔다.
한나라당 소속의 김동성 단양군수는 지난 18일 범람이 있었던 수해지역 인근에서 지역 유관단체 회원들과 술자리를 열었다. 충북 제천의 엄태영 시장은 수해 복구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지난 19일 사흘 간 휴가를 즐겼다.
자신이 재난안정대책본부의 본부장인 이동희 안성시장은 호우 피해로 비상근무령이 내려진 지난 17일 4박5일 일정으로 중국을 다녀왔다. 이영수 인천 남구청장은 재난안전담당국장 등 공무원 26명과 함께 외유를 떠났다.
정우택 충북도지사는 4000만 원짜리 호화 취임식을 벌였다. 또한 청주시내 7곳에 취임을 축하하는 '경축탑'을 세우고 취임식 사회를 공영방송 아나운서에게 맡겼으며, 관사와 집무실 수리에 5000여 만원을 사용했다.
중앙당은 할 말 있나
중앙당도 누굴 탓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오만한 집권야당"이라는 비난은 중앙당 지도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7.26 재보선과 관련해 중앙당은 송파갑에 성접대와 세금체납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정인봉 전 의원을 공천하는 도덕 불감증을 드러냈다. 여론의 화살에 못 이겨 정 전 의원의 공천을 취소하고 난 뒤에는 스스로 지역구를 박차고 나온 맹형규 전 의원을 대타로 내세워 더 큰 비난을 초래했다.
5.31 지방선거 과정에서 공천헌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수영 후보는 성북을 지역에 공천됐다. 마산갑에 출마한 이주영 후보는 경남도 정무부지사로 재직 중이던 지난 3월 5.31 지방선거 공천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한나라당 당원들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던 이력의 소유자다.
이렇게 공천된 후보들 역시 오만하기는 마찬가지. 한나라당의 후보들은 지역에서 열릴 예정인 후보자 정책토론회를 거부하고 있다.
21일 열릴 예정인 송파갑의 정책 토론회는 맹형규 후보의 불참 통보로 간략한 정견발표로 대체됐다. 특히 자신의 보좌관이 선거법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최수영 후보는 "토론회에서 보좌관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다면 참가하겠다"고 주장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당선무효·기소·입건…'부패당'으로 회귀
이밖에도 지난 5.31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들의 선거법 위반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기초단체장 13명 중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이 모두 8명이다.
서찬교 성북구청장은 시의회 의원들에게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금품을 지급한 혐의로 지난달 29일 1심에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재선에 성공한 김현풍 강북구청장도 간부급 공무원을 상대로 실시한 교육에 배우자를 참석케 하고 2만4000원 상당의 스카프를 나눠준 혐의로 벌금 200만 원이 선고됐다. 현행 선거법에서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취소되지만 서 구청장과 김 구청장은 항소할 것으로 알려져 확정판결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창희 충주시장은 시의원들에게 갈비세트를 돌린 혐의로 1심에서 벌금 150만 원이 선고됐지만 항소마저 기각돼 당선무효가 확정됐다.
이완구 충남지사는 지역구민과 당원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등 사전선거운동을 한 사실이 밝혀져 기소됐고, 공천헌금 혐의로 지난달 22일 구속된 김희문 경북 봉화군수도 당선무효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정보통신대 이각범 교수는 지난 20일 열린 한나라당이 주최의 토론회에서 "5.31 지방선거를 통해 몰표를 획득한 한나라당은 벌써 오만하고 방자하기까지 하다"며 "지금처럼 긴장, 자각, 자기혁신이 없는 한나라당은 절대 정권을 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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