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대응, 공공 의료시설이 절실하다"
2020.01.28 17:22:37
우석균 대표 "공공 의료 시설 확충으로 전염병의 효과적 대응 가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공포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가운데, 대규모 전염병 대응을 위해 공공 의료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부가 자국민 보호를 위해 30일과 31일에 걸쳐 전세기 4편을 투입, 중국 우한 지역 한국인 약 700명을 국내로 송환키로 했으나, 이들을 일시 수용할 전문 격리 의료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8일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기초자치단체마다 한 개 이상의 공공 의료 시설이 있다면 정부가 신속히 이와 같은 사태에 대응할 수 있지만, 한국의 공공 의료 시설 수준은 매우 열악하다"며 "영국의 공공 의료 체계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 공동대표에 따르면, 공공 병원이 전체의 약 80~90%에 달하는 영국의 경우 각 지자체마다 존재하는 공공 병원이 긴급 사태 대응 거점 역할을 한다.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시 이들 병원은 층별 병상을 비워 대규모 환자(유증상자)를 한꺼번에 받아들일 수 있다. 한 번에 수백 명의 유증상자에 대처할 기초 여력이 마련된 셈이다. 

한국에서 이 같은 역할을 할 시설은 현재로는 기초자치단체마다 존재하는 보건소다. 하지만 음압병실 등 전문 치료시설이 태부족하다. 메르스 사태 이후인 지난 2016년 의료법이 개정돼 300병상 이상을 갖춘 병원은 전문 격리시설인 음압병실을 1개 이상 갖추도록 했지만, 이 같은 조치만으로 대규모 감염병을 대응하기는 어렵다. 

대부분 의료 시설이 수익성을 고려하는 민간법인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공공병원은 전체의 6% 수준에 불과하다. 음압병실은 적자가 불가피해 의료법과 같은 규제 장치가 없이는 민간법인을 상대로 늘리기 어렵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국가지정 전문 격리시설은 29개 병원 161병실 198병상이다. 바이러스 감염 유증상자가 한꺼번에 대규모로 늘어날 경우 대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우한 거주 한국인이 입국할 시 이들을 개별 격리할 별도 시설이 긴급히 필요하다. 이와 관련, <중앙일보>는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두 곳이 격리 수용 시설로 고려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들 시설은 의료 전문 시설이 아니다. 관련 대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당장 숙련된 의료 인력부터 부족한 데다, 전문 격리 대응 능력도 갖추기 어렵다. 메르스 사태 당시인 2015년에도 전문 격리 시설 부족으로 인해 지역 사회에 불필요한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우 공동대표는 "격리 조치는 단순히 교민 등을 일반 시민과 떼어 놓는 것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며 "청소년수련원 등의 대규모 공동 시설에는 전문 의료 장비가 태부족한 만큼 수용조치 인원과 시설 노동자, 수용 조치 인원 간 분리 문제 등에 대응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 격리 능력을 갖춘 의료 시설이 대폭 늘어나야 효과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결국 별도로 큰 폭의 재원을 투입해야 하는 국가 격리시설을 세우지 않는 한, 공공 의료 기관 확충이 가장 효과적 대응 수단이다. 우 공동대표는 그러나 "의료 공공성을 확충키로 한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공공 병원이 늘어나지 않아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이날 오후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정부는 감염병 확산에 대비해 격리병상과 음압병실을 대폭 확대했다"며 "정부는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해 의심환자를 별도로 진료하는 선별절차를 마련했고, 위험 지역에서 입국한 경우 의료기관에서 그 이력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27일자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 조치했다. 청와대는 "전수 조사에 나서라"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지난 14일에서 23일 사이 우한에서 입국한 3000여 명을 전수조사한다고 밝혔다. 

한편 각 지자체와 관련 주무부처도 바이러스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 대응에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이 학교 휴업 및 개학 연기를 검토키로 한 가운데 경남교육청과 부산교육청 등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총력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네 번째 확진자가 나온 경기도 평택시는 이날부로 평택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중국을 오가는 4개 노선 선사의 여객 운송을 다음 달 7일까지 잠정 중단 조치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공포가 한국 내에도 퍼지고 있다. 사진은 세 번째 국내 확진자가 나온 경기도 고양 명지병원. ⓒ프레시안(최형락)


▲ 세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격리 치료 중인 명지병원. ⓒ프레시안(최형락)


▲ 28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가 감염병 확산에 대비해 격리병상과 음압병실을 대폭 확충했다"고 밝혔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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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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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되면 거지부터 왕까지 누구나 만난다고 들었다. 거지한테 혼나고 왕은 안 만나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