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독일도 뚫렸다...베이징 첫 사망자 발생

"이미 수만 명 감염"...정부, 우한 교민 수송 나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한 유럽 국가가 추가됐다. 독일 뮌헨시 보건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바이에른 주 스타른베르크에 거주하는 남성의 신종 코로나 감염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스타른베르크는 뮌헨에서 남서쪽으로 약 30㎞ 떨어진 작은 도시다. 독일 당국은 이 확진자가 건강상태는 양호한 편이라면서도 감염 경로 등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앞서 프랑스 보건 당국은 최근 중국을 방문한 3명의 감염이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2명은 지난 18일 여행을 위해 프랑스에 입국한 우한 출신 31세, 30세 남녀로 현재 파리 시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또 다른 한 명은 보르도에 거주하는 48세 중국계 프랑스인이며 최근 중국에 다녀왔고 우한에도 잠시 체류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중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 관련 통계 발표가 축소. 지연되고 있다는 의혹이 짙어지는 가운데, 중국 의료포털 사이트 '딩샹위안'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현재 중국 내 확진자는 2889명, 사망자는 82명으로 다시 늘어났다. 앞서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어제 오후 8시 현재 전국 30개 성에서 확진자는 2840명, 사망자는 81명이라고 발표했다. 발원지인 우한에서만 63명이 숨졌고 우한이 포함된 후베이 지역 사망자가 76명이다. 27일 수도 베이징에서는 첫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베이징 보건당국은 신종 코로나로 인해 베이징에 거주하는 50세 남성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지난 8일 우한으로 일주일 간 여행을 다녀온 뒤 21일 병원을 찾았으며 이튿날 신종 코로나 진단을 받았다. 이후 치료를 받았으나 호흡기 악화로 끝내 목숨을 잃었다.

▲ 27일 리커창 총리가 중국 허베이성 우한의 한 병원을 찾아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다. ⓒAP=연합

중국 내 신종 코로나 중증 환자, 의심환자, 발열환자 급증


인구 2000만 명의 거대 도시에서 사망자가 나오면서 신종 코로나로 인한 인명 피해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베이징 감염자의 대부분은 30~40대지만 9개월 영아와 4세 유아도 걸리는 등 나이를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베이징에서 사망자가 나온 날 남부 하이난 섬에서도 우한에서 온 80대 남성이 첫 사망자로 기록됐다.

중국 내 신종 코로나 중증 환자는 500명에 육박하고 의심 환자도 5794명에 달한다. 마궈창 우한시 당서기는 기자회견에서 우한에서만 최근 며칠간 발열 환자가 1만5000명이 신고됐다고 밝혔다.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 수도 전날보다 1만 명 가까이 늘어 3만2000여 명으로 급증했다.

중화권 확진자도 홍콩 8명, 마카오 6명, 타이완 5명 등으로 늘었다. 중화권과 유럽 이외 지역에서는 태국 8명, 미국과 호주 각각 5명 한국·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 각각 4명에 이른다.

아직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국제비상사태 선언을 주저하고 있는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글로벌 폐렴 위험 수준을 '보통'에서 '높음'으로 수정했다. 앞서 WHO는 지난 23~25일 발간한 일일 상황 보고서에서 글로벌 수준의 위험 수위를 '보통'으로 표기했다.

이런 가운데 이미 우한 내에서만 수만 명이 신종 코로나에 걸렸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홍콩대의 가브리엘 렁 의대학장은 전세계 감염 수치를 토대로 수학적 모델에 따라 감염자를 추정한 결과 이미 감염된 사람은 2만5000명에 육박하며 잠복기에 있는 환자는 4만3590명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종 코로나가 우한과 인접한 충칭으로 넘어간 뒤 베이징과 상하이 등을 통해 4, 5월 절정에 달할 수 있다며 긴급하고 엄중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미국 노스이스턴대와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공동 연구진도 신종 코로나 감염자가 2만5000명가량 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상황이 엄중하자 정부 차원에서 긴급 조치에 나서고 있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8일 열린 각의(閣議·국무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를 법률에 의한 강제조치가 가능한 '지정감염증'으로 지정했다.구체적으로는 환자에게 감염증 대응이 가능한 의료기관에 입원하도록 권고하고, 따르지 않으면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으며, 환자에게 일정 기간 일을 쉬도록 지시할 수도 있다.

한국도 감염병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이 '심각' 전 단계인 '경계' 단계로 격상하고, 28일부터는 중국 내 모든 지역에서 오는 입국자들에게 의무적으로 '건강 상태 질문서'를 적어내도록 조치했다.

지금까지는 중국 우한에서 오는 입국자들만 '건강 상태 질문서'라는 서류에 자신의 몸 상태를 적어서 제출했으나 대상을 중국 내 모든 지역으로 확대한 것이다. 중국에서 오는 입국자는 하루 3만 2000여 명에 이르는 상황이라 이 정도의 대책으로 방역이 가능할지 의문도 제기되고 있으며, 입국 심사 시간도 오래 소요돼 입국하려는 내국인들의 불편도 커질 전망이다.

중국 우한에 체류 중인 교민 수송대책도 구체화됐다. 외교부에 따르면, 우한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 700명가량이 정부가 마련한 전세기 탑승을 신청했다. 우한 주재 한국 총영사관 인터넷 홈페이지에 따르면 27일 밤 11시 55분까지(현지시간) 탑승 신청을 받은 결과 총 693명의 국민이 한국행 비행기 탑승 의사를 밝혔다.

정부는 이르면 30일 우한에 외교부가 임차한 전세기를 투입해 우리 국민들의 귀국을 도울 예정이다. 귀국한 이들은 국가가 지정한 장소에서 14일간 격리 생활을 하고 난 뒤에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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