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외주 주는 사회, 국가인권위가 나섰다
2019.11.05 14:19:55
'위험 외주화'에 국가인권위 권고...이행 계획 나올까?
국가인권위원회가 고용노동부에 '위험의 외주화'의 근본적인 해결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5일 간접고용노동자의 생명·안전과 기본적인 노동인권 증진을 위해 △위험의 외주화 개선, △위장도급(불법파견) 근절, △사내하청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등을 고용노동부장관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번 권고는 지난해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발간한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 실태조사'(책임연구자 조돈문 전 가톨릭대 교수)를 토대로 인권위가 제도개선방안을 검토한 것이다.

인권위는 "지난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고 김용균 씨 사망사고가 발생한 후, 지난 1월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 개정됐으나 유사한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며 "위험의 외주화 등 근본적 문제 해결의 필요가 있다"고 권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노동존중사회 실현'은 정부의 국정과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는 2020년 1월 시행 예정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도급 금지 작업의 범위를 도금작업, 수은·납·카드뮴을 제련·주입·가공·가열하는 작업 등 화학적 요인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위험의 외주화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컸던 구의역·태안화력발전소 사고에서 사망자가 했던 작업은 여전히 도급(하청)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고 김용균 씨 ⓒ발전 비정규직 연대회의 제공


하청노동자에게 집중된 산재·사망사고...같이 일하지만 서로 다른 '목숨의 가치'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산재사고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놓은 수준이다. 산재사망노동자 중 하청노동자 사망 비율이 약 40%, 건설·조선 업종에서는 약 9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5년간 5개 발전회사의 산업재해사망자 20명 전원이 사내하청노동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산재사고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확대된 것과 무관치 않다. 청소·경비·시설관리 등에서 시작된 외주화는 건설업, 제조업, 서비스업 등 전 산업분야로 확산됐다. 이에 따라 고용과 사용이 분리된 간접고용 형태의 노동자가 증가했다. 그러면서 위험업무 외주화와 노동기본권 제약 등 다양한 노동문제가 발생하게 됐다.

인권위는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산재·사망사고는 하청노동자에게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인권의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 가치인 생명과 안전이 하청노동자에게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산업재해 피해자의 연령이 낮아지는 것에도 주목하며 이 역시 위험의 외주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인권위는 "외주화로 수차례 하도급 단계를 거쳐 노동조건은 더욱 열악해지고, 하청업체는 비용절감을 위해 숙련공이 아닌 초보적 기술자를 저임금으로 고용하고 있다"며 "사내하청노동자이면서 저임금의 사회초년생이 가장 위험에 내몰린다"고 덧붙였다.

고용형태가 달라지더라도 노동인권은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제도개선 필요

인권위는 이어 비정규직, 사내하청, 파견 이외에도 최근 플랫폼 노동이 확산되는 것을 염두에 둔 듯 "기술발전 및 정보화 등으로 인한 사회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데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의 변화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호의 사각지대에서 각종 노동인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기술의 발전과 고용형태의 다양화로 인한 문제는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지적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ILO는 지난 2008년에도 한국정부에 사내하청노동자들을 비롯해 소속 및 고용형태에 상관없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보장을 주문한 바 있다.

인권위는 위험의 외주화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구체적으로 △도급금지업무 확대, △생명·안전업에는 직접고용원칙 적용, △원청의 책임 확대, △산재보험료 원·하청 통합관리제도 전면 확대 등을, 위장도급 개선 방안으로는 △파견과 도급 구분 기준에 대법원의 판례 반영 등을 권고했다. 또 하청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해서는 △원청과의 단체교섭 보장 등을 권고했다.

인권위의 권고가 내려짐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90일 안에 수용할지 여부와 함께 이행계획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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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 기자
p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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