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참사'에도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이 표류하는 이유

"아들 동료들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달라" 절규에도 국회는…

"내가 김용균이다. 위험의 외주화 중단하라"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순찰 업무를 하던 중 석탄운송설비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를 기리기 위해 지난 22일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빌딩 앞에서 범국민촛불추모제를 열었다.

추모제에 참석한 3000여 명의 시민과 유족들은 '내가 김용균이다', '비정규직 철폐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정부에 진상 규명과 관련자 엄벌,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했다.

김용균 씨의 어머니는 이날 아들에게 불러줬던 자장가를 부르며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얼굴 부비고 싶은 용균아. 지금도 잠을 자던 너의 모습이 자꾸 생각나 눈물이 난다"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그러면서 "비록 우리 아이는 원통하게 갔지만,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는 아들 동료들이 하루빨리 위험에서 벗어나길 바랄 뿐"이라며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을 촉구했다.

▲ 지난 11일 사망한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의 마지막 행적이 담긴 CCTV 모습이다. 김 씨는 컨베이어벨트가 교차하는 '환승타워'를 손전등 불빛에 의존해 점검했다. ⓒCCTV 갈무리



'제2의 김용균' 막을 산업안전보건법, 12월 국회 처리 가능할까?


지난 19일 여야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본회의가 예정된 27일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사업주 책임강화, 작업 중지권 확대 등 세부 쟁점에서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12월 임시국회 내 처리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앞서 2016년 5월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중 전동차에 치여 사망한 비정규직 노동자 19세 김모 군의 사고 이후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이 발의됐다. 2년 반의 시간이 흘렀지만 재계의 꾸준한 반대 등으로 인해 국회를 통과한 관련 법안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지난달 정부가 그동안 제출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종합한 전부개정안을 국회로 제출했다. 정부안에는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 범위 확대, 산재 사망사고 시 사업주 처벌 강화, 위험한 작업의 원칙적인 하청 금지 등이 담겼다. 정부 개정안에 대해 산재사고 피해 유가족들은 사업주의 처벌 강화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은 "경미한 안전·보건조치 위반에 따른 사망사고까지 하한의 징역형을 규정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맞섰다.

이어 지난 21일 국회 환노위는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고 정부에서 제출한 전부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자유한국당의 강한 반대로 입장을 좁히지 못했다. 하청을 금지하는 '유해하고 위험한 작업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지, 책임자 처벌 수위를 얼마나 높일지 등에서 여야 대립이 첨예하기 때문에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 등 산업안전관리보건법 전반을 개정한 정부안을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당은 정부안이 지나치게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하며 제동을 걸며 쟁점 중 합의된 부분만 우선 통과시키자는 입장이다.

소위에 참석한 이장우 한국당 의원은 "정부가 내놓은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은 너무 엉터리"라며 "미리 이야기하는데 이 법률안으로는 논의가 불가능하다"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여야는 토론 끝에 법의 보호 대상을 배달업 종사자와 특수고용 노동자까지 늘리자는 것에 합의했으나 나머지 쟁점 사항에 대해서는 24일 오전 10시 고노소위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부개정안에 대한 한국당의 반대가 극심한데다, 쟁점사항에 대한 합의가 도출되지 않아 27일 본회의 상정 가능성은 불투명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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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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