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대북 조치에 대해 북한이 소극적이지만 꾸준히 대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지난해 대남 방송 중단에 대해 남한이 약 1년 반 만에 대북 방송을 중단했는데, 몇 시간이 지난 뒤 북한은 방송 방해 전파 가동을 멈췄다.
23일 정부 고위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북 방송과 방해전파가 체제 대결의 상징인데 최근 대북방송 중단은 북이 선제조치를 취해서 우리도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22일 22시를 기해 북에서 송출하는 방해 전파 10개의 주파수가 중단됐다. 이제 2~3개 남아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 5~15일 이종석 신임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순차적으로 대북 방송 송출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인민의소리, 희망의메아리, 자유FM, 케이뉴스, 자유코리아방송 등 라디오 방송 5개와 대북 TV 방송 1개 등 모두 6개 주파수가 포함된다. 이에 1970년대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에서 제작됐던 대북방송이 50여 년 만에 중단됐다.
상대를 향한 체제 선전 방송은 지난해 북한이 먼저 중단했다. 2023년 12월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뒤 다음해인 2024년 1월 북한은 대남 라디오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북한은 '통일의 메아리' 6개 주파수(FM 3개, 단파 3개), '평양방송' 7개 주파수(FM 3개, AM 2개, 단파 2개), '평양FM' 1개 등의 송출을 중단했다.
북한의 방송 중단 배경은 남한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적대적 인식 하에서 이뤄졌다. 다만 방송을 중지하는 것은 상대를 향한 체제 선전 등 심리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소모적 대결을 더 이상 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는 측면도 있다.
이 당국자는 "북의 이같은 조치는 예상 못한 것이다. 북에 (방송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하지 않았다. 우리가 필요한 것 했는데, 생각 못했는데 북한이 상응조치한 것"이라며 "상대도 우리를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상대가 (대남방송을) 재개하면 대응하겠지만, 우리가 먼저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남·대북방송은 체제대결의 상징이다. 우리와 북은 비교가 안 된다"고 말해 대북 방송 중단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한미 확장억제 체제에 있고, 2차 세계대전 후 독립한 국가들 중 민주주의·시장경제로 선진국에 진입한 유일한 국가"라며 "체제·역량이 비교가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존 대북 심리전 방송 담당 조직은 앞으로 안보위협 탐지와 조기경보 및 우리 국익 현안에 대한 글로벌 공감대 확산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새롭게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지난달 12일 남한의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에 대해 대남 확성기 방송 중단으로 호응했고 이후 25일 DMZ 내 여러 지역에서 국경화 작업의 일환으로 공사를 진행하겠다면서 관련 계획을 유엔사에 통보했다. 또 지난 9일 통일부가 서해 및 동해에서 표류하다 구조된 북한 주민 6명을 송환할 때도 남북은 유엔사를 통해 간접적인 방식의 소통을 진행했다. 이에 북한의 이번 방해 전파 가동 중단도 이재명 정부의 행동에 대한 대응 측면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남북 간 행동 대응 수준을 넘어 향후 대화 재개 가능성도 제기되는 데 대해 이 당국자는 "북이 담은 쌓고 있지만 대화에 응할 가능성 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그러나 쉽게 대화에 나오지는 않을 것이고, 당장은 아닐 것이다. (북한과 대화 추진)을 급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당국자는 "군사적 긴장 고조를 완화하는 게 중요하며 우발적 충돌을 막는 작업을 해야 한다"며 북미 대화와 관련 "북은 미국이 확실한 메시지를 발신해주기를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앞서 6월 11일(현지시각)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익명의 고위급 소식통을 인용, 뉴욕 채널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려 했지만 북한의 외교관들이 수령을 거절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북한이 미국의 확실한 행동을 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다음달로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한미 정부가 어떻게 운용할지가 미국에 대한 북한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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