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 동의안은 3200명 선의 파병 규모를 2006년 상반기까지 900명 감축해 2300명 선을 유지키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물론 이 규모로도 이라크 파병 규모 세계 3위의 자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언론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는 군 당국**
지난 2004년 8월 3일의 파병 이래로 합동참모본부나 국방부 등을 통한 '관급기사' 외에 자이툰 부대에 대한 정보를 접할 길이 전무하다. 가끔씩 언론을 통해 소개되는 자이툰 부대의 모습 역시 군 당국의 철저한 통제 하의 동행취재로 작성된 것이다.
파병 초기 정부당국은 조선일보 등 7개 언론사의 영내 동숙 취재를 허용했고 그 뒤에도 몇몇 미디어에 대한 영내 취재를 허용했을 뿐 프리랜서 다큐멘터리스트나 다른 미디어 기자들의 아르빌 취재 시도를 봉쇄했다. 취재 협조를 하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외교통상부가 나서서 입국 자체를 막기도 했다.
지난 2004년 말, 당국의 협조 없이 독자적으로 현지에 기자를 파견한 MBC에 대해 국방부는 취재를 거부하고 철수를 요구하기도 했다.
군 당국의 '협조'하에 작성된 기사들은 매체를 막론하고 대동소이하다. "코리아 넘버 원 외치는 아르빌 주민들" "한국 위상 드높이는 자이툰 부대" 등의 홍보성 보도만이 넘쳐날 뿐이다. 실제로 현지 취재를 통해 자이툰 부대의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는 찾을 길이 없다.
정부와 군당국의 이러한 언론통제는 심각한 정보 불균형을 낳고 자이툰 부대에 대한 공론 형성을 막고 있다.
***대통령 방문 전날 자이툰 부대에서 발생한 사망사건 **
지난해 4월 13일 합참은 "자이툰 부대 영내에서 근무하던 쿠르드 민병대원이 자이툰 부대원의 오발로 인해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합참이 밝힌 사건 발생 날짜는 '2004년 12월 7일'이었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5개월이 지나서야 공개한 것이다. 합참은 사건공개가 늦어진 이유를 묻는 질문에 "공개하는 것을 깜빡했다"는 어이없는 답변을 내놓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04년 12월 7일은 노무현 대통령 내외의 자이툰 부대 깜짝 방문 하루 전 날이라는 것이었다. 이에 합참은 "대통령께서 부대를 방문하기 전날 사건이 발생했고, 대통령 방문에 따른 보안조치를 강화하면서 공개하는 것을 깜빡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대통령 방문이 예정된 상황에서 돌발 사고를 공개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무려 5개월이나 사건 공개가 늦어질 이유는 전혀 없었을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한 합참의 설명 과정은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켰다. 사건이 공개된 4월 13일 오전 브리핑에서 "홍 모 상병이 개인화기인 K-2 소총을 점검하던 중 오발된 실탄이 함께 근무하던 제르바니(쿠르드 민병대원) 바카르 씨의 복부를 관통해 아르빌시 민간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나흘 뒤 숨졌다"고 발표했으나 오후에는 말을 바꿨던 것.
"사망자인 바카르 씨와 절친한 관계였던 홍 모 상병이 장난을 하다가 탄환이 장전된 사실을 깜빡 잊은 채 방아쇠를 당겨 사고가 났다"는 것이 합참의 바뀐 설명이다.
합참의 이해할 수 없는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합참은 바카르 씨가 숨지기 직전 "오발사고인 만큼 친구(홍 상병)를 처벌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며 유족들도 홍 상병에 대한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지 물가수준을 감안하면 매우 큰 액수인 1만 달러'를 보상금으로 지급했다고 밝힌 합참은 "사고 사실은 지휘계통을 통해 즉각 보고돼 보고체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런 어이없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진실을 확인할 방도가 없었다. 〈프레시안〉 역시 몇 가지 의혹을 포착해 자이툰 부대 제대병들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하나같이 "언론에 부대 이야기를 하면 절대 안 된다"는 답을 내놓을 뿐이었다.
특히 이 사건은 대통령의 부대 방문 전날 발생했던 만큼 군 당국이 청와대 경호실 측에 자세한 사건 경위를 설명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결국 군 당국뿐 아니라 청와대 측도 이 사건의 전말에 대해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섯 달 동안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는 것이다.
***자이툰 부대를 '경호'하고 있는 페슈메르가의 진실 **
자이툰 부대와 합동 작전을 펼치고 있는 페슈메르가 등 쿠르드 민병조직에 대한 정보도 턱없이 부족하다.
아르빌에 주둔중인 자이툰 부대의 외곽을 경비하고 한국군의 영외 활동을 '경호'하고 있는 3만 명 규모의 페슈메르가 조직은 CIA를 비롯한 미국 측의 지원을 받아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에는 페슈메르가나 정규군 말고도 미국의 지원을 받는 준군사조직이 여럿 존재한다. 후세인 정권 당시부터 지하에서 활동한 스콜피온스, 시아파 민병대 조직인 울프 여단, 바르드 여단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후세인 정권에 의해 추방된 쿠르드 족이 모집한 사람들로 구성된 스콜피온스 조직의 경우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포로들을 상대로 온갖 고문을 자행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전현직 미국 정보관련자들의 말을 인용해 "CIA는 이라크 전쟁이 시작되기 이전에 이미 반란을 목적으로 준(準)군사조직을 만들어 훈련시켰다"라며 "CIA와 이런 비밀 조직들은 이라크 포로를 상대로 온갖 고문을 자행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 밖에 자이툰 부대에 과도하게 파견된 한국 정보요원들이 미국의 통제를 받고 있는 쿠르드 자체 정보기관 아사시 조직에 일방적으로 의존했다는 사실이 현지 한국 외교관에 의해 전해지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주간 동아〉는 이라크 현지에서 근무한 한국 외교관이 작성한 '이라크 파병규모 축소방안'이라는 제목의 13쪽 자리 의견서를 공개했다.
자이툰 부대의 대폭 감축을 건의하고 있는 이 의견서는 '군 정보기관의 중복 보고'라는 항목에서 △자이툰 부대에는 군 정보사/군 기무사 요원들이 과도하게 파견되어 쿠르드 정보기관(아사시)과 접촉하거나 아르빌 지역 치안 상황 관련 정보를 수집함 △이들은 현지인 접촉과 독자적 정보망이 취약한 관계로 쿠르드 정보기관이 제공하는 정보를 과신하는 경향이 있음 △정보가치가 부족한 정보를 충분히 분석하지 않고 본부에 중복 보고하고, 상호 정보교류가 부족하여 혼선이 초래되고 있다고 적시했다.
평화와 재건을 위해 파병됐다는 자이툰 부대가 쿠르드 민병조직의 '경호'를 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 지난 2004년 파병을 반대하며 58일간 단식한 바 있는 김재복 수사는 이렇게 쏘아붙였다.
"주한미군 기지는 한국 경찰들이 지키고 있는데 아르빌의 한국군 기지는 쿠르드 민병대가 지키고 있다. 이런 것이 바로 점령군의 속성이다. 피점령국 군경이 점령군을 보호하는 것이 현실이고 역사다. 피주둔국 사람들이 주둔군을 지키는 경우가 있다면 그 주둔군은 항상 점령군이다."
***과연 다이만 부대는 파병동의안을 따르고 있는가**
지난 12일 군당국은 쿠웨이트에 주둔 중인 다이만 부대(공군 58항공수송단)가 1000회 출격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고 알렸다. 군 당국은 "다이만부대가 이라크 아르빌에 주둔하고 있는 자이툰부대와 동맹군 지원을 위한 공수작전 임무를 띠고 2004년 10월12일 파병된 지 꼭 17개월 만에 연 인원 2만2000여 명, 1700톤의 화물을 수송했다"고 홍보했다.
병력 175명, C130 수송기 4대로 구성된 다이만 부대는 자이툰 부대에 가려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 부대의 파병 목적, 파병에 대한 국회 동의 여부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다이만 부대가 국회 동의 없이 해외에 파병됐다는 지적에 대한 국방부의 공식 입장은 "다이만 부대는 자이툰 예하부대로서 파병 동의안에 명시된 인원 안에 포함된 것이고 두 부대의 전체 인원이 국회 승인을 초과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이만 부대는 파병동의안에 적시된 파병 목적을 벗어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국회를 통과한 자이툰 부대의 파병동의안은 '특정 지역에서의 재건과 지원' '필요시 자위적 행동'등을 파병목적으로 명기하고 있다.
그러나 군 당국이 국방위원회 모 의원에게 보고한 문서에는 다이만 부대와 자이툰 부대의 임무가 명백히 나뉘어져 있다. 〈프레시안〉의 확인 결과 다이만 부대는 자이툰 부대의 기본 임무 외에 '미군 등 동맹군의 수송 지원'을 자신의 임무에 포함하고 있었다.
군 당국 스스로도 "다이만 부대는 바그다드와 키르쿠크 등지에 화물과 병력을 수송하는 동맹군 지원임무도 수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파병동의안의 범위를 명백히 벗어난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지 반응은 좋다. 그러나…"**
물론 자이툰 부대가 부정적인 효과만은 낳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자이툰 부대와 한국국제협력단 아르빌 사무소는 조류독감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쿠르드 자치정부에 조류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 10만 캡슐을 지원했다.
인근 터키 지역에서 넘어온 조류독감 바이러스로 환자가 속속 발견되고 있는 쿠르드 자치정부는 타미플루 지원을 간절히 바랬었다.
최근 이라크에서 귀국한 한 장교는 "자이툰 부대가 민사작전을 잘 수행해 쿠르드 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다국적군 사이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평화와 재건이라는 당초 파병목적을 달성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실 알다시피 아르빌 지역은 안전지역이고 우리가 그 지역의 평화를 지킨다기보다 쿠르드 자치정부가 우리를 경호하고 있는 셈"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사안들은 밝힐 수 없지만 우리는 위험을 막거나 제거한다기 보다 위험을 작전지역 밖으로 몰아내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직업군인이 직면한 딜레마에 대한 속내를 토로하기도 했다.
"자이툰뿐 아니라 아프카니스탄에도 부대가 나가 있고, PKO다 뭐다 해서 요새는 외국에 나가는 부대가 꽤 있다. 병과별로 다르겠지만 보병의 경우 파병 한번 나갔다 오지 않으면 일정 계급 이상 올라가기 힘들다는 말도 많아 장교들의 파병경쟁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러다 보니 동의안에 나와 있는 파병 목적을 생각할 여유가 거의 없다. 가끔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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