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치사한 자본주의를 경험하고 싶다면 미국 항공사인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을 타는 것이 좋다. 그것도 북미 대륙을 오가는 국내 라인이 딱 좋다. 좌석은 한 7C정도? 비즈니스석이 보이는 좌석이다. 거기에 앉아 있으면 백이면 백, 자본주의가 때론 사람을 진실로 불쾌하게 만들며 수치스럽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5시간의 비행동안 1등석과 2등석에는 식사가 제공되지만 일반석에는 음료외에는 아무 것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른 아침 시간에 타도 그렇고 저녁 식사 시간대에 타도 그렇다.
토론토영화제를 오가기 위해 샌프랜시스코를 경유해 다녔던 비행길은 씁쓸한 추억길이 됐지만 몇가지 점에서는 배운 게 있는 여행길이었다. 자본주의의 원래 모습은 이랬었는데 그래도 여러 사람들이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체제로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 미국이 왜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지, 미국의 서비스 산업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됐다는 것(기내에서 담요를 한장 더 요구하면 스튜어디스로부터 빈 자리에 있는 것을 직접 갖다 쓰라는 대답을 듣는다) 등등이다. 그리고 이번 출장길의 목적에 맞게 한가지 생각과 의문이 떠올랐다. 같은 북미 대륙에서 동에서 서까지 전 지역에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캐나다는 미국과 같을 것인가, 다를 것인가. 좁게는 나이아가라 폭포 등 5대호를 접경으로 마주보고 있는 시카고와 뉴욕 등 미국 동부의 대도시와 영화제가 열리는 캐나다 토론토는 같은 문화일까, 전혀 다른 문화일까. 혹시 토론토도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의 기내 서비스 같은 곳일까. 토론토국제영화제의 취재를 지원한 현지 코디네이터 오상훈씨(33)가 지나가듯 한 한마디 말에 모든 것이 함축돼 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 "미국은 캐나다를 무시하죠. 대신 캐나다는 미국을 싫어해요."
2.
종종 캐나다의 수도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토론토는 인디언 언어로 '우리 마을'이라는 뜻이다. 캐나다에서 가장 많은 인구인 약 500만이 사는 도시이며 한마디로 경제의 도시다. 수도인 오타와가 행정과 정치의 도시라면 토론토는 금융과 상업의 중심지다. 그래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려들며 또 그만큼 바쁘고 활기찬데다 볼거리가 풍부한 곳이다.
일단 피어슨 공항에서 토론토 시내를 들어가는 길목에서 엄청 높은 빌딩을 만나게 되는데 그게 바로 세계에서 최고 높이 533.33m를 자랑하는 CN타워다. 이 CN타워의 스카이라운지에 올라가서 360도를 돌아 보면 토론토 시내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세계 지붕에 올라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상권이 발달된 도시인 척 하지만, 그 상권을 더욱 확장시키기 위해서라도 토론토는 예술과 문화의 공간을 많이 만들어 낸 도시다. 로얄 온타리오 박물관의 조형미학은 이 도시가 남다른 심미안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가볼만한 공연장도 만만치 않은데 포 시즌 아트센터, 토론토 센터, 메씨 홀 등이 대표적이다. 그 가운데 토론토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주상영관인 로이 톰슨 홀도 포함된다.
3.
토론토국제영화제는 '좀 되는' 영화제다. 올해로 34번째로 지난 10일 개막된토론토 국제영화제는 아직 칸이나 베를린, 베니스 등 이른바 세계 빅3 영화제의 연혁에는 현저히 떨어지지만 그 위세만큼은 결코 그렇지 않다. 상당수 세계 영화 관계자들은 이미 '빅3'를 거론 할 때 슬쩍 베니스를 빼고 토론토를 집어 넣는다. 그런데 별다른 이의를 제기받지 않는다.
그럴 만 한 것이 거의 같은 시기에 열리는 베니스보다 토론토에 더 많은 영화사업자들, 세계 영화인들, 할리우드의 '초절정' 스타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영화를 사기 위해서는 이제 토론토를 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 ▲ 토론토국제영화제 ⓒ프레시안 |
| ▲ 토론토국제영화제 ⓒ프레시안 |
| ▲ 토론토국제영화제 ⓒ프레시안 |
| ▲ 토론토국제영화제 ⓒ프레시안 |
토론토국제영화제는 그만큼 많은 작품들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도 335편의 영화가 초청됐으며 그중의 상당수는 할리우드 신상품들이다. 어떻게 보면 토론토국제영화제가 영향력을 갖고 '사세를 확장'한 데는 할리우드의 역할이 컸다. 할리우드는 토론토영화제를 새로 나올 가을 영화의 전시장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그러기 위해 유명스타들과 감독들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 일부 날이 서있는 평론가들은 그래서, 이 토론토영화제를 할리우드 오스카 시상식의 전초전에 불과하다고 폄하하기도 한다. 전혀 일리없는 얘기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할리우드 스타들과 유명감독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보는 맛은 토론토영화제가 최고다. 올해 영화제에도 조지 클루니를 비롯해 이완 맥그리거, 맷 데이먼, 이사벨라 롯셀리니, 메간 폭스, 제니퍼 코넬리 등 할리우드가 통째로 옮겨온 듯한 인상을 줬다. 마이클 무어 감독 같은 '반골'도 어김없이 토론토를 찾았다.
| ▲ 토론토국제영화제를 찾은 조지 클루니 ⓒ프레시안 |
| ▲ 토론토국제영화제를 찾은 이완 맥그리거 ⓒ프레시안 |
| ▲ 토론토국제영화제 ⓒ프레시안 |
작품과 감독, 배우들을 동원하며 토론토영화제는 로이 톰슨 홀을 비롯해 엘진 씨어터와 바시티 시네마 등 총 15개 스크린에 영화의 만찬을 뷔페식으로 차려놓는다. 특정한 이데올로기에 치중되지도 않고 특정 장르에 몰입하지도 않는다. 마치 큰 규모의 백화점에 가서 이것저것 아이쇼핑을 하다가 충동구매하듯 전시된 작품 가운데 '골라잡아 땡'하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렇게 골라잡은 것 대부분이 수작들이며 기대작들이다.
토론토국제영화제는 영화를 위한, 관객을 위한, 그리고 관계자들을 위한 '내실있는' 행사다. 이 영화제는 특이하게도 별도의 개막식을 진행하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각 상영관마다에서 스타들과 관객들이 함께 영화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만난 행사 관계자 리처드 P.클린튼 씨는 이렇게 말했다. "15개 영화관에서 벌어지는 일에 집중하느라 개폐막식 같은 행사는 치르지 않는다." 국내 부산국제영화제가 만약 개막식을 없애면 많이들 섭섭해 할까. 예산을 상당 부분 절감시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 ▲ 더 로드 The Road |
분위기는 화려했지만 이번 34회 토론토영화제에서 가장 주목받은 작품들은 아무래도 세계 경제위기의 어두움을 그린 작품들이다. 그중에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쓴 코맥 맥카시의 또 다른 작품을 영화화한 <더 로드>는 가장 큰 관심거리였다. 언제나 논쟁적인 작품을 내놓고 있는, 그러면서도 다작인, 코언 형제감독의 <심각한 남자> 역시 주목을 받았으며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신작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캐피탈리스트> 역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토론토국제영화제는 19일까지 계속되며 '컴피티션(competition)'이 아닌 '페스티벌(festival)'인 만큼 별도의 수상 목록을 발표하지는 않는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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