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양숙 여사 끝내 '오열'…盧 전 대통령 유해 화장

유족들도 추모객들도 '울음 바다'…"가지 마세요, 가지 마세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해가 유가족들과 추모객들이 오열을 토해내는 가운데 29일 오후 6시 30분 께 수원 연화장 승화원에 도착했다.

도착 예정 시간을 세시간 가량 넘긴 오후 6시 7분 경, 운구 차량이 도착하자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러 나온 시민들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어 의장대를 앞세워 노 전 대통령의 유해가 차량에서 내렸고, 아들 건호 씨, 권 여사, 정연 씨 등 유족들이 뒤를 따랐다.

▲ 수원 연화장에 도착하는 노 전 대통령 운구 차량. ⓒ프레시안

운구차량을 비교적 차분하게 기다리던 1만 여 시민들은 막상 유족들을 눈으로 확인하자 "권양숙 여사님 힘 내세요", "사랑합니다"라고 외쳤고,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편히 가세요" 등 노 전 대통령을 향한 애도의 마음을 목소리에 담기도 했다.

이어 연화장에 마련된 간이 분향소에서 약식 제례를 마친 뒤 노 전 대통령의 유해는 6시 30분 경 8번 화장로로 들어갔다. 영결식에서 꿋꿋한 모습을 보이려 애썼던 권양숙 여사도 화장로 속으로 노 전 대통령의 유해가 들어가는 순간 오열하며 쓰러졌다. 권 여사를 부축한 딸 정연 씨 역시 연신 눈물을 흘리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 연화장에 도착해 이동하는 유족들. ⓒ프레시안

전광판을 통해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도 오열했다. 곳곳에서 "가지마세요, 가지마세요"라는 절규와 함께 연화장 주변은 울음바다로 변했다. 통곡하는 엄마를 다독이며 함께 우는 어린 딸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 노 전 대통령의 유해가 화장로에 들어가는 모습이 전광판에 비추자 추모객들은 일제히 눈물을 쏟았다. ⓒ프레시안

돌아가신 뒤에 그의 빈자리를 알았다

이에 앞서 수원 연화장에는 운구차량이 세시간 가량 지연 도착했음에도 아무도 자리를 뜨거나 푸념하지 않았다.

연화장 승화원 주위는 온통 노란색 물결로 넘쳤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모인 시민들도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들은 노사모 회원들이 준비한 노란색 고깔을 머리에 쓰고 초상화가 그려진 노란색 피켓을 손에 들고 있었다. 여기에는 '내 마음 속 대통령, 노무현'이란 글귀가 적혀 있었다.

수원시에서 추모객들을 위해 준비한 500ml 물병은 동이 났다. 수원시 송죽동 새마을 협의회 관계자는 "오전 9시 경 시민들에게 물을 나눠주기 위해 이곳을 찾았지만 이미 수많은 시민들이 연화장에 와 있었다"고 말했다.

수원시 삼성 디지털단지 입구부터 연화장까지 가는 약 4km 구간도 노사모 회원들이 준비한 노란색 풍선이 가로수로 연결된 줄 위에 촘촘히 매달려 있었다. 간간히 현수막들도 눈에 띄었다. '보고싶을 겁니다. 아니 지금도 보고싶습니다.', '고맙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연화장 입구에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바보 노무현, 당신은 영원한 우리의 대통령입니다'란 문구와 그 옆에 노 전 대통령이 밀짚모자를 벗고 웃음 짓는 노 전 대통령의 생전 사진이 추모객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프레시안

전라도 광주에서 아침에 출발해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검은 정장을 입은 40대 여성 박 모 씨는 연화장 앞 대형 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영결식과 노제 소식을 바라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그는 "서둘러서 집으로 간다고 해도 새벽에 도착하게 생겼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의 더딘 걸음을 탓하지는 않았다.

그는 "봉하마을에 차려진 빈소도 가보지 못했는데 고인의 마지막 모습도 보지 못한다면 가슴이 아플 것 같다"고 했다.

강원도 원주에서 이곳을 찾은 30대의 남성 이성주 씨는 "오전 근무만 마치고 이곳으로 가족과 함께 왔다"고 했다. 그는 "경복궁 영결식도 가고 싶었지만 부득이 가지 못하고 이곳으로 왔다"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다리는 시간이 길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며 "내 아이에게 나중에 이곳을 왔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엔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돌아가신 뒤 그의 빈자리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 앞으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프레시안

40대의 남성 김희주 씨는 "국민장이니 예의를 갖추는게 당연한 도리라서 이곳에 왔다"면서 "3시간 가까이 기다린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했다. 그는 "평소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별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와서 그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는데, 이렇게 그를 기다리는 것은 마지막 추모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의 화장의식은 운구 5분, 화장 및 종교의식 70분, 냉각 15분, 수골 및 유해 인계 5분 순으로 약 2시간 가량 진행됐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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