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지지 않는 것을 보여주고 소통하고 싶다"

[Film Festival] 인디포럼 폐막작 <소년마부> 박홍준 감독 인터뷰

독립영화 감독들이 직접 꾸려가고 있는 영화제로 국내 양대 독립영화축제 중 하나인 인디포럼이 오는 29일 인디스페이스에서 막을 연다. 올해의 개막작으로는 서재경 감독의 <외출>과 김예영, 김영근 감독의 <산책가> 두 편이, 페막작으로는 박홍준 감독의 <소년마부>가 선정됐다. 현실의 고단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역동적으로 뚫고가는 에너지에 주목하는 영화들로서, 올해 슬로건인 '주먹쥐고 일어서'를 직, 간접적으로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들이다.

날이면 날마다 사건사고가 터지는 '역동적인 한국'이라지만, 이들이 영화 속에 구현하고 있는 이야기들은 어느 한 순간 폭발하는 사건들이라기보다 연속적인 현실과 일상의 모습들이다. 폐막작 <소년마부>는 45분 가량의 중단편, 개막작들은 불과 9분 남짓의 짧은 영화들이지만, 단편영화는 장편과는 또 다른 매력을 품고 있기 마련이다. 인디포럼의 웹데일리팀 장호일 기자가 감독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 기록을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이 인터뷰들을 요약해 영화에 대한 소개와 함께 싣는다. - 편집자 주

올해 인디포럼의 폐막작으로 선정된 <소년 마부>는 노점상 가족, 정확히 하면 아버지 대신 포장마차를 끌고 나온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다. 거리를 정화한다며 시청에서 용역까지 동원해 노점들을 쓸어낼 때, 주변의 아파트 주민들은 이제야 거리가 깨끗해진 데다 자신의 자식들이 소위 '불량식품'을 안 먹게 됐다고 좋아할지 모른다. 그러나 노점을 하던 이들과 그의 가족들은 막막한 생계의 위기 앞에 서게 된다. 아버지는 병원에 누워있고 어머니는 없으며 어린 여동생을 보살펴야 하는 고등학생이 마차를 끌게 되면서 겪는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다. 마차를 끌고 나온 첫날 단속반에게 마차를 뺏기고, 사정을 모르는 친구들은 그를 계속 찾아다닌다. 아이는 포장마차를 끄는 다른 아저씨와 처음에는 갈등 끝에 조금씩 우정을 쌓아나간다.

▲ 인디포럼 페막작 <소년마부>

포장마차를 끄는 소년의 이야기라 했을 때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의 흐름을 이 영화가 크게 벗어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영화가 너무 음울하거나 비극적인 것만은 아니다. 물론 영화 속 아이의 삶은 충분히 고달프고 고통스럽지만,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영화가 흔히 저지르는 오류, 즉 그들을 또 다른 방식으로 대상화하며 비극성을 한껏 강조한다거나 하는 인위적인 흐름이 없다. 오히려 카메라는 그들의 삶에 겸손하게 다가가며 카메라를 든 자신을 성찰한다. 아이의 슬픔과 분노, 막막함과 고통을 그대로 카메라 안에 옮겨놓는 한편, 아이를 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이 화면에 가득 느껴진다. 주인공 역을 맡은 한주완 역시 영화의 분위기가 너무 음울해지지 않도록 톤을 유지한다.

영화를 연출한 박홍준 감독은 원래 직장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입학한 늦깎이 영화학도다. 켄 로치의 영화를 자신의 좌표를 삼았다는 말에서 드러나듯, 그가 인디포럼에서 선보이는 <소년마부>도 현실에서 매일같이 일어나지만 결코 충분히 말해지거나 보여지지 않는 이야기를 소재로 삼아 유려하게 연출을 해냈다. 이 감독이 앞으로 만들 영화들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이 영화는 2007년 고양시청에서 용역까지 동원해 노점들을 강제철거하던 와중 생계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근재 씨에게 헌사됐다.

"켄 로치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

▲ <소년마부>를 연출한 박홍준 감독
- 인디포럼 폐막작으로 선정됐다는 얘기를 듣고 어땠는지.


상당히 놀라고 부담도 됐다. 개‧폐막작이라는 건 영화제의 성격을 드러낸다고 보통 생각하는데, 내 영화가 인디포럼의 성격에 맞는건지, 혹시 누가 되지는 않을지 하는 생각에 걱정이 됐다.

- '주먹쥐고 일어서'라는 이번 인디포럼 슬로건과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나중에 슬로건 보고서 '아, 혹시 그래서 선정하셨는가'하는 생각은 했다. 그런 의도로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어쨌든 슬로건에 맞다는 생각은 든다(웃음).

- 자신의 영화를 소개한다면.

간단히 얘기하자면, '살아남은 자의 생존에 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 고민을 나누고 싶었다. 특히 사회에서 보듬어 주지 않으면 자생력이 떨어지는 어린아이들이 어떤 식으로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해서 모두가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싶다. 그런 부분에 집중해서 최대한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 영화에서 소년의 가족 이야기를 취재하는 피디는 감독 자신을 드러내는 인물로 보인다.

예상했던 질문이다. 원래 처음 만들려고 했던 영화는 복수극이었다. 더 정치적인 데다 주인공은 용역 철거반원이었다. 다행히도 <똥파리>가 나왔는데, <똥파리>에 비하면 내가 생각했던 영화는 너무 피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작년 3월 떡볶이 노점을 하시던 전영걸 씨라는 분이 분신자살을 시도했다는 얘기를 접했다. 다행히 부인이 옆에 계셔서 불을 잘 꺼서 중화상만 입고 목숨은 건지셨다. 그 동영상을 포털에서 봤는데, 뭐랄까... 아직도 '진행형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에 서울 디자인 거리라고 지금 한참 바뀌고 있는 게 가시화 되던 시기였다. 전국노점상연합회도 찾아가 인터뷰하고, 사무처장님도 뵙고 하는 과정에서 반성을 했다. 반성이라고 하면 좀 그렇지만, 이걸 우리가 더 얘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던 영수라는 인물은 방송국 피디는 아니고, 독립다큐 단체에 있는 거라고 설정했다. 내가 제대로 알거나 접근하려는 노력도 없으면서, 그냥 무작정 찾아가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식, 그런 거 많지 않나. 내가 꼭 그랬다기 보다는, 나도 그랬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인물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 속에서 피디의 등장은 소년에게 아버지의 분신을 떠올리게 하는, 그래서 소년을 더 힘들게 하는 역할로 배치한 거다.

- 영화 촬영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어떤 거였나.

배우 구하기가 힘들었다. 원래 지금 배우보다 더 어린 고등학생을 원했다. 켄 로치 감독의 <스윗 식스틴>에 나오는 남자주인공같은 얼굴, 그런 나이대를 원했었는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더라. 실제 일반인을 캐스팅할 수도 없어서 계속 여러 사람을 만나보고 하는 중에 다행히도 그 친구(소년 역 한주완)를 만나게 됐다. 예대 영화과에 다니는 학생인데 다행이도 처음 영화를 찍는 친구였다.

그래도 제일 어려웠던 건 아파트 앞에서 노점을 벌여서 촬영해야 했던 거다. 부녀회장님 허락도 받고 했는데도 두 번 정도 구청 관계자가 왔었다. 한번은 영화촬영인 걸 모르는 주민 분이 신고해서였고, 한번은 구청 단속차가 지나가면서 본 거다. 물론 영화촬영이라고 설명드리고 허락받았다고도 말씀드려서 잘 넘어갔다(웃음).

-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화가 좀 길다(웃음). 보충촬영까지 17일 정도 필름으로 촬영했다. 물론 욕심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렇게도 찍고 싶고, 저렇게도 찍고 싶고... 여러 가지 많이 해보고 싶었던 장면이 있었는데 시간적 제약 때문에 많이 못한 것도 아쉽다. 무엇보다도 배우들에게 많은 시간을 주지 못했던 게 아쉽고 미안하다. 더 좋은 연기를 끌어낼 수도 있었을 거 같은데, '시간이 없으니까 빨라하자' 이런 게 몇 번 있었다. 예를 들면 물 맞는 장면은 살수차를 동원했었는데, 원래는 물에 밀려서 나가 떨어지는 걸 찍고 싶었다. 그런데 배우가 위험할까봐 걱정되기도 했고, 그 날 촬영분량이 많아서 재촬영도 못 했다. 배우에게도 미안하고. 뭐, 결국 보충촬영을 다시 하긴 했지만.

▲ 소년마부

- 개막작으로 선정된 <외출>과 <산책가>는 어떻게 봤는지.

재밌었다. <외출> 같은 경우는 반대의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물론 냐ㅐ가 시위자인 티는 안내니까(웃음) 전경들은 몰랐겠지만, 종로 쪽에서 화장실을 갔는데 전경들이 있더라. 그 때 생각이 났다. 아이디어도 좋았지만, 그 순간의 긴장감 같은 것들이 참 좋더라. <산책가> 같은 경우는 두 번을 봤다. 장면 장면이 새로웠다. 재기발랄하고 상상력이 대단하더라.

- 영화에서 노점상 아저씨가 소년에게 "나 목숨 걸고 하는 거야"라고 대사를 한다. 당신에게도 영화란 그런 건지. 영화를 하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된 건지.

글쎄... 원래는 법학을 전공했다. 공부는 별로 안했지만. 내가 법을 하지 않으면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영화가 생각났다. 영화를 워낙 좋아하는데, 특히 켄 로치 영화를 보고 '나도 하면 좋겠다' 생각만 하다가 뒤늦게 시작했다. 지금 34살이다.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학교(한예종)에 들어갔다.

나한테 영화란, 보여지지 않는 것들에 대해 보여주는 거고, 말할 수 있고, 같이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다. 그렇지만 목숨까지 되면 변질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도 영화하고 있다는 핑계로 부모님이나 가족 등을 내팽겨치고 있는 데다 주변을 돌아보기 위해서 하게 된 일이니까. <소년 마부>를 준비하면서 07년 10월 고양에서 노점상인 고 이근재씨가 자살하신 사건과 작년 3월 전영걸 씨의 분신자살 시도 사건을 보니까 공교롭게도 두 분 모두 자식이 두 명씩 있더라. 무엇보다 이 아이들이 어떻게 될까, 이 아이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누가 케어할 수 있을까... 이런 거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싶었다. 평상시에도 가족에 대한 고민이 많다.

- <소년 마부>라는 제목이 되게 인상적이다. 제목만으로는 연상하기 힘든 내용이었는데.

말 나오는 영화가 아니냐고, 지도교수님은 제목으로 먹고 들어간다고 하셨다(웃음). 제목을 고민하던 차에, 이건 마차이지 않은가. 포장마차니까. 실제 노점상 하시는 분들도 포장마차라고 안 부르고 마차라고 부른다. 마차를 끄는 사람이니까, 끄는 사람은 마부니까. 그래서 원래는 '마부'라고 하려고 했는데, 그게 베를린 영화젠가 은곰상을 받았던 한국영화가 이미 있더라(웃음).

- 영화의 결론이 명확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의도적인 건가?

내가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주고 싶진 않았다. 그냥 좀 떨어져서 바라보고 싶었다. 사실 그래서 영화가 심심한 측면도 있다. 주인공 소년이 고등학교 2학년이란 설정인데,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거다. 다시 학교를 다닌다거나, 노점상 회원들이 모아준 돈을 갖고 아버지를 대신해 포장마차를 한다던가, 동생을 데리고 어디론가 떠난던가 등등. 그런데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보다는 상황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 애매하게 느껴진다면 그건 내 역량이 부족해서일 거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시나리오를 쓴 건 아닌데,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물에 대한 장편을 준비하고 있다. 블랙코미디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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