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 그의 못다한 꿈을 현실로…"

[노무현을 기억하며]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그의 유지

나는 얼마전 국방부 불온서적지정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가 파면당한 전(前) 법무관이다. 나는 사회 여러 곳에서 연달아 이어지고 있는 각종 파면이라는 이 사태에 개탄하고 있다. 이것은 지극히 비정상적인 이 정권에서 비롯하는 것이라고 느끼고 있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신공양(燒身供養)의 값어치는 어느 것보다 크며 새시대 개막의 단초를 제공했음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전 권력자에 대한 사정수사"임이 명백해 보인다. 또 이번 사태로 인해 검찰권력은 최소한 가지고 있던 정당성마저 모조리 잃어버렸다. 원래 검사들이 특수수사에서 하는 이야기들 중에 피의자가 불지 않으면 우선 자식을 대면시켜 피의자로 하여금 울게 한 다음에 바로 자백을 받아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피의자의 피의사실과 무관하며 한국적 정서를 이용한 수사도 아닌 수사인 것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서 일반 피의자와 동일한 수사방식을 적용했고,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이미 그들 머릿 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형법 제·126조상의 피의사실공표죄는 이미 사문화되어 찾아볼 수도 없는 조항이 되어버렸다. 검찰권력은 이번 사태를 통해 국민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스스로의 힘으로는 자정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이다. 무책임한 보수언론은 검찰의 수사결과를 낱낱이 앵무새처럼 받아 보도하고, 전직 대통령을 시정잡배로 만들어버렸다. 일부 진보언론도 검찰의 확성기를 그대로 보도하였고, 기사의 보도가치를 판단하는데 있어서 신중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 책임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돌아가셨다. 하지만 그의 의로운 그리고 외로운 외침은 아직도 시민들의 가슴에 살아있다. 노 전 대통령은 시민사회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지역주의 타파와 정치개혁 그리고 시민들을 위한 복지예산 확충에 상당한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그 한계점은 명백히 드러났다. 대연정 제안, 이라크 파병, 한-미 FTA와 같이 국체(國體)의 결정방향에서 대통령은 소위 '국민적 여론'의 형성을 통해 보수와 진보를 망라한 국가적 합의(National Consensus)를 찾기 원하였다. 보수이든 진보이든 이러한 방향의 합의점 도출에 대해 각자의 입장만을 주장했을 뿐이며, 책임있는 국민의식 형성을 찾아나가길 서로 원하지 않았다.

나는 '담론 유통 구조'의 개혁이 노무현 정부로부터 우리 사회가 계승해야할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대한민국 미래사회의 스펙트럼을 보는 인식을 참여정부로터 반드시 계승하여야 한다. 미국, 일본, 중국의 경제구조, 군사력에 비하면 한반도는 작은 존재임이 분명하다. 이런 국제정치의 현실은 한반도에 항상 강자의 세력과의 줄타기를 강요해 왔다. 이런 줄타기를 잘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무엇인가. 다름 아닌 통일이다. 작지만 강한 사회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 그리고 분단 60년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런 작은 한반도 사회를 넓혀 북한과 관계개선을 위해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했다.

반면 한반도의 보수주의자라는 정치인, 학자, 문화계 인사들 중 상당수는 책임있는 정치 및 사회운영을 지금까지 해 본 적이 없다. 그냥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만 내뱉을 뿐, 책임있는 사회의 회복에 대한 주장들을 고장난 레코드판처럼 '친북좌파'세력이라는 한마디로 요약해 편협한 자신들의 주장으로 도배해왔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그것을 믿으라고 여러 가지 쇼를 한다. 이번 사태는 결국 무책임한 정치 및 사회운영에 대하여 도전한 '위대한 인간'의 삶을 정치보복을 통해 종지시켰다는 점에서 비극이다.

노 전 대통령은 시스템 정치의 도입을 여러 차례 주장했다. 시스템의 정치는 다름아닌 개인이 발로 뛰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시스템 전체가 사회문제의 해결에 있어 각자의 분야에서 개인들의 일상적인 일과만으로도 가능할 수 있게 사회가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시스템 정치의 핵심은 경제발전과 함께 사상의 담론시장의 폭이 보다 넓어지며, 모든 영역에서 활발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하는 민주정치에서 비롯한다.

참여정부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인터넷을 통해 국민과 대화하였고, 청와대홈페이지를 통해 어떠한 정책이든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책리포트를 여과없이 국민들에게 제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내각의 인사들 중 상당수도 그러한 시스템정치의 도입을 위하여 각 부처에서 국장급을 비롯한 하급관료까지 각자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담론유통구조가 형성되도록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토론방에서는 자발적인 시민적 담론형성이 일었다. 그리고, '미네르바'같은 경제예지자를 낳았다.

참여정부의 한계와 그 한계의 극복은 다름아닌 담론의 유통구조를 개혁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국민적 합의를 위한 논의의 도출방식에서 자신만의 주장들을 되풀이 하며, 언론의 자유에 따른 책임을 지는 방식에 둔감하다. 다른 이들의 생각의 접점을 찾아보고 생각방식을 읽어내어 대화하지 못하는데 문제가 있다. 이 사회의 살아있는 권력인 자칭 '보수주의 정치가, 학자들'은 깊이 있는 사고구조체계를 갖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사회에 적합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델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그리고 흑백논리로 어떠한 논쟁이던 그 논쟁을 손쉽게 덮어버리는 아주 나쁜 관행을 가지고 있다. 참여정부는 바로 담론시장에서 이런 민중선동가(demagogue)들을 퇴출시키지 못했다는 데서 대통령의 투신이라는 비극적 사태를 초래하였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명백하다. 참여정부의 수장이 외롭게 외쳐온, 담론시장의 활발한 유통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다양한 언론매체의 발전을 통한 다양한 의견의 제시와 수용, 무책임한 언론사들의 사상의 시장에서의 자발적 퇴출, 여러 담론영역에서 시민들에 대한 최대한 접근성 보장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담론유통구조의 개혁과 함께 보수정치가 일색으로 반복되어온 '회전문식'의 정치구조의 개혁 역시 함께 동반되어야 한다. 개혁된 담론유통구조가 정치에 반영돼 진정한 대의민주제가 구현돼야 한다.

지역주의의 개혁의 방법으로 비례대표제의 비율을 반 이상으로 늘리고 대선거구제를 확보하며, 그들만의 리그를 가능케 하는 정당법을 개혁하고, 참신한 담론유통과 수용을 형성케 할 신진정치가를 충원할 수 있게 하는 상향식 공천체 시스템의 마련으로 가능하다. 이 중 일부분이 이뤄져, '노짱'의 인기가 만들어졌고, 위대한 정치가 노무현을 낳지 않았던가? 이제 한반도는 개혁을 통해, 더 이상 외로운 산책가를 사지로 내모는 일이 없게 해야 할 것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