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 홍당무> 3인방, 영화에 대해 입을 열다

[핫피플] 이경미 감독, 공효진, 이종혁 인터뷰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돼 화제를 모았던 이경미 감독의 데뷔작 <미쓰 홍당무>는 전대미문의 캐릭터를 등장시켜 그려낸 코미디다. 이경미 감독과 두 주연배우 공효진, 이종혁이 함께 한 인터뷰를 공개한다. - (못생기고 별볼일 없는) 양미숙 역을 연기하며 속상했겠다. 공효진 : 촬영을 할 때는 내 모습이 암담하기도 하고 영화가 만들어진 후 많은 사람들이 봐도 걱정되는 부분이 많았다. <미쓰 홍당무>에서는 진짜 못생기게 나오니까. 게다가 포스터에서는 일부러 더 못난 모습으로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고 있으면 가끔 사람 같고 평범하게 보이기도 한다. 이번 연기에서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스트레스 해소가 많이 됐다는 것이다. 다른 영화에서라면 배우는 짜증이 나도 참거나 화가 나도 숨겨야 하고 그럴 때가 많은데, 여기서는 계속 화내고 짜증내고 소리지르는 캐릭터였다.
미쓰 홍당무
- 그렇다고 설마 좋은 일이 많았겠는가? 부작용도 많았다고 들었다. 공효진 : 촬영할 때가 겨울이었는데 하도 인상을 쓰는 바람에 주름이 깊게 생겨 버렸다.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하면 "아, 그래" 하고 가볍게 넘길 일도 자꾸 비아냥거리는 습성이 생겼다. 심지어 친구들한테도 그랬다. - 어쨌든 포스터가 참 멋지다. 공효진 : 원래 포스터 촬영을 하며 찍은 사진이 아니라 연기 중에 찍힌 스틸 사진을 쓴 것이다. 포스터 촬영 때 표정을 비슷하게 만들어보자고 몇백 장을 찍었는데 그게 그렇게 안 되더라. 입을 씰룩거리면서 저돌적으로 "난 아무 문제 없어, 난 괜찮은 사람"이야 하는 것 같지 않나? 자기가 무슨 애국자, 유관순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데 그래서 속을 정말로 확실히는 모르겠는 표정이 나온 것 같다. - 주인공 양미숙은 어떤 사람인가? 공효진 : 내가 생각해도 시집가기 힘든, 남자뿐 아니라 여자들도 싫어할 것 같은 여자다. 파리 한 마리도 친구가 되기 힘들 것 같은 비인기녀다. 성격도 좀 이상하고 아무 때다 버럭거리고 의심한다. 남이 예쁘다 해도 "지금 놀리냐?"며 화를 낼 스타일의 사람이다. 어느 누구에게나 부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까 사람들도 좋아해주기 힘들지 않을까. 일단 얼굴도 너무 시뻘겋고(웃음). - 그럼에도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공효진 : 사실 내가 연기했어도 양미숙이 사랑스러워지지는 않더라. 하지만 이런 역할은 드문 기회가 아닌가. 언제 또 만날까 싶고 재미있겠다 싶었다. -(이종혁에게) 영화속에서 모든 여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역이던데? 이종혁 : 그렇다고 뭐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것도 아니다. 나에 대한 양미숙의 사랑 방식이 도가 지나쳐서 좀 곤란했다. 결혼생활이 지지부진해지면서 학교에서 예쁜 선생님과 연애를 시작하게 될 상황에 처한 인물이다. 바람을 피운다기보다는 세상을 벗어나고 싶은, 일탈하고 싶은 자기만의 로맨스를 꿈꾸는 남자다.
미쓰 홍당무
- 여자들 영화에 나온 느낌은? 이종혁 : 여자는 정말 외모가 다가 아니다, 그런 생각을 새삼 했다. 외며 이면에 그 사람의 조금이나마 따뜻한 마음이 있는데 외모 때문에 나쁘게 치부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양미숙과 이유리 중 선택한다면?' 같은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유리 선생님이 워낙 자기만의 매력이 있고, 양미숙은 역시 힘들지 않을까. 외모보다는 성격 때문에 말이다. 공효진 : 외모로만 판단할 수 있는 못생긴 여자와 예쁜 여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주 이상한 여자라 친구하기도 힘든 여자에 대한 얘기다. - 포스터를 보고 있으면 감독의 얼굴을 조금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경미 : 맞다. 공효진 : 이경미 감독이 안면 홍조증이 약간 있다. - 양미숙이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한 건가? 이경미 : 시나리오를 오랫동안 혼자 썼는데, 맨처름 얼굴이 개지는 여자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거 하나에서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점 혼자 쓰다보니 내 안에 침잠하게 되면서 온갖 현대인의 병들을 앓게 되는데, 그러면서 조금씩 미숙이가 변하기 시작했다. 시나리오가 20고 이상 넘어가니 지금의 이런 미숙이가 나오기 시작했다. - 본인 스스로의 경험인가? 이경미 : 그렇지는 않다 공효진 : 다들 양미숙이 감독인가?,한다. 나도 처음엔 그런가 싶었다. 물론 이경미 감독은 양미숙이 아니다. -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이경미 : 맨 처름 시나리오를 쓰면서 생각했던 건, 양미숙 같은 사람을 일상에서 실제로 만나면 되게 싫을 사람이지만 영화 안에서 보면서 "아, 내 주위에 저런 비슷한 애 있지"하면서 주변 사람을 떠올렸으면 했다. 영화가 끝나고 났을 때 미숙이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며 자기 주변의 그런 사람에게 등짝을 한 대 후려치면서 "야, 너 왜 그러고 사니" 하면서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으면 더 좋겠고. 그런 마음에서 만들게 됐다. - 마지막 촬영을 하고 공효진 씨랑 같이 껴안고 울던데. 이경미 : 미숙이가 알고 보면 자존심이 되게 강한 사람인데, 자기가 가장 자존심을 내세우고 싶은 적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자기 콤플렉스를 자기 입으로 말해버리는 장면이 아닌가. 나도 내가 별로라는 거 안다며 절규를 하는데 그때 미숙이가 너무 안쓰럽고 불쌍해서 눈물이 나더라. - 이번이 데뷔작이다. 첫 작품을 마친 소감은? 이경미 : 촬영 스케줄이 너무 타이트하고 힘들어서 체력적으로 소화하기가 힘들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넘어가면 체력의 한계에 도달하게 되고, 그러면 배우는 물론이고 스탭들 모두가 지치게 된다. 너무 안쓰러웠따. 그런데도 끝까지 도망가지 않고 함께 해줘서 고맙고 미안한 마음뿐이다.
미쓰 홍당무
- 박찬욱 감독의 직계라고들 한다. 박 감독과의 인연은? 이경미 : 2004년에 만나 작업하면서 시나리오쓰는 동안 사무실에서 먹고 자고도 했었고, 잘 안 풀릴 때에는 박감독님 댁에서 보름 정도 합숙하며 작업한 적도 있다. 그렇게 되니 어느 순간부터는 문득 감독님 얼굴을 보면 가족을 보는 것 같은 친근감이 느껴지더라. 감독님께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박감독님이 데뷔하셨을 때는 20대였고 나는 지금 30대이기 때문에 그걸 비교하기는 좀 그렇다. 어쨌든, 박감독님은 참 좋은 분이다. -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이경미 : 무척 당황스러웠다. 성을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하면 안 되는 것처럼 치부되는 게 싫어 반항심이 있었고,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그걸 깨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성을 이야기하면서 너무 심하지는 않아도 어느 수위 정도까지는 가고 싶었고, 그러면서도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영화를 완성하고 나서도 청소년 관람불가가 나올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다. 우리 사회가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아직 훨씬 보수적이구나 느껴지니 많이 아쉽더라.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의 영화 중에 <숏버스>라는 작품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상영금지가 돼 있다. 성을 너무 아름답고 눈물이 날 정도로 가슴 뭉클하게 다루는 훌륭한 작품인데, 성을 노골적으로 이야기한다는 이유만으로 상영불가가 났다. 그때 그 감독이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강간을 다루는 이야기는 상영을 하면서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는 왜 안 되느냐고. 나도 너무 공감을 했는데 이번에 나도 그런 감정이 들더라. -마지막으로 한 마디씩 부탁한다. 공효진 : <미쓰 홍당무>는 친구하기도 싫고 가까이 가고싶지도 않은 여자가 등장해 그녀가 살아가는 이상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끝내는 저 여자가 너무 행복해지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누구라도 그렇게 느낄 수끼며 눈물이 찔끔 날 수밖에 없는 영화다. 도대체 이 영자가 얼마나 이해하기 힘든 사람인지, 얼마나 이상한 여자인지, 그런데도 그녀를 보며 감정이 이렇게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확인하셨으면 좋겠다. 이종혁 : 공효진 씨가 연기하는 양미숙이 뱉어내는 대사들은 한국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대사들이고, 감독님이 설정하신 독특한 설정들이나 인물간의 관게들도 복합적이면서 정말 재미있다. 안 보시면 후회할 것이다. 내가 이 시나리오를 선택한 이유도 그거였으니까. 이경미 : 요즘에 무척 외로움을 타시는 분들이나 마음이 아프신 분들, 짝사랑을 하는데 잘 안 되거나 연애가 잘 안 풀려서 깨졌거나 남자친구가 말을 안 들어서 속상하신 분들, 그밖에 일이 잘 안 풀려 괴로우신 분들 등 뭔가 내가 여러 가지로 사회적으로 소외됐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무척 위로를 받으실 만한 영화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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