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이 전 회장에게 제기된 다양한 혐의 가운데 에버랜드 전환사채 (CB) 편법 증여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하고,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면소 판결을 하는 등 예상됐던 '솜방망이 판결'을 내놓았다. 앞서 조준웅 특별검사 측은 이 전 회장에게 징역 7년과 벌금 3500억 원을 구형했다.
이 전 회장에 대한 판결의 '공정성'과 관련해 눈에 띄는 대목이 하나 있다. 공교롭게도 이제까지 재판장에 선 재벌 총수들에게는 대체로 '징역 3년'이 선고됐다는 점이다.
정몽구, 최태원, 박용성 모두 '징역 3년'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최근 비자금 조성 및 횡령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사회공헌기금 8400억 원, 사회봉사 300시간을 선고받았다. 정 회장은 징역 6년을 구형받았으나,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었다.
최태원 SK 회장은 분식회계 및 부당내부거래로 2003년 1심에서 징역 6년을 구형받았고, 1심 선고에선 징역 3년을 받았다. 이어 2005년 2심에서도 검찰이 징역 6년을 선고했으나 재판부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은 공금횡령 혐의로 2006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80억원을 선고받았다.
재벌총수들이 똑같이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것은 그들이 저지른 범죄의 경중이 똑같아서라고 보기는 힘들다. 따라서 징역 3년이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는 최대 형량이라는 점 때문에 줄줄이 징역 3년을 선고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지난 2007년 아들을 대신한 보복폭행 사건으로 법정에 섰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아 재벌총수 중에선 드물게 '감방생활'을 잠시 했다. 김 회장의 경우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등 전형적인 경제사범이 아닌 폭력범이라는 점에서 예외가 됐다. 하지만 김 회장도 2심에서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받아 올해 초 경영 일선에 다시 복귀했다.
이같은 법원의 판결에 대해 노회찬 전 의원(진보신당 대표)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특검이 99일간 수사를 했고 재판을 석달이나 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이건희 전 회장을 살리기 위해 전력 투구한 결과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건희 전 회장에게도 다른 총수들과 마찬가지로 징역 3년이 선고된 것에 대해 노 전 의원은 "수사단계, 재판단계, 형의 집행단계에서 재벌총수들이 일반인과 전혀 다른 대우를 받는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라고 말했다.
노 전 의원은 "기본적으로 사법부가 재벌 등 사회의 소수기득권층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이들 계층에 대해서는 법 적용과 판단이 같을 수 없다는 뿌리 깊은 생각이 고쳐지지 않는한 사법부의 재벌 감싸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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