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원장은 시종일관 우리당 문국현 대표에 대해 '정치 장사치'라며 한껏 모멸감을 주고 있지만 내용을 보면 오직 자신의 감정적 배설물만 충실히 쏟아내고 있을 뿐이다.
김문주 부원장이 기고한 글의 핵심은 우리 당이 자유선진당과 공동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했으므로 당원들이 문 대표를 축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는 '공동 교섭단체구성'이란 객관적 사실을 '야합'으로 규정하여 마치 '야합'사실이 있었던 것인 양 전제를 깔고 글을 써내려갔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의 글에서 그가 의회민주정치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가를 확인하는 성과밖에 얻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당 당원들을 빌어서 마치 자신만이 80년대를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인 양 행세하는 비뚤어진 선민의식과 특권의식이 잔잔히 녹아있음도 확인하게 되었다.
먼저 사실관계부터 바로 잡자. 원내교섭단체 개념이 아예 없는 영국과 미국은 물론이고 교섭단체구성요건이 기껏해야 2석이나 3석 정도인 유럽 국가들의 사례를 연구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에 비해 교섭단체요건이 20석이나 되는 우리 국회법조항은 국민대표성을 심각하게 배제하고 있다는 것이 그간 시민사회와 언론, 그리고 정치학계의 공론이다.
사안이 발생한 후 내가 먼저 제기했고 일부 진보언론이 사설로 평가해준 것처럼, 이번 창조한국당-자유선진당 공동원내교섭단체 구성의 '본질'은 구성요건을 20석으로 제한한 우리 국회법의 위헌성이다. 그리고 그 위헌성을 극복하려는 자구책의 하나로 서로 다른 정당이 하나의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점은 17대 국회에서 민노당이 10석으로 원내교섭에서 아예 배제되었을 때 진보적인 매체나 연구기관들이 매우 강조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따라서 창조한국당과 자유선진당의 공동 교섭단체 구성은 그 모양상의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논리적으로는 의회민주정치에서 허용하고 가능한 현상이란 점을 먼저 적시했어야 했다. 그리고 연구기관의 부원장이라면 의회민주정치에 무지를 스스로 드러내는 몰상식한 선동문을 작성할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제도적 문제를 짚고 그 해법을 제시하는 글을 쓰는 것이 마땅한 일이었다.
물론 창조한국당과 자유선진당의 공동 교섭단체구성은 늘 있어왔던 일이 아니기에 생소하게 보일 수 있다. 그리고 이념적 지향성이 적지 않게 다른 두 당간의 교섭단체구성을 자연스럽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의회민주정치는 국민이 구성해준 원내지형을 변동시키지 않는 범주 내에서 각 정치세력의 자율적인 정치활동을 허용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16대국회에서 DJP연대 차원에서 일어난 '의원꿔주기'가 해당 의원의 당적을 이탈시켜 국민선택을 배신했다는 점에서 야합이라고 규정할 수 있지만 이번 공동교섭단체구성은 각 당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단지 원내교섭만을 위한 공동요건을 갖춘 것에 불과한 것이어서 야합규정은 대단히 섣부르고 그릇된 규정이라 하겠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혹여 일반 생활인들이라면 이번 합의가 '야합'처럼 비치는 착시현상을 일으킬 수는 있겠다. 그런데 명색이 연구기관의 부원장이 현상을 보면서 당 정체성의 문제를 빚고 있는 야합인지, 아니면 국민선택을 변형시키지 않은 채 원내활동의 하나로 이뤄지는 정당한 활동인지를 구분하지 못하고 노골적인 선동문을 언론에 기고한 것은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김 부원장이 우리당 문국현 대표를 '정치 장사치'로 규정하고 있는 그의 인식은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나는 그가 전국에서 장사를 하고 사는 모든 상인들에게 정식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고 본다. 장사를 매우 하찮은 직업으로 매도하고 있는 그의 인식에는 '사농공상'의 천박한 신분제적 사고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으며 자신처럼 펜대를 놀리며 먹고 사는 직업이야말로 지고지순한 직업이란 편견과 오만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기업인을 장사치로 비하하는 것은 적어도 우리 국민을 먹여 살리는 기업활동을 매우 비천한 활동으로 전락시킴으로써 지식인의 우월적 신분을 유지하려는, 말하자면 배타적 독점신분을 인정받으려는 불순한 인식체계의 발현일 뿐이다. 나는 도대체 누가 김 부원장에게 장사하는 분들을 그토록 비하해도 좋은 특권을 부여했는지 알 수가 없다.
아무튼 김 부원장의 논지는 각 정당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가능한 범주 내에서 할 수 있는 정치행위를 야합으로 예단하고 감정의 배설물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품격을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그리고 원내활동에서의 배제를 피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공동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하긴 했으나 워낙 다른 두 당의 지향점을 우리 창조한국당의 지향점으로 통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당의 3대 정책을 자유선진당이 수용하고, 우리 당의 '창조적 자본주의'에 대한 공동연구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합의를 이끌어 낸 것이 우리 창조한국당의 정치적 승리란 점은 왜 김 부원장이 애써 외면하는지 모르겠다. 설령 그것이 향후 전개과정에서 휴지조각이 되더라도 자유선진당이 이같은 선언을 한 것 자체는 어쨌든 일보전진으로 평가해 줄 수 있는 용기는 정녕 없는 것인가 묻고 싶다.
우리는 이번 교섭단체 공동구성을 자화자찬하거나 혹은 비하할 생각이 없다. 다만 불가피함과 의회민주정치범주 내에서 가능한 활동이란 점만은 말씀드리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부원장이 자신들이 지향하는 '자칭 진보정당'을 위해 창조한국당이 졸아들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남의 당 내분을 선동하는 행태는 결코 연구기관의 책임자가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번의 교섭단체 공동구성이 우리 헌정사상 보기 드물게 일어난 생소한 일이라 많은 분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의회민주정치원리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있지도 않을 미래의 합당가능성에 대한 불필요한 우려를 씻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럼에도 김 부원장이 우리 창조한국당과 문국현 대표를 난도질 하는 것은 연구기관의 책임자로서 해선 안될 비열한 행위라는 점을 명확히 해두고 싶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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