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찬 의원의 '자장면論'에 반박한다

[기고] 채수찬-김혁규 '원가공개 반대론'의 세가지 허구

지난 15일 열린우리당이 '무늬만 분양원가 공개'를 당론으로 추인하는 과정에 채수찬 의원이 "자장면 값만 알고 품질만 알면 되지, 면이 얼만지 양념이 얼만지 안다고 자장면 가격이 낮춰지겠냐"고 주장하고 김혁규 의원이 "기업하는 사람들이 원가를 공개한다는 것은 시장경제하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하는 발언을 한 데 대해, 독자 오용석님이 프레시안에 반박문을 보내왔다.

오용석님은 경제학박사 출신의 경제전문가로, 이같은 주장의 '허구성'을 3개 항목으로 나눠 경제전문지식에 기초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열린우리당의 당론 추인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고, 야당들의 독자적 분양원가공개법안 상정으로 앞으로도 계속해 될 아파트 분양원가 논쟁은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분양원가 논쟁의 생산적 전개를 위해 오용석님의 글을 게재한다. 아울러 비판대상이 된 채수찬 의원이나 김혁규 의원이 반론 게재를 희망한다면, 앞으로 반론도 실을 예정이다. 편집자주

***'자장면론(論)'에 반박한다**

7월15일자 '프레시안'에 실렸던 아파트 원가공개 관련 기사의 제목이 꽤나 자극적이다. 그것은 '자장면 값만 알면 됐지, 면-양념 값 알 필요 없어'이다. 아파트 분양가가 얼마인지만 알면 되는 것이지 구태여 택지나 건축비를 알 필요는 없다는 비유이다.

동 보도는 이 날 개최된 열린우리당의 정책의총에서 미국 라이스대 경제학교수 출신인 채수찬 의원과, 이른바 'CEO형 도지사'를 경남에서 3차례 역임한 김혁규 의원이 원가공개 반대의 선봉에 나섰고, 이에 힘입어 결국 '무늬만 분양원가 공개'인 당론을 박수로 추인했다고 전한다.

채수찬 의원은 "자장면 값만 알고 품질만 알면 되지, 면이 얼만지 양념이 얼만지 안다고 자장면 가격이 낮춰지겠느냐"고 한다.

이는 (1) 자장면이건 아파트이건 가격결정 메커니즘은 마찬가지라는 뜻이고, (2) 분양아파트의 원가공개 실효성 자체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는 것이다.

김혁규 의원은 "기업하는 사람들이 원가를 공개한다는 것은 시장경제하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3) 분양아파트의 원가공개가 시장경제에 반한다는 것이다.

***<반론 1> "자장면과 아파트의 가격결정 메커니즘은 천양지차다"**

첫번째, 자장면이나 아파트 가격의 결정방식이 과연 마찬가지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채의원의 주장과는 다르게 자장면과 아파트의 가격결정 메커니즘은 천양지차이다.

경제원론의 지식만 빌려와도 자장면 시장은 완전경쟁에 가까워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나(price given), 아파트 시장은 부동산의 단일성 및 거래의 장기성 등에 기인하여 '대표적인 불완전경쟁 시장'으로 공급자가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진다.(price taken)

굳이 같은 점을 찾는다면 경제학자 집에 사는 앵무새조차 잘 안다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공히 배후에서 작용하고 있다는 정도이다.

그러나 수요와 공급 법칙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자장면과 아파트의 경우 작용 양상이 사뭇 다르다. 자장면은 주문하고 나서 10분 이내면 나올 수 있어 공급이 매우 탄력적이다. 손님들이 단체로 몰려든다고 해도 중국집 주인이 더 비싼 값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도 주방에선 아연 활기를 띠면서 주문받은 자장면을 신속하게 만들어낸다.

이와는 달리 아파트는 분양받은 후에도 족히 2, 3년은 걸려 만들어야 비로소 입주할 수 있다. 공급물량이 제한되는 결과 투기를 포함한 수요가 균형가격을 주도적으로 좌우하고 공급량은 가격에 대해 크게 비탄력적이다.

수요량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보유세 등의 정책이 투기적 수요 억제에 매우 유효하고, 가격이 올라도 공급자의 이익은 증대하나 이에 비해 공급증대 효과는 미미한 까닭이다. 비록 원가공개의 병렬적 대안은 아니고 전혀 별개 사안이지만 이른바 '후분양제' 도입을 검토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론 2> "분양원가 공개 분명 실효성 있다"**

두 번째, 아파트 원가공개의 실효성은 과연 보잘 것 없는 것일까.

채의원의 주장대로 원가공개의 실효성이 미미하다면 굳이 원가공개를 마다 해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러함에도 채의원 자신이 자장면을 빗대어 아파트의 '토지-건축비가 얼마인지 알려고도 하지 말라'고 하는 식의 시니컬한 비유를 하는 것은 거의 억지에 가깝다.

기실 자장면처럼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운 경우에는 설혹 면 값과 양념 값을 추가 공개하더라도 자장면 값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울수록 추가적인 정보공개의 효과가 작아지는 것이다. 거의 16년전인 88년의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한식집이나 대중음식점 등을 대상으로 이른바 '주문식단제'를 실시토록 유도했으나 별 효과가 없었던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아파트처럼 불완전경쟁시장에 속하는 경우 원가공개 등 가격정보를 추가 제공하면 할수록, 시장의 투명성과 경쟁성이 그만큼 제고되고 수요와 공급 법칙이 더욱 원활하게 작동하면서 시장의 가격결정기능은 크게 강화된다. 미, 일 등 선진국에서도 부동산 불황을 겪은 이후 이를 위해 크게 고심하는 대목이다.

유념할 것은 원가공개는 '원가연동제'와 같은 비시장적 '가격통제'가 결코 아니며 분양아파트의 시장가격 자체는 여전히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 원리에 의해 결정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얼마전 유시민 의원은 원가공개 아닌 원가연동제를 정답이라고 주장하였으나 이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아파트 원가공개의 결과 작금의 폭리구조가 있는그대로 드러난다면 합리적인 소비자는 당연히 투기적인 수요를 자제하게 된다. 만의 하나 이에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가격으로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투기적 수요가 존재하다면 그 가격대로 사도록(팔도록) 하면 그만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정상이윤이 확보되는 이상 원가공개의 결과 이를 넘어서는 폭리가 대폭 줄어들더라도 아파트 공급을 감소시켜야 할 유인은 사실상 전무하다. 오히려 폭리가 감소하는 만큼 오랫동안 지속된 부패 및 부실고리를 완화시키고 그 근거를 구조적으로 해소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결국 지금의 비정상적으로 높은 분양가격이 점차 균형가격으로 정상화되는 것이며, 원가공개시 아파트 공급이 감소하여 분양가격 상승을 초래한다는 건설업계나 건교부 등의 협박성 주장은 오늘의 상황에서는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 그 근거가 매우 박약하다.

***<반론 3> "분양원가 공개야말로 시장원리에 부합한다"**

세 번째, 원가공개가 과연 시장에 반하는 것일까. 역시 천만의 말씀이다. 김의원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원가공개에 의해 지금의 비정상적인 아파트시장 왜곡상태는 시장원리에 부합하게 해소되고 시장경제원리가 한층 강화된 모습으로 관철되는 것이다.

주지하듯 거의 완전경쟁상태인 자장면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으로는 중국집 주인이 먹고살 만큼의 '정상이윤' 정도를 누릴뿐, 이를 넘는 '초과이윤'이나 폭리 등은 중장기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시장원리에 부합되는 매우 효율적인 시장경제 상황이며 다른 말로 표현하면 사회적 총후생(소비자 후생 및 생산자 후생의 합)이 극대화된다.

그러나 불완전경쟁의 아파트 시장에서는 공급자의 자의적인 가격결정력(과점이나 독점 등)에 상응하는 만큼 정상이윤을 넘는 초과이윤 또는 폭리가 가능해진다. 시장경제원리가 그만큼 왜곡되는 '시장실패' 상황이며, 다른 말로 표현하면 소비자의 일방적인 희생하에 사회적 총후생이 감소하게 된다.

분양아파트의 대지 및 건축값(정상이윤 포함)이 소상하게 밝혀지고 이에 따라 막대한 폭리(분양가-대지값-건축값)가 드러나는 등 아파트 분양시장의 투명성과 경쟁성이 제고될수록 그간의 분양가격 거품 등 고착화된 가격왜곡구조가 시장원리에 부합되게 해소되면서 아파트 시장의 정상화 및 선진화가 가능해진다.

여기에서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일일이 열거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선진국의 정상적인 부동산시장 사례를 논쟁과정에서 잘못 원용하는 일(예를 들면, 한나라당 일부 의원이 "1년만에 보유세를 우리나라처럼 2, 3배 올리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고 주장하는 등)은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이게 어디 사람답게 사는 세상인가"**

지금처럼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하기 힘든 형편에 어렵게 취직한 젊은이들마저 아파트 한 채 장만하려고 20년 이상 저축해야 한다면 이게 어디 사람답게 사는 세상인가.

요컨대, 이치가 이러함에도 열린우리당의 소위 경제전문가라는 사람들, 도대체 왜들 그러고 있나. 누가 당신들에게 아파트 아닌 자장면의 '면 값이나 양념 값'을 공개해달라고 했단 말인가.

채의원 식의 '면 값, 양념 값' 비유는 대학에 갓 입학하여 수요공급법칙을 배우는 학부생에게는 통할지 모르나 천부당 만부당하다. 채의원이 미국에서 유능한 경제학자였는지는 모르나, 지금 한국의 경제현안에 대한 사려깊은 정책가는 아님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만약 김의원 자신이 아파트 제조업자라면 폭리를 노려 원가공개를 꺼리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만 하나, 그렇다고 해서 이를 두고 시장경제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김의원이 상인의 점잖은 표현인 CEO형 도지사였는지는 모르나, 우리경제의 당면현안에 대해 정확히 실체를 파악하는 경제전문가의 모습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둘 다 '50보, 100보'인 셈이다. 지금대로라면 의회내 과반수당인 열린우리당의 정책능력에 대해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시절처럼 더 이상 한나라당에 핑계를 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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