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총장은 이와 함께 시민운동의 위기의 원인으로 이런 진단도 했다. "다원화-다양화 흐름에 역행하는 일방주의적 운동방법론." 박 총장의 진단에 의하면 정치와 시민사회가 동시에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정당'이 필요하며, 시민사회는 일방주의적 운동방법을 버려야 한다. '일방주의'에 대한 경계는 대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만들려는 '정당'에게도 당연히 필요하다.
어제(10일)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종교인협의회(종협)'가 제안한 '범여권 대선주자 연석회의'가 취소됐다. 시민ㆍ사회진영 독자정당 창당을 추진하는 쪽에서 취소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한겨레 신문, 6월 11일자) 시민사회 내부의 분열 때문에 진행되지 못했다는 주장도 있었다.(프레시안 6월 10일자)
필자는 기존 정치권 내에서는 이례적으로 시종일관 '시민사회가 중심이 되는 민주개혁세력 통합론'을 주장해 왔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기존 정치권이 시민의 신뢰를 잃어버림으로써 통합의 리더십을 상실했다는 점, 둘째는 민주개혁세력의 정치는 이제 '공공성'과 '전문성'을 가진 '창조적 신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지금도 이런 확신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시민사회 진영의 '일방주의적 통합' 방식만은 경계한다.
필자가 속해 있는 '민생정치준비모임'은 지난 5월 28일부터 6월 1일까지, NGO에서 상근ㆍ비상근으로 활동하는 시민전문가 및 학자ㆍ법조인 등 4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특기할 만한 사항은 "본인이 바라는 시대정신을 구현할 정당/정치집단이 있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한 사람이 69.1%로 압도적이었다는 점이다.
'있다'고 답한 나머지 30.1%의 응답자들 중에서도 '통합번영미래구상'을 '시대정신을 구현할 정치집단'으로 꼽은 사람은 9.5%에 불과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밝히자면 민생정치준비모임은 그보다 적은 5.6%로 집계됐다.
물론 이 조사결과가 다종다양한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생각을 모두 포괄하지는 못할 것이다. 아울러 '통합번영미래구상'이 아직 구체적인 정치세력이 아닌 시기에 조사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조사에 응한 NGO 활동가의 대다수가 선호하는 집단이 없는 상황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려준다.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시민단체들의 욕구가 매우 다양하며, '통합번영미래구상'은 아직 리더십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사회 중심의 통합론'을 주장해 온 필자는, 시민사회의 행보를 크게 우려한다. 종협의 기획을 막으면서까지 '범여권 대선주자 연석회의'를 반대했다는 보도는 '독자정당화'를 선언한 시민사회 정치집단이 시민사회로부터 고립되는 길을 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그것이다. 그리고 기존 정치권과의 관계에서도 고립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그것이다.
솔직해지자. '독자정당'을 선언한 '통합번영 미래구상'이 '범여권 대선후보 연석회의'에 반대한 이유 중에는 시민사회 대표 후보가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그런데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대선 후보는 현재 '공식적'으로 없다. 내세우는 후보는 없는데, 다른 후보들의 통합을 반대한다? 이건 정당하지 못하다.
또 한 번 솔직해지자. 범여권에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선거법상 대선후보를 뽑는 국민경선은 같은 정당 내에서 해야 한다. 그리고 정당 내 경선을 선관위에 위탁하는 마지노선이 8월 26일이다. 정책과 비전을 중심으로 하는 통합과 후보 중심의 통합을 함께 추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범여권이 근 4개월 동안 허송세월 한 것이 뼈아프다. 만약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출마를 결심해야 한다면 더 이상 시간을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국민은 범여권 후보의 면면을 살필 최소한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것마저 거부한다면 그 또한 정당하지 못하다.
물론 시민사회의 정치세력화를 진심으로 환영한다. 그러나 '일방주의적 리더십'에 대해서는 경계한다. 지금 시민사회를 대표하며 정치를 시작한 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통합의 리더십'이다. 통합을 위한 모든 노력을 아우르는, 그러나 정책과 비전을 가장 중요시하는 '연대와 통합'의 노력이다.
'시민사회 중심의 민주세력 통합론'은 중심이 되는 세력만이 '진리의 목소리'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도그마'를 만들라는 요구는 아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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