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기씨, "내 소설은 외설 아니다"

<반론문> 중앙일보 '반금병매' 연재 중단하기로

소설가 조성기씨가 지난 8월30일자 ‘문화-중앙일보 외설 너무 한다’는 제목의 프레시안 기사에 대해 반론을 보내왔다.

조성기씨는 반론문을 통해 프레시안이 자신의 문제 글을 인용한 것은 '저작권 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행 저작권법은 비판을 위한 일부분의 글 인용을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판정하지 않고 있다. 조성기씨 논리대로라면 그 어떤 문학비평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중앙일보는 조성기씨 소설이 논란이 되자, 가까운 시일내 지면개편을 하면서 연재를 끊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관계자는 16일 "지면개편과 동시에 연재를 중단할 생각이며 향후에도 이를 다시 연재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조성기씨 반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조성기씨 반론**

지난 9월 5일 프레시안의 글을 인용하면서 MBC 미디어 비평에서 내 작품을 마치 스포츠지의 선정적인 내용과 같은 외설 수준으로 다루고 있는 것에 대해 심한 분노를 느낀다.

8월 30일자 '문화 중앙일보 연재 외설 너무한다'라는 제목의 프레시안의 기사도 마찬가지이다. 나와 관련된 부분에 관해서만 언급하겠다.

'금병매'는 다 알다시피 결코 외설 작품이 아니다. 중국 4대 기서(奇書) 중의 하나, 혹은 천하제일기서로 일컬어지며 세계 문단이 공통적으로 세계적인 명작으로 인정하고 있는 작품이다.

16세기 무렵에 현대소설의 모든 구성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는 '금병매'라는 소설이 중국에서 탄생했다는 것은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다. 서양에서도 이만한 구성력을 갖춘 소설은 그 시기에 탄생하지 않았다. '아Q정전'의 작가 노신도 '금병매'를 '동시대 소설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았다.

이러한 '금병매'를, 일종의 패러디 기법으로 현대 사회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소설로 재창작하고 있는 작업을 그런 외설 차원에서 다루다니 프레시안 기자와 MBC 미디어 비평 담당자들의 식견에 놀라움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음란 사이트가 횡행하는 이 시대에 소위 야하다고 하는 내용만으로는 독자들의 호응을 얻기 힘들 것이다. '금병매'는 인간관계 설정, 다시 말해 소설의 구성 그 자체가 대단한 흡인력이 있다.

'금병매'가 좀더 현대적인 소설기법으로 다시 쓰여진다면 이 시대 독자들의 호응도 새롭게 얻으면서 더욱 문학사에 남을 명작이 될 것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나는 이 작업을 해오고 있다.

'금병매'는 음란과 뇌물과 음모와 살인으로 얼룩진 그 시대에 대한 비판문학이다. 금병매 작가는 송나라 휘종(12세기초) 시대를 빌려 사실은 자신이 살던 명대 만력(萬曆:16세기말) 시대의 부패상을 통렬하게 풍자하고 있다.

나는 '반금병매' 작업을 통하여 금병매 작가 자신도 놓치고 있는 '전족(纏足)의 사회사'를 소설로 형상화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여성의 발을 최대한 작게 만들어 그것을 섹스 심볼로 여겼던 그 시기는 그야말로 집단 변태 히스테리가 지배하던 시대라 아니할 수 없다.

그것은 여성들이 인위적으로 정해진 미의 기준으로 인하여 고통당하고 있는 현대 상황과도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유부녀가 외간 남자와 눈이 맞아 남편을 독살하는 사건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정욕에 눈먼 인간 군상을 그려낼 때도 가급적 해학적 풍자기법과 고전적 비유법을 활용하려고 하였다. 그래도 독자에 따라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대목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간통과 살인은 이제 소설의 발단일 뿐이다. 그 사건을 계기로 뇌물과 음모로 얼룩진 그 시대 정치 사회의 총체적 부패상이 하나하나 드러나게 된다. 어쩌면 그렇게도 우리 시대의 정치 사회상과 꼭 닮아 있는지.

나는 이 부분을 금병매 작가보다 더 폭넓게 심층적으로 형상화하여 하나의 거대한 사회소설이 되게 할 것이다.

중간중간 성적인 욕망과 관련된 장면이 나올 때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해학적 풍자기법과 고전적인 비유법을 적절히 활용하여 품격이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한 송나라 상인들 사이에서 일어난 사건들이므로 그 당시 상업 상황과 상도(商道)도 역사적인 자료들을 기초로 형상화해 나가려고 한다.

이와 같이 총체적 사회소설이 될 작품을 외설 운운하면서 스포츠지의 선정적인 내용들과 마찬가지로 왜 경고나 주의 조치를 내리지 않느냐, 해당 신문이 언론권력이 있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니냐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다.

검열 당국의 식견이 그 정도로 낮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검열 당국 나름대로 기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프레시안이 내 작품에서 외설 부분이라고 인용하고 있는 부분은 중국사회사에서 주목할 만한 중요한 대목이다. '중국성풍속사'(까치 출판사) 345 페이지 부분을 인용해보겠다.

'최근에 새 첩을 맞아들인 관리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그녀와 함께 문을 이중으로 잠그고 사흘간 나오지 않았다. 그의 처첩들은 이런 행위에 크게 분노했다. 이런 식의(새로운 여성을 맞이하는) 행위는 참으로 잘못되었다. 남자는 자기의 욕구를 조절하고 잠시 새 첩을 가까이 하지 말고 다른 처첩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가 자기의 다른 여자와 교접을 할 때마다 신참자를 상아 침대 곁에 얌전하게 서 있게 해야 한다. 이렇게 4-5일 지난 뒤 반드시 첫번째 부인과 다른 첩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처음으로 그 신참자와 관계를 맺는다. 이것이 한 집안 여성들 간의 화목과 행복을 이루기 위한 기본 원리이다.'

이러한 축첩 풍속은 전족 풍습과 함께 여성들이 어느 정도까지 성의 노리개가 되었는가를 충격적으로 보여주는 사안으로, 장면장면을 실감나게 묘사해야 하는 작가로서는 최대한 절제하여 그 대목을 묘사한 셈이다.

나는 성적인 소재를 다룰 때도 사회적 정치적 의미를 등한히 한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에로티즘적인 문학(내 문학의 중요한 두 가지 주제는 에로티즘과 종교이다)을 '성의 정치학'으로 비평한 평론가들도 있다.

이번 '반금병매' 작업도 그런 차원에서 이루어진 셈이다. 내가 굳이 '반' 자를 붙인 이유도 거기에 있다. 선입관을 가지고 작품 도입부에서부터 함부로 판단하지 말기를 바란다.

음란한 그 시대를 비판하고 무송이라는 인물을 통해 음란한 남녀들을 처절하게 심판하려는 의도를 가졌던 '금병매'의 작가 소소생(笑笑生)이 그 이름 그대로 기차 차서 웃을 일이다.

프레시안의 기사와 MBC의 미디어 비평은 작가와 작품의 의도를 무시한 채 일부 내용만을 부각시켜 작가와 작품의 명예를 현저하게 손상시키고 신문연재에 차질이 빚게 하는(중앙일보와는 구두로 2년 계약을 체결하였기 때문에 신문 상황이 나아지면 연재가 재개되도록 해줄 것으로 믿지만) 등 작업의 진행을 크게 방해하였다.

무엇보다 내가 한 문장 한 문장 밤을 새어가며 쓴 창작품을 작가의 허락도 없이 자신의 지면에 도배하고 화면에 도용한 프레시안과 MBC 미디어 비평은 저작권법을 크게 위반하였다는 사실만은 우선 밝혀둔다.

공익을 위하여 그랬다고 항변하겠지만(이 부분은 내 작품이 공익을 현저하게 해쳤다는 것이 법적으로 입증되어야 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기도 하다), 사진 한 장도 사진작가의 허락 없이 함부로 쓸 수 없는 세상에서 엄연히 저작권법 위반을 자행한 셈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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