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제주 방문…경찰, '시위대 해산'까지 막아

한미 FTA,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과 경찰 심한 몸싸움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제주도를 방문했다. 한미FTA로 피해 입을 농민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제주도에서는 한미FTA와 제주도 해군 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시위 풍경, 그리고 시위대의 목소리를 취재한 <제주의 소리> 기사를 요약, 전재한다. <편집자>

"노무현 대통령은 정말 제주감귤과 농민을 생각해서 제주도에 왔습니까?"

"제주도민을 위로하러 왔다는 노무현 대통령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도민들을 이렇게 내팽겨쳐도 되는 겁니까"

한미 FTA 저지 제주도민운동본부와 제주도군사기지 반대 도민대책위는 23일 오전부터 노무현 대통령 제주방문에 항의하기 위해 제주공항과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사거리, 신례초등학교에서 시위를 벌였다. '피킷'과 '현수막'을 내건 평화시위였다.

이어 시위대는 오후 2시, 노 대통령이 방문하기로 된 서귀포농업기술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려 했지만 경찰이 시위대를 하례리 사거리에서부터 원천봉쇄했다.

시위대는 경찰들에게 "왜 경찰이 도로를 봉쇄하며 법을 어기느냐" "대통령 경호에 방해가 된다면 멀리 떨어져서 하겠다"고 봉쇄를 풀어달라고 요구했지만 경찰은 이를 거부했다.

결국 시위대는 거리에서 기자회견을 할 수밖에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FTA 원천무효를 선언하라" "군사기지 철회라"는 내용이었다.
▲ ⓒ<제주의 소리>

이어 시위대는 "제주를 군사요새화할 생각이라면 차라리 '평화의 섬' 지정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시위대는 "노무현 정부가 2005년 1월 세계평화의 섬으로 공식선포함으로써 제주도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했다. 공권력이 빚은 4.3이라는 아픔을 간직한 제주섬이기에 진정한 세계평화의 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제주에 해군기지, 공군기지 등 군사기지 문제가 등장하면서 평화의 섬은커녕 갈등의 섬으로 변모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시위대는 "주민 동의를 토대로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던 국방부가 사상 유례가 없는 졸속 여론조사를 통해 일방적으로 군사기지 유치를 결정하면서 제주도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천주교 사제들은 단식으로 철회를 요구하고 있고, 제주도의회도 행정사무조사 발동과 추경예산안 심의를 거부하고 있다"고 제주도의 현 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시위대는 한미 FTA 협상에 대해서도 "제주도민 다 죽이는 한미 FTA를 원천무효하라"면서 "노 대통령은 제주도민과 대다수 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미FTA 타결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시위대는 "한미FTA 타결로 제주의 생명산업인 감귤과 축산업 등 1차산업 붕괴와 함께 지역경제의 연쇄적 몰락이 우려된다"면서 "급격한 탈농과 도시로의 인구유입증가는 빈곤노동과 실업의 악순화 구조고착과 더불어 광범위한 도시빈민층을 양산해 제주사회에 되돌릴 수 없는 대재앙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위대는 "그동안 노 대통령은 농림부장관과 고위관료들을 내세워 '감귤을 쌀과 같이 대우하겠다'며 제주도민을 기만하더니 협상 막판에 직접 나서서 '농산물도 상품이니 구걸하지 말고 경쟁력이 없으면 포기하라'며 도민과 농민들을 몰염치한 인간으로 매도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 ⓒ<제주의 소리>

시위대는 "또한 제주방문을 앞둔 지난 21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농업은 10년에서 15년간 구조조정할 여유가 있다'고 하고 오히려 관련 단체들이 '피해를 과장해 불안을 조성하면 안된다'며 농업피해에 대한 안일한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해산하려는 시위대를 경찰이 토끼몰이식으로 에워쌓기 시작하면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시위대는 "집회와 기자회견을 원천봉쇄하더니 이제는 해산해서 집으로 돌아가려는 것도 막으려는 것이냐"고 울분을 토로했다. 특히 경찰은 임산부인 여성까지 가둬 놓아 시위대로부터 거센 항의와 비난을 샀다.

경찰은 오후 2시40분경에는 전경 기동대 2개 중대를 동원해 시위대는 물론 차량 통행까지 막았다.

또한 경찰은 제주서와 서귀포서 형사과 직원들은 물론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 경찰관까지 총동원했고, 전경 기동대 2개 중대까지 동원해 간담회가 열리는 서귀포시농업기술센터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임기환 한미 FTA 저지 도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인데 경찰이나 청와대 경호실에서는 우리를 막고 있다"며 "우리가 불법 집회를 한 것도 아니고 교통을 방해한 것도 아니고 돌아가는데 왜 막는지 어떤한 것을 설명하지도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 ⓒ<제주의 소리>

임 집행위원장은 "도민들을 오히려 배척하고 외면하고 그야말로 노 대통령 온다는 것 자체가 대통령만을 위해서 한미FTA 정당성을 위해 도민들을 수단화 시키고 대상화시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오후 4시25분께 대통령이 간담회를 마치고 행사장을 빠져나간 것을 확인한 후에야 도로 등의 경계를 풀었고 시위대도 해산했다.

이날 경찰과 시위대의 물리적 충돌이 있었지만 큰 사고 없이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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