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윤 GQ KOREA | 2007-02-06 11:32:00 | 2007-02-05 18: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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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남자들은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이태리 와인처럼 묵직하고 진한 맛의 와인을 선호합니다. 한국 남자들이 독주를 좋아하죠. 그래서 와인도 거친 맛을 즐겨요. 하지만 와인은 때론 섬세한 미각을 필요로 하지요. 와인은 맛이 풍부한 술이거든요. 하지만 아직도 어떤 한국 남자들은 여자친구가 엷은 맛의 화이트 와인을 마시고 싶어해도 끝까지 똥고집을 피우기도 해요. 이젠 좀 그만 할 때도 됐어요. 이제 아집은 버리고 그녀의 취향에도 좀 더 귀 기울여줄 때죠. <어느 멋진 순간>의 러셀 크로가 그렇게 아름다운 프랑스 여인과 사랑에 빠질 수 있었던 건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기 때문이잖아요. 러셀 크로는 마초 중에 마초죠. 하지만 강한 남자도 때론 섬세해진다면 부드러운 부르고뉴 와인의 깊은 맛과 향을 즐길 수 있어요. 와인의 종류는 많아요. 레드만 와인은 아니라고요. 연인끼리도 와인의 종류는 정말 많으니까 분명 둘 다 좋아하는 와인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 맛을 즐길 준비만 됐다면 말이죠.
사이드 웨이 ⓒ프레시안무비
화이트 와인이 청포도 주스같이 느껴진다면 조금 부드러운 레드 와인을 시도하길 권해볼께요. 레드 와인이라고 다 무거운 건 아니거든요. 부드러운 레드 와인 품종 중에서도 피노 누아는 가볍디 가벼워서 점심에 딱 한 잔 곁들여 마시기 부담 없답니다. 피노 누아는 유독 우리나라에선 와인 마니아들만 주로 마시는 품종이지만, <사이드 웨이>에선 사랑에 실패한 불쌍한 마일즈가 주구장창 마셔댔던 바로 그 품종이기도 하죠. 세레신 모모 말보로 피노 누아 2004는 아직 많이는 알려지지 않은 따끈따끈한 와인이랍니다.
어느 멋진 순간 ⓒ프레시안무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피노 누아 생산지는 프랑스 브루고뉴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 와인이라서 뉴질랜드의 피노 누아는 생소하기까지 하겠지만, 좋아요. 사실 저도 처음엔 뉴질랜드 피노 누아라서 와인 전문점 주인의 추천을 받았을 때 살지 말지를 30초간 고민해야 했답니다. 하지만 3만원 대라는 가격이 착해서 지갑을 열었죠. 의심 반, 기대 반으로 맛 본 모모는 여러모로 튼실한 서브 와인이었어요. 입 안에 너무 들러붙지 않는 질감과 목구멍으로 옥구슬 굴러가듯 넘어가는 부드러움, 허브 향과 과일 향이 풍부한 것도 좋았답니다. 약간 진한 드레싱의 샐러드와 토마토 크림 소스 파스타에 이 녀석을 곁들여 마신 다음, 스테이크에는 적당히 진한 카베르네 소비뇽을 마시면 참 괜찮을 거예요. 명심하세요. 러셀 크로처럼 강한 남자도 때론 부드러운 피노 누아의 맛이 필요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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